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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시상식이라 제일 튀어 보이고 싶었어요” ‘G.O.A.T’ 김연경의 은퇴가 더욱 아쉬운 이유, 특유의 위트 섞인 인터뷰가 더 그리울 것 같아서 [남정훈의 오버 더 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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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4-16 11:27:16 수정 : 2025-04-16 11:2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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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 자주 나오는 논쟁이 있다. 그 종목의 역사상 최고의 선수를 뜻하는 단어인 ‘G.O.A.T’(Greatest Of All Time)가 누구냐는 것이다. 한국의 4대 프로스포츠로 꼽히는 야구-축구-농구-배구에서도 ‘G.O.A.T’ 논쟁이 팬들의 주요 논쟁거리다.

 

야구에선 타자는 ‘추강대엽’(추신수-강정호-이대호-이승엽), 투수는 선동열, 박찬호, 류현진을 놓고 누가 최고냐며 팬들이 다툰다. 축구는 손흥민, 박지성, 차범근을 두고, 농구는 허재, 서장훈 중 누가 최고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배구는 ‘G.O.A.T’ 논쟁이 없다. 이견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남녀를 통틀어도 ‘G.O.A.T’는 딱 한 명으로 의견이 모아진다.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한 흥국생명의 ‘배구여제’ 김연경이다. 그렇다. 우리는 배구 역사상 최고 선수인 ‘김연경의 시대’에 살았고, 그의 마지막도 함께 했다.

 

김연경은 지난 14일 서울 스위스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2024~2025 V리그 시상식에서 정규리그 MVP를 수상했다. 개인 통산 일곱 번째 정규리그 MVP이자 두 번째 만장일치 MVP였다. 배구여제는 코트를 떠나는 길에도 그가 최고의 선수였다라는 것에 이견이 없었단 얘기다. V리그에서 딱 8시즌을 뛰었는데, 7번이나 MVP를 수상한 선수가 아니면 누가 ‘G.O.A.T’란 말인가.

 

김연경을 취재하는 기자 입장에서 그의 은퇴가 아쉬운 것은 단순히 ‘G.O.A.T’인 선수가 코트에 서는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어서만은 아니다. 김연경은 최고의 배구선수이기도 하지만, 너무나 훌륭한 인터뷰이다. 어느 질문에나 달변으로 답해주기도 하지만, 그만의 특유의 위트 섞인 농담도 다른 선수들에겐 쉽게 볼 수 없는 면모다. 14일 시상식에서도 그의 농담은 시상식장을 더욱 유쾌하게 만들었다.

 

이날 김연경은 무대에 세 번이나 섰다. V리그 20주년 베스트7으로, 2024~2025 V리그 베스트7, 그리고 정규리그 MVP까지 수상했다. 무대에 오를 때마다 재치와 평소의 식견을 담은 수상 소감으로 더욱 빛난 그였다.

 

20주년 베스트7을 받고나서는 “오랜만에 언니들을 봐서 좋다. 더 좋은 건 제가 여기 7명 중에 두 번째로 어리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베스트7 수상자 중 양효진(현대건설)을 제외하면 황연주(현대건설)를 비롯해 이효희, 정대영, 한송이, 임명옥(도로공사)이 모두 선배였다.

 

2024~2025 V리그 베스트7을 수상한 뒤엔 국가대표 시절 10년 이상 룸메이트 사이였던 양효진과 초중고를 함께 나온 절친 김수지를 저격했다. 김연경은 “양효진 선수가 꽃을 줬는데 할 일이 없어서 준 것 같다. 지난해엔 같이 받았는데, 내년엔 열심히 해서 받아라”라면서 “내년에 김수지, 양효진이 베스트7 수상자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수상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하이라이트는 정규리그 MVP 수상 후였다. KOVO는 코트를 떠난 김연경을 위한 헌정 영상을 준비했다. 데뷔 초창기 짧은 머리 스타일로 코트를 호령했던 ‘꼬꼬마 시절’ 김연경이 화면에 자주 나왔고, 20여년 간 V리그와 해외리그에서 최고의 선수로 활약했던 김연경의 활약상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영상이었다. 영상을 다 본 뒤 수상 소감을 밝힌 김연경은 “생각도 못했는데, 이런 영상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 그런데 흑역사 시절의 사진이 너무 많이 나와서 감동을 받다가도 옛날 사진이 나와서 웃음이 많이 나왔다”라고 또 한 번 특유의 너스레를 떨었다.

 

수상 소감과 MC들의 질문에 답을 한 뒤 김연경은 마지막 한 마디를 부탁받았다. MC였던 오효주 아나운서가 객석에 울고 있는 분들도 보인다라고 말하자 김연경은 “아무도 안 울고 계신거 같다. 몇분은 지루하니까 하품하는 분도 보인다. 배고프다고 빨리 끝내달라고 하시는 것 같다”며 마지막까지 그만의 농담으로 시상식장을 유쾌한 분위기로 이끌었다.

 

시상식을 마치고 기자회견장에서도 김연경의 농담은 여전했다. 이날 새하얀 수트 차림을 입고 나선 그에게 의상 컨셉을 묻자 “마지막 시상식이라 제일 튀어보이고 싶었다”라고 답했다.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기사가 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김연경을 어떻게 보낸단 말인가.

 

다행히 김연경은 은퇴 후에도 배구계 근처에 있게 됐다. 흥국생명의 어드바이저 역할을 맡는다. 5월에는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이 열리는 튀르키예도 어드바이저 자격으로 참가한다. 미운정 고운정 다 든 흥국생명과도 앞으로도 함께 하는 김연경이다. 김연경은 “흥국생명과는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처음으로 해외로 보내준 구단이기도 하고, FA 문제로 그걸 막은 구단이기도 하다. 서로 관계가 좋다가도 좋지 않을 때도 있었다. 헤어질 듯 헤어지지 않은. 미운 정이 무서운 것 같다. 결국은 새로운 고운 정이 생겨서 참 고마운 구단인 것 같다”라고 소속팀에 대한 애틋함을 드러냈다.


홍은동=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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