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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보! 2050]15번째 전시회 연 영화배우겸 작가 강리나

입력 : 2004-09-01 15:17:00 수정 : 2004-09-01 15: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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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힘들수록 희망 가져야죠" 미술작가 강리나(39)씨는 에너지가 넘치는 여자다. 하고 싶은 것이 많아 인간은 적어도 150세까지는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우주에 살고 있는 신기한 괴물의 존재를 강하게 믿는 사람이기도 하다.
1987년 홍대 미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30여차례의 그룹전과 14차례의 개인전을 진행했으며 지금은 대진대 미술학부에 강의를 나가고 ‘RNK VISUAL’이라는 환경조형기획회사를 세워 전시기획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20대 후반을 넘긴 사람들에게 영화배우로도 기억된다. 89년 ‘서울무지개’로 데뷔해서 96년 ‘알바트로스’까지 20여편의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고 90년에는 대종상 신인여우상과 미술상을 수상했다. 돌이켜보면 열정적이었고 재미있던 시간이었다고 한다.
부모는 그에게 한달 용돈으로 5000원을 주었다. 당시 물가를 생각하더라도 두살 위인 오빠가 한달에 5만원을 받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액수였다. 여자가 무슨 대학이냐는 부모 때문에 물감 살 돈도 모자랐고 마침 학교 선배를 통해 아르바이트로 모델 일을 시작하게 됐다. 그렇게 해서 하게 된 것이 영화배우였다.
“친구들은 용됐다고 했고 보수적인 부모님과 오빠는 무척 심하게 반대했죠.”
하지만 그의 지성적인 섹시함과 도발적인 야성미는 변금련 같은 코믹하면서도 사회성이 담긴 성인영화 캐릭터를 소화 가능하게 했다.
그는 온 집안에 낙서를 하고 돌아다니던 어린 시절부터 영화배우 일을 하던 7년 동안에도 계속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다시 미술에만 몰두하고자 했을 때 그는 전문가나 비전문가 모두에게서 소외당했다. 말 그대로 미술판에서 ‘혼자’가 되어야 했고 그런 왕따 분위기는 그의 전공이던 동양화에서 더욱 심했다. 지금도 보수적인 큐레이터들은 강리나가 무슨 작가냐고 말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자유로운 직감과 상상력으로 왕성한 작품활동을 펼치는 것이 그의 스타일이다.
수묵화와 일러스트, 퍼포먼스와 조각까지 그의 작품은 그가 느끼는 그대로의 형태를 띤다. 2000년에 가진 개인전 ‘Heart Beat, Heart Bit, Heart 빛’부터는 설치미술로 방향을 전환했다. 그때는 그가 나무와 같이 거대하고 강한 존재라고 말하는 친오빠가 심근경색으로 수술을 받았던 시기이기도 하다.
누구나 인정하는 유난한 우애를 자랑하던 남매, 그리고 때론 친구이고 때론 연인으로 영화배우 시절 그의 매니저를 맡았던 오빠. 그런 오빠의 병은 생명과 삶에 대한 성찰을 주는 계기였다. 살고 싶다는 욕구보다 더 강한 것은 없다고 느꼈고 그의 느낌이 작품에도 담기기 시작했다. 그의 사무실에는 그가 만든 ‘오빠 약’과 ‘오빠 심장 핏줄’이 진열되어 있다.
2003년 봄에 열린 개인전 ‘은빛 바람꽃을 보다’에는 알루미늄으로 만든 은빛 미사일과 페니실린을 전시해 평화를 염원하는 반전 메시지를 전달했다. 같은 해 7월 포스코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 ‘3X3=33’에서는 금속 공 표면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를 새겨 넣고 빛이 뿜어나오게 한 작품을 선보였다.
사람들은 이전까지 그의 전시가 너무 무거운 게 아니냐고 얘기한다. 그런 평가를 의식해서는 아니지만 그는 1일부터 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에서 열리는 그의 15번째 전시회 ‘무지개백화점’에서 일곱 가지 진실한 색을 통해 세상에 힘들어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멀티 희망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이다. 진실한 색이란 누구에게나 희망과 생명의 근원을 주지만 항상 같은 모습을 갖고 있지는 않은 가시광선을 말한다.
“이전에는 삶 자체가 전쟁이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삶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게 된다”는 그는 자신의 반영이라고도 할 수 있는 프리즘을 통해 건물을 덮는 상시적인 무지개를 만들고 그 무지개를 통해 경제적 어려움과 도덕의 황폐로 방황하는 현대인들을 위로하며 투병하고 있는 오빠의 쾌유를 염원할 예정이다.
그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E=MC2)를 풀어놓은 종이를 부적처럼 갖고 다닌다. 핵을 만드는 공식, 그 강력한 파워를 얻기 위한 숫자의 조합이 자신에게 에너지를 공급해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공식에서 힘을 얻었는지 그는 벌써 다음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그의 16번째 전시는 잎사귀 같은 자연적 자원을 통한 생태학적 여행이 될 것이다.
또한 앞으로 그는 자신의 꿈을 한국의 미술시장까지 펼쳐나가려고 한다.
“미술작가들은 더 이상 옛날 작가가 아니에요. 굶어죽고 자기자신을 버리면서까지 현실성 없는 꿈만을 좇지는 않죠. 모든 작가들이 생업에 대한 지나친 부담 없이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는 미술시장의 구조와 유통 과정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 싶어요.”
글 차윤경, 사진 남제현기자
/hav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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