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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작가 차범석씨 별세 한국 문화예술계의 거목이 쓰러졌다.
한국의 대표적 극작가이자 문화예술계 원로인 차범석 광화문문화포럼 회장이 6일 오후 6시40분 경기 일산 백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82세.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3년 전 수술했던 위암이 재발해 최근 입원치료를 받기 전까지만 해도 의욕적으로 활동하던 고인의 부음에 안타까워하고 있다. 고인은 지난해 말까지 오페라 ‘손탁호텔’의 대본작업을 하고 광화문문화포럼을 주최하는 등 폭넓게 활동했다.
특히 고인의 희곡 ‘산불’을 세계적 작가 아리엘 도르프만과 록그룹 앨런 파슨스 프로젝트의 에릭 울프슨이 맡아 뮤지컬화한 ‘댄싱 위드 섀도’의 공연을 앞두고 있어 아쉬움을 더했다.
대한민국예술원회장을 지내기도 한 고인은 전후문학의 1세대로서 50여년 동안 전통적 사실주의에 입각한 희곡작품을 발표해, 한국적 개성이 뚜렷한 사실주의 연극을 확립한 극작가이자 연출가이다.
1924년 전남 목포에서 출생한 고인은 66년 연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기에 앞서 5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밀주’가 가작 입선한 후 56년 ‘귀향’ 당선으로 본격 창작활동을 시작했다. 20대에 6·25전쟁을 겪은 세대로, 사회현실에 대한 풍자와 함께 전쟁이 인간에게 드리우는 상처와 욕망을 사실적으로 그려내 주목받았다.
특히 이념의 허구성과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사실적으로 그려낸 ‘산불’(1962)은 전후문학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이와 함께 ‘성난 기계’(1957), ‘청기와집’(1964), ‘꿈하늘’(1987), ‘열대어’(1965), ‘들리니? 풀이 자라는 소리’(1994), ‘그 여자의 작은 행복론’ 등을 발표했다.
63년에는 극단 ‘산하’를 창단해 한국의 현대극 정착에 기여했다. 무엇보다 고인은 뒷짐진 원로가 아니라 연극계의 일에 적극 참여하는 ‘어른’이었고 쉼없는 열정으로 창작작업에 매진해온 현역이었다. 고인이 2003년 내놓은 신작 희곡 ‘옥단어’는 이윤택 연출로 올려져 호응을 얻었다.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부회장, 한국극작가협회 회장, 서울예술단장,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 등도 역임했다.
유민영 연극평론가는 “초창기 유치진이 개척한 사실주의 희곡의 전통은 함세덕을 넘어 차범석에 이르러 성숙되고 시화되며 정점을 맞는다”면서 “기본은 사실주의이지만 고인은 60년간 자신의 작품 영역을 창극 악극 뮤지컬 오페라 무용극본에 이르기까지 공연예술 전반으로 확대해 한국 공연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분”이라고 말했다. 또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산불’이 외국작가에 의해 뮤지컬로 만들어지고 ‘손탁호텔’이 오페라로 되살아나는 것은 작가의 시대를 넘어선 생명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족으론 부인 박옥순씨와 아들 순주 순규씨, 딸 혜영 혜진씨가 있다. 빈소는 강남 삼성의료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0일, 장지는 목포 선산이다. 문의 (011)9708-3830
김은진 기자
jis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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