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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경찰, 사고뭉치 러 헬기 또 구매

입력 : 2007-10-22 16:48:00 수정 : 2007-10-22 16: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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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원인 모를 추락 등 결함 많은데도 도입계약 경찰청이 지난해 추락 사고로 국내에서 1년 넘게 운항이 전면중지된 러시아 카잔사의 안사트(ANSAT) 헬기의 추가 도입을 강행, 말썽을 빚고 있다. 더구나 경찰청과 조달청은 이 헬기 기종이 국내 도입 초기부터 잦은 결함이 나타났는데도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구매를 계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21일 조달청을 통해 러시아 카잔사와 안사트 헬기 구매를 계약했다. 국내 도입은 제작 기간을 거친 뒤 올해 11월로 예정돼 있다.
이 헬기는 러시아 경협차관 상환물자의 일환으로 2005년 초부터 국내에 도입된 기종 중 하나다. 21일 현재 산림청이 4대(본부 1, 강릉 2, 진천 1), 경찰청이 1대(경기경찰청)를 보유하고 있다. 대당 가격은 45억원이다.
문제는 국내 보유 중인 5대 모두 현재 운항이 전면 중지된 상태라는 점이다. 지난해 7월27일 산림청 소속 안사트 헬기 1대가 충남 한 야산에서 원인 모를 이유로 방제작업 중 추락, 기체가 대파되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사고 원인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사고는 경찰청이 안사트 헬기 구매계약을 맺은 지 불과 6일 만에 일어났다.
산림청은 사고 직후 같은 기종 헬기의 무기한 운항중지 명령을 내렸고, 경찰청 소속 헬기도 역시 현재까지 1년 넘게 운항을 멈춘 상태다. 이에 따라 경찰청이 이 기종을 11월 도입하더라도 실전에 배치, 운항할 수 없다.
실제 이 기종의 운항이 언제 재개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건설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산림청의 공동조사위 발표는 올해 12월로 예정돼 있다. 또 이후에도 러시아 측 사고조사위와의 의견 조율과 제작사의 기체 결함 등의 보완 작업 등을 마쳐야 하므로 운항 재개 시기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이 기종은 국내 도입 초기부터 기체 결함 등 잦은 문제점이 노출됐음에도 경찰청과 조달청은 지난해 헬기 기종을 선정할 때 이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림청에 따르면 이 헬기 4대 도입 이후 현재까지 발생한 정비건수 173건 중 헬기 자체의 하자에 따른 보수가 104건(60.11%)에 이른다.
상황이 이런데도 경찰청과 조달청은 사고 직후 계약을 취소하거나 다른 기종으로 변경하지 않고 무리하게 계약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나 국고를 낭비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찰청은 사고가 났음에도 조달청에 공식적으로 계약 취소를 요청하지 않았고 조달청도 계약 취소나 변경은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뒷짐만 지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청은 도입 한 달을 앞둔 현재 안사트 헬기의 배치와 용도 계획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획안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산림청의 한 관계자는 “신기종이다 보니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아 초기에 고장, 결함이 자주 발생했다”고 납득하기 어려운 말을 했다.
경찰청 항공과의 한 관계자는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은 계약 이후에 인지했다”며 “계약당시 예산지원이 안 돼 다른 기종을 선택할 여지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이병국 예산감시팀장은 “현물상환 물자라도 엄연히 러시아 경협차관은 국민의 혈세인데, 예산은 뭐든 일단 받고 보자는 정부 기관들의 비뚤어진 의식이 극에 달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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