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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해가 진 후 무엇을 했을까

입력 : 2008-10-10 18:29:52 수정 : 2008-10-10 18:2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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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에커치 지음/조한욱 옮김/돌베개/2만5000원
밤의 문화사/로저 에커치 지음/조한욱 옮김/돌베개/2만5000원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부터 ‘토요일은 밤이 좋다’는 대중가요 가사까지 ‘낮의 연장선’으로만 취급돼온 밤은 태고적부터 나름의 존재 의미를 갖고 있다. 밤은 낮과 완전히 분리되고 독립된 영역으로 나름의 규칙, 나름의 광경, 나름의 소리와 냄새와 촉감으로 활기 넘치는 문화를 만들어왔다.

전구가 발명되고 조명의 조도가 밝아짐에 따라 밤과 낮의 경계선이 없어진 세상이지만 밤은 여전히 아름다운 별자리가 수놓는 밤하늘부터 하루의 안식, 사생활, 성과 사랑, 고요, 자아, 기도, 꿈, 노동, 악령, 범죄 등 다양한 이미지가 중첩되는 반쪽 세상이다.

역사학자가 20여년의 자료조사 끝에 완성한 ‘밤의 문화사’는 이처럼 그동안 거의 주목받지 못한 인류의 ‘밤’, 그 자체의 역사를 집중 조명한다. 저자는 밤을 탐구하기 위해 시와 소설·희곡 등 역대 문학작품부터 오페라·발레·민중의 노래 등 예술작품, 왕과 귀족부터 농부와 하인에 이르기까지 온갖 계층 사람들의 일기·메모·수첩 편지 등 공개되지 않은 자료까지 일일이 수집했다. 나아가 설화나 일반 민중의 우스개, 법정 기록, 어휘 사전, 속담집, 신문, 잡지, 논문, 소책자, 어휘에 남은 흔적까지 그야말로 이 잡듯이 뒤져 ‘밤에 대한 모든 것’을 찾아냈다.

저자는 단순한 연대기 순이나 지역 구분이 아닌, 주제별로 자료를 재구성했다. 밤에 대한 인류의 보편적인 태도로서의 공포, 밤을 공포로 몰아넣은 가장 일반적인 원인으로서의 화재와 범죄, 국가와 종교의 통제, 밤의 회합, 밤의 노동, 신분에 따른 수면의 양태와 침실 문화, 잠의 리듬, 꿈의 해석과 자아성찰의 기회 등등. 이 주제들은 선사시대부터 중세와 근대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밤의 의미와 관습, 밤에 대한 인류의 태도를 포괄적으로 보여준다.

조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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