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란한 말솜씨로 편의점 여종업원만을 속여 다량의 상품권을 훔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8일 서울·인천·경기·강원지역 편의점을 대상으로 23회 걸쳐 1250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 구두상품권 등 상품권만을 전문적으로 훔친 혐의(절도) 유모(34)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유씨는 서점에서 문화상품권을 상습적으로 훔친 혐의로 구속돼 2년6개월 형을 살고 난 뒤 올해 6월 출소했지만 생활비 마련을 위해 편의점에서 상품권을 훔쳐 결국 출소 3개월 만에 구속될 예정이다.
경찰조사 결과 유씨는 지난 9월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편의점에서 “추석인데 직원들 선물세트를 구입하려고 한다. 100만원가량의 상품권도 각 박스에 나눠 담아주고 각종 담배도 달라”고 말해 여종업원이 담배를 꺼내는 사이 상품권을 훔친 뒤 “불법주차한 차량이 견인될지 모르니 잠시 차를 빼고 오겠다”며 도망치는 등 같은 수법으로 출소 직후인 지난 7월부터 4개월 동안 1200여만원의 상품권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관계자는 “유씨는 초등학교 졸업이 최종학력이지만 평소 추리소설, 에세이집 등 책을 많이 읽어 말솜씨가 좋고 해박한 지식을 갖췄다”고 말했다. 유씨는 경찰에서 “TV에서 범행 재연프로그램을 통해 이러한 수법을 터득해 2003년부터 상품권을 전문적으로 훔쳐왔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유씨는 편의점에 남자 종업원이 있을 때는 범행을 포기하고 여자 종업원만을 상대로 농담을 건네 안심시킨 뒤 “주차된 차량을 빼러 간다”, “화장실에 잠깐 다녀오겠다”, “은행에서 돈을 뽑아 오겠다”며 각종 핑계를 대는 등 주도면밀한 수법을 사용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서초경찰서 천현길 경감은 “편의점에서 다른 물품과 다량의 상품권을 한꺼번에 구입하는 사람을 주의해야 모방 범죄를 막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경찰은 유씨가 훔친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꿔준 장물아비 2명을 추가로 입건할 예정이다.
장원주 기자 stru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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