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헌법30조를 아십니까]구조금 현실화… 기금 만들고… 콜센터 설치를

관련이슈 헌법 30조를 아십니까

입력 : 2008-12-22 14:34:12 수정 : 2008-12-22 14:34:1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피해자를 위해 울어라
◇지난 9월 3일 임채진 검찰총장(왼쪽 두번째)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범죄피해자지원연합회 현판 제막 후 박수를 치고 있다.
‘걸음마 수준’인 우리나라 범죄피해자 보호·지원제도가 제 역할을 다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피해자 구조금 현실화와 이들을 위한 기금 신설 등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원센터의 전문성 확보, 지원기관·조직 간 연계 강화 등도 숙제다. 범죄피해자를 위한 적절한 인권보장 방안이 마련되려면 무엇보다 이들을 위해 울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피해자 권리 고지 의무화’와 ‘자동 위탁제’ 도입돼야

“범죄피의자 체포 시 미란다원칙을 고지하는 것처럼 피해자와 가족에게도 지원센터의 도움 및 구조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의무적으로 고지하도록 해야한다.” (이종관 서울동부범죄피해자지원센터 이사장)

피해자들은 사건 발생 초기단계에서 도움이 가장 필요하지만 이때부터 지원센터 등의 지원을 받는 이들은 많지 않다. 특히 지원센터와 경찰 간의 연계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야 피해자들이 지원센터를 알고 ‘이미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져’ 찾아온다고 한다. 경찰청 범죄피해자 상담 전문조직인 케어팀조차도 매일 피해자들을 찾아나서야 할 정도다. 케어팀이 정기적으로 일선 경찰을 상대로 피해자 지원교육을 하고 있지만 경찰도 업무량에 치여 일일이 신경쓰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영국처럼 범죄 발생 시 피해자 정보를 민간 피해자지원단체에 곧장 제공하는 자동적 위탁제도(direct referral system)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영국은 각 경찰서가 전날 사건발생 보고에 근거한 피해자 정보를 매일 지역 내 범죄피해자 지원조직(Victim Support Scheme·VS)에 제공한다. VS는 이 정보를 근거로 어떤 피해자를 어떻게 접촉해 지원할지 결정한다.

◆범죄현장 정리 지원 절실

2004년 ‘유영철 연쇄 살인사건’으로 조카를 잃은 한 여성은 범행현장에 뿌려진 조카의 핏자국을 직접 닦아내야 했다. 정신을 못 차리는 희생자 모친을 대신해 현장을 정리해야 했지만 차마 엄두가 나지 않아 구청 등에 “도와줄 수 없냐”고 문의했다. 결국 그는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 이때 충격과 슬픔은 그녀를 두고두고 괴롭히고 있다.

현재는 전국 각 범죄피해자지원센터 대부분이 피해자 요청이 있을 경우 범죄 현장 정리를 해준다. 그러나 홍보·안내가 잘 안돼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지 않다. 올해도 수많은 살인사건이 벌어졌지만 서울지역 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현장 정리 실적은 전무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부실한 경찰과 지원센터 간 연계만 강화돼도 해결될 문제라고 지적한다. 서울 A경찰서 형사과장은 “현장 감식 후 정리 문제는 경찰 소관이 아니다”며 “어떻게 처리하는지 따로 관심을 두지 않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가정집 등에서 범죄가 발생했을 경우 무고한 피해자가 현장 정리 때문에 또 한차례 고통을 받는 일이 없도록 범죄현장 정리 지원이 제도화돼야 한다.

◆피해자에게도 국선변호인 선임

모든 가해자가 국선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는 것처럼 피해자도 필요하다면 국선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형사법정에서 피해자는 소송 당사자가 아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법적 조언이 필요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며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도 국선변호사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피해자 개인정보 보호도 문제다. 피해자 정보는 엄격하게 관리하도록 되어 있지만 누설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피해자들이 가해자 측으로부터 ‘합의해달라’는 전화에 시달리는 일이 다반사다. ‘원만한 합의’를 요청하는 가해자 측 전화는 특히 성폭행 피해자들에게는 보복 범행을 연상시키는 ‘테러’나 마찬가지다.

◆112, 119처럼 피해자를 위한 콜센터 만들어져야

112, 119처럼 언제 어디서나 범죄 피해자들이 도움을 요청하고 자신의 문제를 상담할 수 있는 긴급상담 전화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취재 중 만난 피해자 상당수는 “물질적 지원보다도 털어놓기 힘든 가슴 아픈 얘기를 나누고 마음껏 울 수 있는 대화 상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우선 현재 부실한 각종 피해자 지원단체 간 연계가 대폭 강화돼야 한다.

미국 전국범죄피해자센터가 운영하는 각 지역별 긴급상담 전화시스템이 좋은 본보기다. 초기 대응 과정에서 피해자 사정을 파악한 후 필요에 따라 미리 확보한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 가장 적합한 법률·의료·심리 상담 등 각 전문 분야별 피해자 지원 단체 등을 피해자와 연결시켜주는 게 주 역할이다. 이와 관련, 전국범죄피해자지원연합회는 현재 대표번호 1577-1295를 통한 통합전화 연결망을 구축하고 있다.

특별기획취재팀=염호상(팀장)·박성준·조민중·양원보·송원영 기자 tamsa@segye.com

◆ 도움 주신 분들 (가나다순)

▲강석구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 ▲굿네이버스 복지사업팀▲미성년성폭력피해자부모방 ▲박광민 한국피해자학회 회장(성균관대 법대 교수) ▲법무부 구조지원과 ▲부산범죄피해자지원센터 ‘햇살’ ▲서울경찰청 형사과 강력계 케어팀 ▲서울동부범죄피해자지원센터 ▲이병철 한림대 정신과 교수 ▲(주)메트릭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 ▲한나라당 범죄피해자구제 소위원회 ▲해바라기아동센터

[관련기사]

형사조정위, '지원' 아닌 ‘화해’ 치우칠 우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박신혜 '미소 천사'
  • 박신혜 '미소 천사'
  • 이세영 '청순미 발산'
  • 뉴진스 다니엘 '반가운 손 인사'
  • 박규영 '아름다운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