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 헌트 지음/전진성 옮김/돌베개/1만6000원 |
‘인권의 발명’은 인권이란 개념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 역사적 뿌리와 형성과정을 추적한다. ‘프랑스 혁명의 가족 로망스’ 등 저작에서 정치·사회적 변화의 문화적 맥락을 설명해온 린 헌트(UCLA 역사학과 교수)의 연구 계보를 잇는 작품이다. 접근 방식은 더 이상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는 게 사실이지만, 역사학자 특유의 치밀한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다.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장 자크 루소의 ‘신엘로이즈’와 새뮤얼 리처드슨의 ‘파멜라’와 ‘클라리사’가 당시 독자들에게 불러일으킨 사회적 논란과 공감(동정)의 확산 과정이다. 그는 “18세기 서한소설의 전성시대가 인권의 탄생 시기와 일치한다”면서 “18세기에 소설 독자들은 사랑과 결혼을 소재로 한 책을 읽으며 전통적인 사회적 경계, 즉 귀족과 평민, 주인과 하인, 남과 여, 성인과 아동 간의 경계마저 넘어 공감대를 확장하는 법을 배웠다”고 분석한다. 소설 같은 허구적 매체가 타인에 대한 ‘심리적 동일시’를 고무하며 인권의 확산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타인의 고통에 대한 사회적 공감 능력의 확산은 고문과 잔혹한 형벌을 철폐하는 운동으로 이어졌고 미국 ‘독립선언’(1776)과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1789), 유엔의 ‘세계 인권선언’(1948) 등 입법행위로 이어졌다. 하지만 권리가 선언으로 공포돼야 하는 것은 아직도 반인권적인 목록이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지은이는 “인권은 악에 대항하는, 우리가 공유하는 유일한 보루이다. 인권에 대한 18세기적 전망을 아직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하는 것은 타인들이 불의를 겪을 때 당신은 괴로움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김은진 기자 jis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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