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공정여행을 고민할까 - ④
※ NGO 아시안브릿지 필리핀에서 진행한 ‘젊음, 열정으로 복원하는 세계문화유산 대학생 공정여행 캠프’가 2010년 1월 12일부터 19일까지 필리핀 루손섬 중북부 이푸가오 지역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여행은 요즘 한국 사회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공정여행에 대한 해답이 아닌 고민들이 많이 도출되고, 참가자들이 이런 고민을 이어나가고 싶은 의지가 충만하기에 그 내용들을 여러분과 공유하기 위해 글을 진행합니다.
보통 대학생들을 만나면 ‘취업하기가 어렵다’고 하고, 어른들을 만나면 ‘젊은 사람들은 사회에 대한 고민이 너무 없다’고 나무랐다.
따지고 보면 맞는 말이다. 젊은이들에게 처한 현실이 힘든 건 사실이지만, 예전에 비해 새로운 기회가 많이 생긴 것 역시 사실이다. 젊은이들이 불의를 보고 피가 끓지 않는다는 것은 오해지만, 사는게 바빠서 사회에 대한 고민을 못 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 이런 말을 하는 분들도 있다.
“386세대는 젊을 때 세상을 바꿨는데, 지금 젊은이들은 무엇을 하고 있냐? 2008년 촛불을 이끈 건 386세대의 자식들이었다. 그런 과정 속에 지금의 젊은이들은 어디에도 없다”
현 젊은이들과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세대 역시, 평가는 이렇듯 박하게 한다.
감히 내가 평가를 내려본다면, 지금 사회는 젊은이들을 어떤 깃발 아래 모이게 하는 힘이 없다. 독재 타도 이후, 선배 세대들 역시 세분화 혹은 분열의 과정을 겪었다. 학생운동이라 말하면서 활동하는 이들은 저마다 꿈꾸는 세상을 향해 활동하고 있지만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애매하기만 하다. 젊은이가 사회적 고민을 이어가며 적을 둘만한 곳이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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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마시는 보통 커피들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안내문을 작성하여 필리핀 이푸가오 지역에 공정여행 참가자들이 게시해 놓은 모습 |
지난 해, 필리핀을 찾은 외국인 2위는 한국사람인데, 그 중 상당수는 어학연수생들이다. 많은 이들은 그들이 오로지 ‘영어’를 위해 필리핀에 찾았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보통은 고등교육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다시 경쟁만을 강조하는 한국 사회가 싫어 탈출하듯 빠져나오거나, 새로운 경험을 꿈꾸는 이들이다. 그 중 유흥, 쇼핑으로 잘못 빠질 수 있는데, 사람들은 보통 이 부분을 부각시키고 싶어한다.
등록금이 비싸지는 것도,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도, 사회복지 예산이 줄고 죽을 때까지 경쟁하는 사회가 되는 것까지도, 강남에 사는 명문대 A, 지방에 사는 지방대 B, 필리핀에서 대학을 다니는 C도 모두 걱정하고 있었다. 다만 어떻게 해도 바뀌지 않을거라는 생각과 이미 우리 손을 떠난 문제라는 현실 인식이 강하게 드리워져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기업, 시민단체는 저마다 국내 봉사프로그램, 해외 연수프로그램을 만들어내고, 경쟁률 수십수백대 일을 뚫을 각오를 하고 오늘도 젊은이들은 이 곳에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을 단순히 스펙이나 쌓자는 행동이라고 치부하면, 당신은 참 속이 편할지도 모를 일이다.
주위 사람들 권유로,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어서, 뜻 깊은 여행을 해보고 싶어서, 12월 초 (예비)대학생과 20대를 대상으로 공정여행 모집을 시작했을 때, 수많은 동기들이 지원했다. 젊은이들 관심을 불러 모으기 위해 세계문화유산 복원 인증서와 국제기구들과 모든 일정을 함께한다고 공지 해놓으니,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문의하는 친구들도 많았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이들의 말을 듣고 글을 보면서, 이들이 이 여행을 상상하며 설렌다는 사실을 느꼈다.
지금 젊은이들에게 ‘연애’를 제외하고 설레는 일이 과연 몇 개인가? ‘무엇을 했을 때, 이뤄내고야 말겠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일이 과연 얼마나 있다고 생각하나? 혹자는 네가 너무 배가 부르니 친구들에게 면죄부를 주려한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이상과 현실은 시대에 따라 명백히 다르다.
갑갑한 현실에서 어디에도 적을 두지 못하고 국내든 해외든 ‘여행’을 꿈꾸는 젊은이들, 그 여행을 통해 무뎌진 오감이 설렘으로 자극되는 현장을 보고나선 세상에 대한 ‘공정함’을 고민하며, 여행을 매개체로 대학사회에 그리고 젊은이들에게 커다란 물결을 불러일으키고 싶었다.
여행할 때, 다국적 기업이 노동력을 착취하여 만든 제품을 이용하지 않고, 환경오염을 걱정해 될 수 있으면 걸어다니고, 가난한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무조건 적선하지 않고 공익단체에 기부하는 행위 등을 하면서 그 고민들이 자연스럽게 실생활에 이어질 수 있는, 그런 조직을 설레는 여행을 통해 만들 수 있을거란 확신이 생겼다.
대형마트가 우리 상거래 질서를 어그러뜨린다고 그 앞에 가서 시위하고, 그 사실을 무조건 알려내는 것,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동네 구멍가게는 알고보니 가격도 싸고, 배달도 해준다더라 하며 몇 몇 사람들과 모여 수다를 떨며 그 소문을 퍼뜨리는 일도 중요하다. 결국 두 행위 모두 실천으로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느냐가 문제다.
내가 꿈꾸는 공정여행은 그렇게 아주 작은 것부터 느끼고 실천하면서 그것을 젊은 사람들이 함께 고민하는 조직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였다.
※ ‘공정함에 감동한 사람들이 만드는 세상(공감만세)’은 '공정여행‘을 계속 고민하는 친구들과 만나고 싶습니다. 관심있으시면, 카페(http://cafe.naver.com/riceterrace)에 들러주세요!
고두환 casto84@gmail.com 블로그 blog.ohmynews.com/philipp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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