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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이 몰려오니, 서로 못 믿겠더라” -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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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5-14 13:33:53 수정 : 2010-05-14 13:3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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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타드 계단식 논을 걷고 있는 참가자들
필리핀의 수도 메트로 마닐라에서 버스타고, 지프니로 갈아탄 뒤, 트레킹을 해서 닿을 수 있는 곳이 있다. 시간으로만 따지면 만 하루가 걸리는 곳, 그 곳에는 세계 배낭여행 족들이 ‘계단식 논 원형극장’이라 불리는 세계문화유산 ‘바타드'가 있다.

바타드로 가는 초입 ‘새들(saddle)', 말의 안장 같다고 해서 새들이라 불리는 이 곳에서 참가자들은 눈에 살기 가득한 바타드 원주민들을 볼 수 있었다. 십 수명이 모여있는 가운데에 친분이 있는 길버트 씨가 눈에 띄었다.

“이게 무슨 일 이에요?”
“이 시간 때쯤이면 관광객들이 새들로 모이니까 바타드 원주민들도 모여서 기다리고 있는거야!”
“어떤걸요?”
“짐꾼으로 써달라고 기다리는거지…”

바타드에 여러번 들락거린 내 앞에서 ‘짐꾼’이라는 말을 꺼낼 때, 길버트 씨는 말을 흐렸다. 한 시간 남짓, 트레킹 한다는 생각으로 걸어가면 바타드에 닿을 수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는 탓이었다.

“짐꾼은 필요없잖아요?”
“그런 소리 하지 말고, 너랑 나는 서로 아니까 날 짐꾼으로 써줘라”

결국 십 수명의 바타드 원주민들, 그리고 길버트 씨의 원망서린 눈초리를 피해 우리는 걸음을 옮겼다. 예전에 입구에 우두커니 앉아있으면 외국인들이 신기한 물건을 하나씩 건네거나, 돈을 조금씩 줬다고 한다.

“생활 수준에 차이라는 것은 있지만, 그 동네에는 그 동네만에 사는 모습이 있어요. 그걸 무시하고 자신들이 보기에 하찮다고 마구잡이 무엇을 주다보면 자기가 알아서 살아가던 사람들의 주체성을 무너뜨리게 됩니다. 결국, 우리동네 아이들은 외국인이 오기만 하면 돈을 달라고 손을 벌리고 있어요”

바타드 토박이 사이먼 씨가 위와 같이 말할 때, 80세 가까이 된 노파가 한 마디 던졌다.

“니들 때문에 애들이 거지가 되고 있어”

바타드 마을 가는 길
급격하게 몰려드는 관광객들은 이 지역 내에서 통제가 되지 않고 있었다. 그 중 현지의 문화관습은 아랑곳하지 않고 제 멋대로 행동하는 관광객들은 바타드 지역에 큰 골칫거리가 되어 있었다. 특히 멀쩡히 살고 있는 사람들한테 자신들의 기준에 맞지 않는 옷이나 생활양식을 고수한다고 해서 불쌍하다 폄하하고 마구잡이로 무엇을 주는 행위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였다.

결국 바타드 사람들은 변했다. 관광객이 끊임없이 드나들면서 도로와 계단식 논을 파괴하여 이런 것들을 유지보수 하기위해 세운 공익단체 ‘바타드 환경관리협회’는 언젠가부터 그 돈을 몇 몇 집행부들이 횡령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 지역에서 가장 바르게 살아간다는 사이먼 씨 조차 그 쪽에 기부를 하는 나를 보고 말릴 정도 였다.

너도 나도 숙박업을 하면서 관광객들이 어느 집에서 자느냐가 시빗거리가 되었고, 밤마다 관광객들한테 마사지를 받을 생각이 없냐고 물어보며 이집저집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결국 계단식 논에서 농사를 짓고 유지보수를 하는 것은 노인들만의 몫이 되었고, 아이들은 학교를 가기보단 관광객을 대상으로 음료수를 팔거나 구걸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말한다.

“관광객이 몰려오니 가장 큰 문제는 서로가 서로를 못 믿게 된 것이다. 우리의 공동체는 파괴되고 있으니…”

짧은 시간, 관광의 폐해를 맛본 공정여행 참가자들의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 ‘공정함에 감동한 사람들이 만드는 세상(공감만세)’은 '공정여행‘을 계속 고민하는 친구들과 만나고 싶습니다. 관심있으시면, 카페(http://cafe.naver.com/riceterrace)에 들러주세요!

고두환 casto84@gmail.com 트위터 http://twitter.com/casto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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