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이 변화하고 있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초현실주의라는 말조차 무색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작가들은 작업 과정에서 디지털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면서 선배작가들이 누리지 못했던 창작의 나래를 무한대로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소재나 기법도 자연스레 파격적이다. 전시공간도 미술관 안팎을 넘나든다. ‘너무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냐는 일부의 비판도 있지만 당대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흐름임이 분명하다. 화폭과 화법이 풍성해지면서 메시지도 깊고 다양한 울림으로 다가오고 있다. 몇몇 전시들을 통해서도 이를 가늠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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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표의 ‘풍경’ |
프랑스 작가 로랑 그라소는 현대미술전시실인 뮤지엄2의 외벽에 알파벳 19개로 이뤄진 네온 작업을 설치했다. 전시장 옥상에 설치된 루이스 부르주아의 거대 거미조각 ‘마망’과 미술관 주변 풍경과 어우러져 과거의 어느 곳, 또는 미래의 어느 지점에 와 있는 기분좋은 착각에 빠져들게 된다.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Memories of the Future’를 떠올리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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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호의 ‘버팔로’ |
9월12일까지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2인전을 여는 김남표와 지용호의 작업도 눈여겨 볼 만하다. 초현실적 풍경 회화의 김남표 작업에선 인조털을 이용한 오브제가 얹혀진다. 실타래같이 이야기들이 풀려나오는 일종의 장치다. 자주 등장하는 얼룩말은 동양화적인 필선의 의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자동차, 핸드백, 굽높은 힐 등은 한 화폭에 어우러져 풍경이 된다. 그릇에 힐이 놓이기도 한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물들이 기능성은 제거되고 풍경으로 환원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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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륜의 영상작품 ‘From right to lef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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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가 로랑 그라소의 ‘기억들’ |
편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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