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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은행 ‘국제화’ 말뿐… ‘집안 호랑이’?

입력 : 2011-05-25 00:35:11 수정 : 2011-05-25 00:3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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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국적화지수 2.7%… 2년째 제자리
해외점포 순익도 ‘내리막’… 지난해부터 다소 회복
앞다퉈 해외공략… 과당경쟁으로 ‘나눠먹기’ 우려
‘집 안 호랑이’라는 말이 있다. 제 집에서나 큰소리칠 뿐 밖에서는 어깨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국내 은행들도 이런 비유에서 자유롭지 못할 듯싶다. 저마다 ‘세계 금융 선도’, ‘국내 금융 1인자’라고 내세우지만 위상과 역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수준이다. ‘메가뱅크(초대형은행)’ 논의 속에 이미 꾸준히 덩치를 키워 왔지만 실망스러운 해외 경영실적이 이를 말해준다.

◆은행 국제화, 2년째 제자리걸음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2010년 말 기준 초국적화지수 평균치는 2.7%로, 2009년에 이어 2년째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초국적화지수는 은행 총자산과 이익, 인원에 대한 해외점포 자산·이익·인원의 일정 비율로, 통상 기업의 국제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쓰인다.

금감원은 지난 4월 “2010년 초국적화지수가 3.6%로, 2009년 2.7%보다 일부 상향됐다”고 발표했으나 이는 시중은행의 잘못된 데이터에 따른 오류로 드러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본 데이터에 문제가 있었던 탓”이라고 설명했지만 이후 별다른 정정 발표조차 하지 않았다.

은행별로 보면 산업은행과 외환은행이 각각 11.1%와 9.8%로 평균을 웃돌았을 뿐 업계 1·2위를 다투는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각각 1.6%와 0.7%에 불과했다. 2006년 말 기준으로 스위스 최대은행 UBS 76.5%, 도이치뱅크 75.2%, HSBC 64.7% 등에 비하면 우리 은행의 국제화 수준은 한참 떨어진다.

국내은행의 해외점포 총당기순이익 역시 2006년 중 4억3600만 달러를 기록한 이후 줄곧 하락 추세를 보이다가 작년에서야 그나마 회복세를 보였다. 해외점포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은 2005년 중 1.52%에서 2010년 중 0.61%로 아예 절반 이상 하락했다. 총자산순이익률은 은행이 자산으로 얼마나 이익을 잘 냈는지를 반영하는 지표로, 해외점포의 이익률이 5년 사이에 반토막난 셈이다.

◆‘국내시장 나눠 먹기’ 경쟁 벗어날까

은행들은 최근 금융당국의 독려 속에 해외 점포망 개설을 서두르고 있다. 신한은행은 베트남에서 신한카드와 공동으로 카드사업을 시작하는 것을 계기로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 5∼7개 영업망을 추가 확장할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2013년 중국 내 현지법인 설립을 위해 다음달 중국 당국에 인가 신청할 예정이고, 6월에는 베트남 호찌민 지점이 문을 연다. 우리은행은 올해 안에 러시아와 중국에 지점과 분행을 개설하고 인도 뉴델리 사무소는 첸나이지점으로, 브라질 상파울루 사무소는 법인 전환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영업장 확충과 함께 베트남과 아랍에미리트, 인도 지점 개설도 모색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주택담보대출 등 국내 여신 시장이 포화상태에 도달하자 은행들이 해외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독려도 한몫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달 시중 은행장들을 불러 국내 시장에서 과당경쟁을 자제하고 해외시장 진출에 나설 것을 당부한 바 있다.

그러나 경쟁적인 해외 점포망 개설이 ‘해외 개척’이 아니라 과거처럼 교포들을 상대로 한 ‘국내시장 나눠 먹기의 재판’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에는 동아시아 거점 확충, 미국 서부권 진출 등 다양한 활로를 모색하는 만큼 금융당국도 해외진출협의회, 금융중심지지원센터 등을 통해 적극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h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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