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디자인계가 주목하는 네덜란드 젊은 디자이너 요리스 라만(32)은 자신을 돕는 엔지니어뿐 아니라 장인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작업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과 장인정신이 융합된 ‘하이브리드 디자인 모델’로 스타덤에 오른 요리스 라만. 그의 디자인작품은 고도의 기술을 요할 뿐 아니라 수작업이라는 조각적 특성도 지녀 ‘디지털 공예’로 불려지기까지 한다. |
이러한 방식은 본래 독일의 자동차 산업에서 이용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재료 할당을 최적화하고 과정을 최소화하면서 무게감과 안정성을 얻을 수 있도록 유도한다. 자연스럽게 다양한 재료개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과학자가 예술가의 정서적 창의성과 자유의지를 활용하고, 예술가가 과학자의 규율과 기술을 적극 활용한다면 훌륭한 성과를 이루어낼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에게 ‘올해의 혁신가상(賞)’을 수여한 월스트리트저널은 “라만의 작업은 비가시적인 과학의 논리와 디자인적 장식성을 고르게 융화했다”고 평했다.
라만은 “자연의 섭리는 내 작업의 원천”이라며 종국적으론 자연과 우주에 디자인의 뿌리를 두고 있음을 고백한다. 그에게 그것을 가능케 해 준 것이 과학기술인 셈이다. 2003년 네덜란드 디자인 아카데미 에인트호번을 수석 졸업한 라만은 2004년 작업실을 열고 첨단 기술을 접목시킨 독창적인 가구 디자인을 선보였다.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전시된 그의 의자 작품이 미술관에 영구 소장되는 등 각종 디자인상을 휩쓸며 실력 있는 디자이너로 부상했다.
본 체어(Bone Chair) Photo by Jon Lam, NYC Courtesy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
이 소프트웨어는 의자의 부위별 치수와 사람의 몸무게 등 기본 정보를 입력하면 무게감과 안정성을 갖춘 이상적인 의자 디자인을 3차원 입체 이미지로 보여준다.
“만약 자연에서 저절로 의자가 만들어진다면 아마도 이런 모양이 될 것입니다. 한마디로 진화한 의자인 셈이지요.”
밑에서 보면 숲을 연상시키는 ‘포레스트 테이블(Forest table)’도 이런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디자인했다. 지난해 제작된 ‘잎 테이블(Leaf table)’은 작가가 세포분열 원리에서 착안해 개발한 소프트웨어로 디자인한 작품이다.
이처럼 디자인에 첨단 기술을 접목시키는 까닭에 라만은 자신의 작업실을 ‘연구실’이라 부르고 엔지니어들과 협업한다. 그러나 디자인의 모든 과정에 직접 참여하며 작품을 제작할 때에도 일일이 손으로 만들어낸다. 물론 장인의 도움도 받는다.
“과학자, 엔지니어와 작업을 많이 하는데 우리 연구실에서는 (과학자, 엔니지어와는) 다른 언어로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낼 방법을 연구하지요. 엔지니어들은 자신들의 관점에서 안 된다고 할 때가 많아요.
그럴 땐 제 방식대로 밀어붙여 가능케 만들지요.” 그는 새로운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신소재에 대한 연구도 계속해 최근에는 이탈리아산 대리석과 레진을 합성해 단단한 소재를 만드는 등 새로운 소재를 개발해 특허를 받기도 했다.
뼈나 나뭇잎 등 주로 자연, 유기체와 연관된 디자인을 선보인 그는 정작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자연에서 찾아볼 수 있는 아름답고 우아한 형태들에 매혹되긴 하지만 자연이라는 소재를 고수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전에 불가능했던 것에 대한 도전이지요. 지금 우리 주변의 디자인상품들은 일률적으로 찍어내기에 편리한 모양이지만 앞으로 5∼10년 후엔 새로운 기술 덕분에 더 다양한 형태와 언어를 가진 디자인들이 등장하게 될 겁니다.” 에디션이 없거나 몇 개 안 되는 그의 디자인 작품은 예술가구이자 하나의 조각작품으로 대우받고 있다. 내년 1월20일까지 소격동 국제갤러리 (02)735-8449
편완식 선임기자 wansi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