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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혁신학교

입력 : 2012-02-17 18:05:48 수정 : 2012-02-17 18: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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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정규학교와 반대로
2000년 국제학업성취도 평가서 독일 최우수학교로 선정
학교에선 맞춤법을 익히기 위해 통상적으로 받아쓰기를 한다. 하지만 독일의 5∼10학년(10∼16세) 학생들이 다니는 공립학교 ‘헬레네 랑에’에선 이런 교육 방식은 쓰지 않는다. 맞춤법이 서투른 아이의 약점을 부각시켜 글쓰기의 재미를 앗아간다는 이유 때문. 대신 읽기와 글쓰기에 흥미를 잃은 아이들은 교사와 편지를 주고받거나, 벽보와 학급일지를 만들게 한다. 영어나 불어에 흥미를 잃은 아이들에게는 연극을 하도록 유도한다. 연극을 3년간 하고 나면 영어 말하기나 글쓰기는 저절로 이뤄진다는 게 이 학교의 교육 방식이다.

에냐 리겔 지음/송순재 옮김/착한책가게/1만5000원
꿈의 학교, 헬레네 랑에  -상상을 현실로 만든 혁신학교 이야기/에냐 리겔 지음/송순재 옮김/착한책가게/1만5000원


이를 두고,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지는 “연극을 많이 하면 수학도 잘 하게 된다”고 평했고, 타게스차이퉁은 “학생들이 한국인만큼 영리하고 핀란드인만큼 우수하다”고 평했다. 이 책은 독일식의 딱딱하고 획일적인 교육 방식을 혁파하고 학생 입장에서 교육 방식을 개발한 세계적인 혁신학교의 전형을 소개한다. 저자는 이 학교에서 30여년간 혁신 바람을 일으켰던 교장이다.

헬레네 랑에 학교의 출발점은 획일적이고 일체적인 교육을 거부하는 것이다. 학생 각자의 관심사와 꿈을 고려해 하고 싶은 공부를 선택하도록 기회를 마련한다. 이를 위해 교사들부터 그룹을 지어 학생지도에 따르는 필요한 지식들을 습득하고 추려낸다. 교사들이 고민한 끝에 종래 커리큘럼 수업 대신, 프로젝트 수업을 도입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집단으로 그룹을 지어 원어 연극을 완성하거나, 동물의 습성을 연구해 리포트를 작성하고 발표토록 하는 것이 프로젝트 수업이다. 이 학교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교육활동은 이뿐이 아니다.

헬레네 랑에 학교의 학생들은 스스로 절약한 용돈을 모아 연극연출가, 가수, 요리사와 수공기술자 등 여러 전문가들을 고용한다. 학생들의 성적을 점수로 평가하는 제도를 없애고, 대신 교사와 대화하고 학생이 답변하는 것으로 성적을 대신한다. 거의 모든 교육 활동이 종래 주입식 교육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학교는 2000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독일 내 최우수 학교로 선정됐다.

이 책의 전반부에는 자유글쓰기나 연극 활동, 학교 문을 나서서 배우는 실천학습, 상상력과 침묵 훈련 등의 실제 사례와 경험들이 담겨 있다.

학생들이 스스로 작성한 리포트를 프로젝트를 함께하는 동료들 앞에서 발표하고 있다.
국내에선 무너진 공교육 시스템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다. 매년 수만 명의 학교 중퇴자를 양산한다. 수험 때는 수백 명의 학생을 자살로 내몰고 있는 게 한국적 현실이다. 교사와 학생 간 그리고 학생들 간의 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도 우리 교육의 자화상이다. 국내의 교육적 현실에 비춰 이 책이 주는 시사점은 작지 않다.

이 학교가 2000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독일 내 최우수학교로 선정됐을 때 슈피겔지는 “거의 모든 것을 정규학교와 반대로 하더니 PISA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했다”고 소개했다.

독일 공립학교의 재정 및 교사 수 부족, 과도한 학습량 등은 한국적 상황과 흡사하다. 이 책은 에냐 리겔 교장이 학교를 어떻게 바꿔나갔는지, 학생들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보여주는 기록물이다. 헬레네 랑에는 흔히 대안학교라 불리는 저급 학력의 학교였다. 그러나 교장 등 교직원들의 역발상으로 학교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실증하고 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 @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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