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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오 선문대 교수·컴퓨터공학 |
비행기가 착륙하자 마자 많은 사람이 공통적으로 하는 행동이 있다. 휴대전화를 꺼내 전원을 켜고 연락온 것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물론 그중에 시각을 급하게 요하는 중요한 일은 거의 없다. 또 상당수의 사람이 일어나자 마자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휴대전화를 사용한다. 손 안의 작은 PC라고 할 만큼 다양한 기능이 탑재돼 있는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이러한 증상은 더욱 급속하게 증가했다.
사람은 몇 백만 년 이상 어두울 때 잠이 들었다가 밝을 때 일어나 활동을 개시했다. 어두운 환경이 숙면에 도움이 되며 노화를 방지하거나 성장을 촉진하는 호르몬이 분비된다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결과에 나와 있다. 잠자리에 누워 스마트폰을 30분 정도 하게 되면 우리의 시각과 두뇌는 스마트폰의 밝은 빛에 노출되어 잠의 질이 떨어지고 결국 만성피로의 주요한 원인이 된다.
심지어는 결혼식 도중에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신랑·신부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초·중·고 학생들도 심각한 것은 마찬가지다. 교사가 수업을 하는데 학생이 스마트폰으로 계속 다른 짓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강제로 스마트폰을 압수하기도 하지만 때론 학생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얼마 전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법률까지 국회에 제출한 상황에 이르렀으니 참 씁쓸한 일이다.
우리는 스마트폰 없이도 아주 오랜 기간 행복하게 사람 간의 관계를 유지하며 건강하게 살아왔다. 스마트폰이 없어도 약속을 하고 만나고 이야기하며 사람들 간의 따스한 정을 나누었다. 스마트폰이라고 하는 이 시대 최고의 문명의 이기는 우리에게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이러한 도구에 몰입되어 이것이 없으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것 같은 공포에 차 스스로 스마트폰의 노예가 돼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이경오 선문대 교수·컴퓨터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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