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원 시절 어느 교수가 말했다. “판검사에 임용을 못 받으면 인생 실패한 거야.” 그분은 좋은 의미로 말씀하셨지만 그 말을 듣는 나는 답답한 마음 그지없었다. 평생을 최고와 최선을 추구한 사람이나 하는 말로 들렸다. 인생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러니 그런 사람들은 그 대가를 전관예우로 받고 싶을 것이다.
고성춘 조세전문변호사 |
서울지방변호사회보에 나온 최환 변호사 인터뷰 내용이다. 검찰의 요직을 두루 거친 검사장 출신인 그에게 기자가 물었다. “전관예우를 받아 로펌에서 수억대 월급을 받을 수 있었지 않느냐”고. 그가 대답했다. “국록 먹고 퇴직하고 퇴직금 받았으면 됐지 무슨 욕심을 더 부립니까. 50세 즈음에는 하늘의 뜻을 알아야죠.” 그의 사무실에는 그 흔한 변호사 간판도 없다고 한다. 그는 전관이 될 당사자들에게 ‘욕심’을 경계할 것을 당부했다. “돈을 들고 전관에게 모여드는 사람들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돈에 가려 그 이유를 못 본다면 결국 스스로 피고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에게 향기가 난다. 그렇지 못한 전관들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내 사무실도 얼마 전까지는 간판이 없었다. 알음알음 찾아오는 사람의 사건만 해줬다. 성공보수도 ‘알아서 주세요’ 라고 한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근기가 부족하다 보니 번번이 물욕에 굴복한다. 그러니 위선이 되는 것이다.
지금도 내 이름 석 자가 세상에 드러나지 않기를 바라는 전관출신 변호사가 많다. 새로운 길을 개척한 사람은 전관이 있을 리 없다. 인생은 자기가 만들어낸 흔적이다. 위선이든 뭐든 달갑게 받아들여야 할 비판이다.
고성춘 조세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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