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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 뜬 ★] 불혹 넘긴 사격 박봉덕
박봉덕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기라도 하는 것일까.

사격 대표팀의 박봉덕(41·동해시청·사진)은 중학교 1학년 때인 1986년 처음 총을 잡아 28년째 현역 선수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사격 대표팀 선수 중 최고령이다. 상무에서 활동하던 20대 중반에는 2년간 슬럼프에 빠져 선수 생활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30대 중반에는 심한 신경통으로 다리를 절었다. 늘 사격화나 군화를 조여 매다 보니 발가락 신경 중 일부가 눌려 터져버린 것이다. 신경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지만 여전히 걷는 데 불편함을 느낀다.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사격 선수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는 질환. 이제는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에 빠진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럴 때마다 박봉덕은 마음을 다잡고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나이가 많아서 끝물”이라는 생각을 하며 출전한 인천아시안게임. 박봉덕은 25일 50m 소총 복사에서 개인전 동메달, 단체전 은메달을 목에 걸며 자신이 건재함을 알렸다. 개인 통산 3번째 은메달이자 2번째 동메달이다.

그러나 30년 가까이 이어온 선수 생활 동안 메이저 대회에서 한 번도 시상대의 맨 위에 오르지 못했다. 이날은 한때 1위까지 치고 나가며 내심 금메달까지 기대했다. 하지만 중국의 자오성보와 말레이시아의 무함마드 에주안 빈 나시르 칸에게 잇달아 따라잡혀 금메달과 인연을 잇지 못했다. 박봉덕은 “후배들에 뒤처지지 않게 준비를 해왔다. 그런 것이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불혹을 넘긴 나이지만 박봉덕은 여전히 ‘내일’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거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뛰었다”면서도 “선배들이 위에서 받쳐주는 가운데 후배들이 치고 올라와야 하는데, 아직 국내 사격 여건이 마땅치 않아 후배들이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실력이 된다면 더 뛰고 싶다”고 말했다.

금메달의 꿈도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금메달)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며 “다음에도 아시안게임 출전 기회가 주어진다면 금메달을 노려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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