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춘 조세전문변호사 |
갑이 돈을 번 이야기다. 갑이 돈을 번 방법은 한마디로 눈먼 국가 돈을 빼먹는 것이었다. 그는 미국과 홍콩에 있는 동생들을 통해 유령회사를 세운 후 그 회사에 폐 반도체를 수출했다. 수출실적을 높여 무역보험공사의 보증인수 한도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었다. 보증인수 한도는 은행에서 대출사고가 나더라도 보험공사가 그만큼 대신 변제해주는 것이다. 그러니 보증인수 한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회사는 은행에서 받는 대출액이 많아진다. 그래서 갑이 생각해낸 것이 폐 반도체를 수집해 수출실적을 늘려 보증인수 한도가 무제한으로 되도록 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동생들이 형식적으로라도 수입대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는 것이었다. 유령업체가 물건 값을 지급할 수 없는 것은 당연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갑이 대신 지급하는 것이었다. 소위 ‘자기변제’라고 하는 것이다. 무역보험공사 입장에선 보증한도를 높일 때는 당연히 수입업체의 신용조사가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수입업체가 페이퍼컴퍼니였음을 알지 못했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의미다. 또한 수출결제실적증명서라는 것이 있다. 은행이 대출해줄 때 수출대금 결제실적이 얼마나 좋은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다. 몇 달 넘게 몇 번이나 수출대금 결제가 연체됐는지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갑은 자기변제를 하다 보니 결제실적이 좋을 리 없었다. 그럼에도 갑은 3000억원이 넘는 대출을 받고 외국으로 도망갔다. 지금의 M사와 엇비슷하다.
필자가 보건대 M사 대표는 처음부터 대출사기를 의도한 게 아니고 오히려 거액의 대출을 해줄 수 있다고 꼬드긴 세력의 유혹에 넘어간 것 같다. 일명 국가 돈을 빼먹는 세력이다. 그들은 돈이 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존재한다. 아마 그들이 우리나라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벌 것이다. 세금도 안 내기 때문이다. 세금 내는 사람 따로 있고 이를 빼먹는 사람 따로 있다. 국가 돈 누수만 잘 단속해도 세금 증대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고성춘 조세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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