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은 로컬푸드 직매장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2014년 소비자 참여형 직거래 활성화 공모사업이란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준다. 로컬푸드의 기본 취지는 이렇다. 반경 50㎞ 이내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다단계 유통을 거치지 않고 신선한 먹거리를 소비자에게 판매한다는 게 주된 목적이다.
그래서 유통 구조가 극히 단순하다. 소비자는 신선한 농산물을 20% 이상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게다가 생산자 이름과 재배날짜까지 표시돼 국적 불명의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도 사라져 농민과 시민들은 안심하고 있는 터이다.
한승하 사회2부 기자 |
하지만 농민의 이익 증진 등 상생을 도모해야 할 농협이 수입 농·수산물 등을 대거 판매하는 작태는 농민과 소비자들을 저버린 셈이다. 실제 매장 진열대에는 엉뚱하게도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사과, 배 등이 자리 잡고 있었다.
대기업 가공식품과 공산품까지 판매하고 있다. 심지어 수산물 코너에서는 러시아산 동태와 에콰도르산 새우, 태국산 주꾸미까지 버젓이 판매하고 있어 꼴불견이다. 농협 입장에서야 “구색을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농민을 보호해야 할 농협이 야심차게 시작한 광양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수입 농·수산물을 판매하는 것은 농민을 기만하는 추태다. 농민과 소비자를 위한 로컬푸드 직매장이 기본 취지에 충실하기를 바란다.
한승하 사회2부 기자 hsh6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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