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오후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총리 후보자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
황 후보자는 부장검사 시절부터 국가정보원과 ‘인연’을 맺었다. 2002년 서울지검 공안2부장 시절 그는 야당이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정형근 의원 등이 폭로한 국정원 도청 문건 수사를 담당했다. 당시 검찰은 국정원을 찾아가 현장조사를 벌인 뒤 “지금의 기술 수준으로는 휴대전화 도·감청이 불가능하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그러나 이 결론은 불과 3년 만에 뒤집혔다. 2005년 안기부(국정원) X파일 및 국정원 도청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국정원 압수수색을 통해 국정원이 오랫동안 휴대전화 불법 감청을 한 정황을 포착하고 임동원·신건 두 전직 국정원장을 구속기소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던 황 후보자가 이 사건 수사를 직접 지휘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감싼 국정원 댓글 수사
2013년 법무장관에 취임한 그는 서울중앙지검의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과정에서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과 갈등을 빚었다. 채 총장과 수사팀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2012년 대선 당시 댓글 등을 통해 정치에 관여했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려 했으나, 황 후보자는 “증거가 충분치 않다”며 보류했다. 이 일로 당시 수사팀장이던 윤석열 부장검사가 직속상관인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에게 항명하는 사태가 전개됐다. 지난 2월 서울고법은 황 후보자의 판단과는 달리 원 전 원장의 대선 개입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강정구 교수 국보법 사건, 통합진보당 해산 주역
노무현정부 시절 황 후보자는 공안사건 수사에서 청와대·법무부와 마찰이 잦았다. 2005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던 강정구 동국대 명예교수 사건이 대표적이다. 황 후보자가 지휘하던 서울중앙지검 공안부 수사팀은 천정배 당시 법무장관의 불구속 수사 주문을 무시하고 구속영장 청구를 고집했다. 결국 천 장관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검찰에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그 여파로 김종빈 검찰총장은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사퇴해야 했다.
황 후보자가 법무장관에 오른 2013년 수원지검은 국정원 등과 협조해 옛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을 수사해 이 전 의원을 구속기소했다. 황 후보자는 이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박 대통령 재가를 얻어 헌법재판소에 통진당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심판을 청구했다. 법무부는 정점식 현 대검 공안부장 등 공안 검사들을 총동원해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었다. 2014년 12월 헌재는 재판관 8대 1 의견으로 법무부 청구를 받아들여 통진당 해산 결정을 내렸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이재화 변호사는 “평생을 공안적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 황 후보자를 총리로 내정한 것은 국민을 소통이 아닌 통치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뜻한다”며 “뼛속까지 공안검사인 황 후보자는 민주주의 국가의 총리로서 기본적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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