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편된 ‘오늘의 작가상’ 첫 수상작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문학과지성사)의 작가 구병모(39)는 전화기 너머에서 차분하게 수상 소감을 말했다. 그는 2008년 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으로 등단해 장편 4권, 소설집 2권을 상재하며 왕성한 작품활동을 벌여 눈 밝은 이들에겐 주목의 대상이었지만 데뷔작 ‘위저드 베이커리’가 베스트셀러로 대중에 각인되면서 청소년문학 작가 이미지가 여전히 더 강한 편이었다.
새로 개편된 ‘오늘의작가상’ 첫 수상자로 선정된 소설가 구병모. 청소년문학 작가로 데뷔한 그는 “최근 발표되는 작품들을 보면 더 이상 장르 구분은 무의미해지는 것 같다”면서 “독자 입장에서 보면 잘된 소설과 잘 안 된 소설로만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
구병모는 “엄청나게 큰 재난도 있고 일상에서 뾰족하게 솟아나는 파편 같은 재난이 있는가 하면 작은 상처들이 모여 엄청난 상처가 되는 재난도 있다”면서 “그동안 써 온 소설들에서 지속적으로 일상의 재난을 다루어 왔는데 궁극적으로 그 재난을 막을 방법을 제시하진 못했지만 피하지 않고 바라보기는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올봄 남편 직장을 따라 경남 진주로 이사한 그는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바라는 책 제목은 작가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나만은 재난을 외면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긴 것”이라고 부연했다. 심사위원들은 수상작을 두고 “가열찬 오븐”(정미경) 이거나 “현실과 환상 사이에서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여는 새로운 상상력”(박대일)이라고 평가했다.
최종 후보작에 오른 10편은 수상작을 포함해 ‘국경시장’(김성중), ‘계속해보겠습니다’(황정은), ‘기린이 아닌 모든 것’(이장욱), ‘불로의 인형’(장용민), ‘잠실동 사람들’(정아은), ‘차남들의 세계사’(이기호),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천명관), ‘투명인간’(성석제), ‘한국이 싫어서’(장강명) 등이다.
1977년 ‘오늘의 작가상’을 제정해 본격 문학의 대중화 기반을 만들었고 이번에 다시 범 문단 차원 문학상으로 개방한 박맹호(81) 민음사 회장은 “최근 잇단 문학 출판계 파문은 오히려 한국문학과 출판을 일신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면서 “그동안 어떤 의미에서 문학이 파손된 측면이 있는데 이 상이 새롭게 출발하는 촉매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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