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카시즘에 기원을 둔 우리 사회의 색깔론이 대표적이다. 매카시즘은 미·소 냉전이 한창이던 1950년대 조지프 레이먼드 매카시 공화당 상원의원(위스콘신주)이 국무부 내 진보성향을 가진 관료들을 공산주의자로 몰며 마녀사냥을 한 데서 비롯됐다.
남에서는 역대 권위주의 정권이 반공(反共)을 국시(國是)로 내세워 정권 안정을 꾀하면서 색깔론이 고도의 통치술로 자리를 잡았다. 이승만 정권에서의 조봉암 사형, 박정희 정권에서의 인혁당 사건이 대표적이다. 1986년에는 국시는 반공이 아니라 통일이라고 주장한 현역 국회의원이 구속됐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철학과)는 “북한이라는 엄연한 적대세력이 있는 상황에서 정통성이 결여된 군사정권이 정권안보를 위해 ‘빨갱이’ 등을 활용해 색깔론을 많이 악용했고 위협을 부풀리는 일을 꾸준히 해왔다”고 말했다.
한반도의 분단은 남북 주민의 머릿속도 갈라놓았다. 특히 적대감에 기초한 색깔론은 우리 사회에서 남남 갈등의 원인이자 통일의 장애물이다. 사진은 우리 사회의 색깔론이 폭발적으로 드러나는 대통령선거의 유세 현장. 세계일보 자료사진 |
북도 마찬가지다. 김일성은 과거 정치적 경쟁자를 미제국주의의 간첩, 반당(反黨), 반혁명이라는 이름으로 하나 하나 제거하며 유일지배체제를 확립했다. 또 다른 의미에서의 색깔론 활용이었던 셈이다. 이제 북은 주체사상 외의 다른 사고는 사문난적(斯文亂賊)이 되는 일색(一色)사회가 됐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은 사회의 종착점이기도 하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진정한) 공산주의 하에서는 회의 등을 거치며 온건파와 급진파로 나뉠 수 있지만, 김정일시대에 들어 (공산주의 사상보다) 주체사상만 강조됐고 여러 회의가 명령을 추인하는 거수기로 전락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적대감을 기반으로 한 색깔론은 우리가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 사회의 색깔론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양성의 인정과 관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남궁영 한국외대 정치행정언론대학원장은 “국가의 발전, 시기성을 볼 때 어떤 순간에는 보수가 옳고, 다른 순간에는 진보가 옳을 수 있다”며 “다른 의견을 존중하고 표출을 인정하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의 노력도 촉구했다. 이준한 인천대학교 교수(정치외교학과·선거구획정위원회 위원)은 “색깔론은 지지층과 반대편을 구분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정치수단”이라며 “정치권에서 이것을 선거에서 이용하는 것을 자제하고 유권자들도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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