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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北, 비판·반대자 敵으로 규정 맹공… 통일에 걸림돌 우려

관련이슈 광복·분단70년, 대한민국 다시 하나로

입력 : 2015-09-01 19:32:32 수정 : 2015-09-01 16: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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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분단 70년, 대한민국 다시 하나로] ③ 색깔론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분단의 철책은 남북 주민의 머릿속도 갈라놓았다. 남북이 각각 국가 운영의 절대 이념을 확립하면서 비판자나 반대자를 적(敵)으로 규정하는 논리적 토대가 마련됐다.

매카시즘에 기원을 둔 우리 사회의 색깔론이 대표적이다. 매카시즘은 미·소 냉전이 한창이던 1950년대 조지프 레이먼드 매카시 공화당 상원의원(위스콘신주)이 국무부 내 진보성향을 가진 관료들을 공산주의자로 몰며 마녀사냥을 한 데서 비롯됐다. 

남남 갈등을 유발하는 우리 사회의 색깔론은 미국의 매카시즘보다 더 격렬하다. 6·25전쟁이라는 이념 전쟁 속에서 손에 피를 묻힌 경험에서 비롯된 적대감정이 합리적 이성을 짓밟을 수 있는 취약한 조건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족 상잔의 경험 유무는 과거 독일 분단 상황과 구별되기도 한다. 서독은 자유민주주의 진영, 동독은 사회주의 진영에 속했으나 색깔론 논란은 없었다고 한다. 양승함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전쟁 없이 구소련에 의해 동쪽과 서쪽이 나뉜 독일이 국제분단이라면, 남북은 국제분단과 더불어 6·25전쟁을 거친 후 나뉜 국내적 분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6·25전쟁을 통해 이념 대결이 단순히 ‘사고(思考)의 장(場)’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장’에서 생존 자체를 위협할 수 있음을 체험한 것이 색깔론의 파괴력을 높인 것이다.

남에서는 역대 권위주의 정권이 반공(反共)을 국시(國是)로 내세워 정권 안정을 꾀하면서 색깔론이 고도의 통치술로 자리를 잡았다. 이승만 정권에서의 조봉암 사형, 박정희 정권에서의 인혁당 사건이 대표적이다. 1986년에는 국시는 반공이 아니라 통일이라고 주장한 현역 국회의원이 구속됐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철학과)는 “북한이라는 엄연한 적대세력이 있는 상황에서 정통성이 결여된 군사정권이 정권안보를 위해 ‘빨갱이’ 등을 활용해 색깔론을 많이 악용했고 위협을 부풀리는 일을 꾸준히 해왔다”고 말했다. 

한반도의 분단은 남북 주민의 머릿속도 갈라놓았다. 특히 적대감에 기초한 색깔론은 우리 사회에서 남남 갈등의 원인이자 통일의 장애물이다. 사진은 우리 사회의 색깔론이 폭발적으로 드러나는 대통령선거의 유세 현장.
세계일보 자료사진
1987년 이후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과거보다 훨씬 다양성인 인정되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으나 남남 갈등에서 나타나듯이 색깔론은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 선거나 총선 때마다 재연되는 색깔론 시비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학문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1997년 초등학생용 통일교재 ‘나는야 통일 1세대’의 용공(容共) 논란이 대표적이다. 저자 이장희 아시아사회과학연구원장은 “연구실에 매일 협박전화가 오고 학교를 그만두라고 교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거나 파고다 공원에서도 사람들이 데모를 했다”며 위협적이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공산주의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면 처벌해야 하지만 연구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며 “독일은 통일 이후에도 공산당이 있었고 (선거를 통해) 국민 선택에 길을 열어줬다”고 말했다. 최근 국가정보원 개혁, 특수활동비 논란에서 다시 고개를 든 색깔론이 종북(從北) 시비로 확장되면서 우리 사회의 이성적 논의 구조를 마비시키는 폐해도 여전하다.

북도 마찬가지다. 김일성은 과거 정치적 경쟁자를 미제국주의의 간첩, 반당(反黨), 반혁명이라는 이름으로 하나 하나 제거하며 유일지배체제를 확립했다. 또 다른 의미에서의 색깔론 활용이었던 셈이다. 이제 북은 주체사상 외의 다른 사고는 사문난적(斯文亂賊)이 되는 일색(一色)사회가 됐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은 사회의 종착점이기도 하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진정한) 공산주의 하에서는 회의 등을 거치며 온건파와 급진파로 나뉠 수 있지만, 김정일시대에 들어 (공산주의 사상보다) 주체사상만 강조됐고 여러 회의가 명령을 추인하는 거수기로 전락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적대감을 기반으로 한 색깔론은 우리가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 사회의 색깔론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양성의 인정과 관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남궁영 한국외대 정치행정언론대학원장은 “국가의 발전, 시기성을 볼 때 어떤 순간에는 보수가 옳고, 다른 순간에는 진보가 옳을 수 있다”며 “다른 의견을 존중하고 표출을 인정하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의 노력도 촉구했다. 이준한 인천대학교 교수(정치외교학과·선거구획정위원회 위원)은 “색깔론은 지지층과 반대편을 구분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정치수단”이라며 “정치권에서 이것을 선거에서 이용하는 것을 자제하고 유권자들도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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