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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용기있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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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3-04 21:31:15 수정 : 2016-03-04 21: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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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정의를 위해 나서야 할 때
스스로 작아지는 우리들
인간은 늘 합리적일 수 없지만
진정한 용기가 필요할 때
나설 수 있도록 노력은 해야
최근 가장 인기 있는 드라마 중 하나로 ‘시그널’이란 프로그램이 있다. 연기 잘하는 배우, 짜임새 있는 구성, 흥미를 돋우는 편집은 시청자를 불러 모으는 조합이다. 그런데 무엇보다 내 관심을 끄는 부분은 주인공이 행동으로 실천하는 ‘용기 있는 삶’이다. 용기는 사전적으로 ‘굳세고 씩씩한 기운, 사회나 공동체를 위한 옳고 바른 도리, 바른 의의’라고 정의된다. 그러니까 용기 있는 삶은 바른 도리를 실천하는 삶이라는 것인데, 알 것 같기도 하지만 구체적으로 뭘 하라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용기 있는 사람을 생각해 본다. 흔히 우리가 용기 있는 사람을 꼽으라면 독립운동가나 사회혁명가처럼 국가와 사회의 정의를 위해 자신을 바친 사람을 말한다. 그런데 용기 있는 사람들의 일생을 들여다보면 우리와 너무 다르고 한 일이 너무 거대하기에 그들을 따라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나와 다른 시대에 있었던 그냥 나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존경하기에서 멈춘다.

정경미 연세대 교수·임상심리학
더 쉽게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용기 있는 사람들은 영화 ‘커리지 언더 파이어(courage under fire)’와 드라마 ‘송곳’ ‘시그널’의 주인공인 가공의 인물들이다. 하나같이 자신이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의 이익보다 정의를 위해 행동한다. 우리는 주인공의 용기 있는 행동을 보며 응원하고 그들이 이룬 결과가 마치 내 것인 양 통쾌해한다. 가공의 인물들이 치르는 대가는 정의를 위해 치를 수밖에 없는 필수 불가결한 결과로 치부하고 애써 외면한다. 그리고 그 용기를 응원하는 것만으로 내가 훨씬 용기 있는 사람이 된 듯한 느낌으로 얼마간은 뿌듯해한다. 동시에 용기가 필요한 그 순간이 내게는 절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진정 용기 있는 사람의 얘기를 듣거나 접할 때면 우리는 절대적인 용기가 필요한 시기, 그리고 그 상황에 들어서 있지 않음에 안도한다. 또한 가끔은 작은 용기가 필요한 시기에 살고 있음을 경험한다. 그때마다 용기 있게 행동하려고 해보지만 때로는 나 자신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멈추고, 때로는 다른 사람의 잣대에 의해 용기 있는 행동이 그 빛을 잃는다.

사람들에 대한 모든 심리학적이고 과학적 사실은 사람들이 생각한 만큼 이성적이지 않으며, 생각한 대로 행동하지도 못한다고 한다. 전통 경제학에서 보는 이성적인 인간관을 대체하는 퍼지(Fudge)인간을 소개하며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의 노벨상 수상소감은 사람에 대한 사실을 깔끔하게 정리해 준다. 카너먼은 “저는 고정관념에 기초한 인간의 두루뭉술한 사고와 편향성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인간이 모두 비합리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합리성’이라는 개념은 배우 비현실적입니다”라고 말했다. 모두가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나타내고 있다.

결국, 이게 우리가 가진 한계라면, ‘용기 있는 삶’이란 사람이 가진 한계를 인식하고 용기 있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삶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내가 남보다 더 용기 있는 행동을 할 수는 없지만, 스스로는 용기 있는 행동을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으니까 말이다.

다행히도 우리가 가진 용기의 한계에 대해 연구하고 이를 미리 정리해 놓은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의 비이성적인 성향을 과학적인 실험과 철학적인 통찰로 시원하게 정리한 ‘바른 마음’의 저자 조너선 하이트는 “우리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진정 이해하고 싶다면, 이 순간만큼은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우리가 다 같이 발을 들이고 있는 게임이 어떤 식인지 그것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알려준다. 그리고 독창적인 실험으로 우리의 실체를 흥미롭게 파헤친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의 저자 댄 애리얼리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인간은 비합리적이지만, 그 행동패턴은 예측할 수 있다”는 말로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이제 우리의 노력만 남았다.

정경미 연세대 교수·임상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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