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마르께스 데 까세레스 MC 2016 새옷 입다
몸매가 잘 드러나는 정열적인 긴 붉은 드레스. 댄서는 기타의 선율에 따라 느리게 손을 들어 올리며 관능적인 눈빛을 보낸다. 천천히 리듬을 타던 댄서가 치마를 살짝 들어올리며 탭댄스를 추기 시작하면 어느새 기타 반주는 빨라지고 댄서의 몸짓도 점점 더 격렬해진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음악은 고조되고 마침내 불꽃처럼 타오른다. 스페인 전통 무용 플라멩코(Flamenco). 마르께스 데 까세레스(Marques de Caceres) MC. 이 와인은 정열적인 플라멩코 그 자체다. 사실 플라멩코는 불꽃을 뜻하는 스페인어 플레마(Flama)에 유래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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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께스 데 까세레스 설립자 엔리케 포르네르와 딸 크리스티나. 출처 홈페이지 |
마르께스 데 까세레스를 설립한 엔리케 포르네르(Enrique Forner)는 사실 프랑스 보르도의 그랑크뤼 샤또 까망삭(Chateau Camensac) 의 오너였다. 그는 1963년 프랑스 오메독의 샤또 까망삭과 크뤼 부르주아급 샤토 라로즈 트랑토돈(Chateau Larose Trintaudon)을 사들여 최고의 와인을 빚는다. 하지만 그에게는 오래전부터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꿈이 있었다. 바로 스페인 토착품종으로 스페인을 대표하는 명작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결국 결국 이를 실현하기 위해 1968년 고향인 스페인으로 돌아왔고 1970년 마르께스 데 까세레스를 설립한다. 현대 와인 양조학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에밀 뻬뇨와 그의 제자이자 세계적인 와인메이커 미셸 롤랑과 함께 최고의 와인을 빚으면서 스페인을 대표하는 와이너리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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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께스 데 까세레스 출처 홈페이지 |
사실 이전에는 리오하 지역 와인들은 바디감이 적고 오크향만 너무 강해 개성을 찾기 어려웠다고 한다. 엔리케는 새로운 양조기술과 프랑스 오크통을 사용하면서 풍부한 과실향과 균형감에 초점을 둔 와인을 빚어냈다. 이 때문에 마르께스 데 까세레스는 리오하 와인의 르네상스를 이끈 선구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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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께스 데 까세레스 MC 2016 스페셜 에디션을 소개하는 브랜드 엠베서더 Leti Ruiz. |
엔리케는 지난해 7월 타계했다. 현재 그의 딸인 크리스티나 포르네르(Christina Forner)가 4대째 와이너리를 이끌고 있다. 포도밭은 리오하의 알타(Alta), 알라베사(Alavesa), 바자(Baja) 3곳의 6만3000ha 규모이며 오랜 수명의 포도나무를 사용하기 때문에 농축미와 구조감, 복합미가 뛰어난 템프라니요와 그르나슈가 탄생한다. 또 화이트 품종인 비우라(viura)는 프레쉬하면서 미네랄이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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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께스 데 까세레스 MC 스페셜 에디션 |
또 스페인 대표 화이트 와인생산지역인 루에다에 새 와이너리도 세웠다. 125ha의 포도밭에 주로 베르데호와 쇼비뇽블랑을 재배한다. 이곳 와인은 오는 7월쯤 한국에 선보일 예정이다. 9~10월에 손수확하며 포도가 상하지 않도록 15㎏ 박스만 사용한다. 또 껍질과 함께 매우 긴 20~30일 침용과정을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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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께스 데 까세레스 MC 2016 스페셜 에디션 |
마르께스 데 까세레스는 특히 패션 업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스페인의 유명 디자이너인 파코 라반(Paco Rabanne)은 마르께스 데 까세레스 40주년때 직접 MC의 한정 레이블을 디자인했다.
또 매년 MC 스페셜 에디션를 내놓고 있는데 레이블은 와인을 닮은 정열적인 플라멩코 댄서가 담긴다. 마르께스 데 까세레스는 2012년부터 전 세계 최대의 플라멩코 패션쇼인 시모프(SIMOF·the Salon Internacional de la Moda Flamenca)와 파트너십을 맺고 공식 후원 와이너리로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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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께스 데 까세레스 레세르바 2010 |
마르께스 데 까세레스는 시모프의 의상 디자이너가 직접 제작한 레이블을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쳐 선정, 매년 MC의 스페셜 에디션으로 출시한다. 2012년부터 시작된 스페셜 에디션은 5000병만 한정 출시한다. 올해 새로 나온 MC 플라멩코 2016 에디션은 골드빛 드레스에 붉은 꽃모양 코사지를 쓴 플라멩코 댄서를 레이블에 담았다.
마르께스 데 까세레스는 금양인터내셔널에서 수입하며 대표 와인 5종을 테이스팅 했다. 마르께스 데 까세레스 레세르바 2010은 템프라니요 85%, 가르나챠 띤따 10%, 그라시아노 5%가 블렌딩됐다. 포도나무 평균수령 25~30년이며 빈티지 여건이 아주 좋거나 뛰어난 해에만 생산된다. 보통 1년의 오크 숙성하는 다른 레세르바 와인들과는 달리 22개월을 오크숙성해 진한 풍미의 힘찬 캐릭터가 돋보인다. 잘 익은 검붉은 베리류와 바닐라의 풍미로 시작되고 약간의 허브향이 따라온다. 탄닌은 높지만 부드럽다. 볶은 커피향도 살짝 올라오면서 피니쉬는 쌉싸름하게 이어진다. 와인스펙테이터에서 2005빈티지와 2010 빈티지가 각 91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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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께스 데 까세레스 그랑 레세르바 2008 |
마르께스 데 까세레스 그란 레세르바 2008은 템프라니요 85%, 가르나챠 띤따 10%, 그라시아노 5%다. 리오하 법적 규정인 5년보다 장기 숙성시키는데 26개월간 프랑스산 오크 숙성을 진행한 뒤 최소 4년 동안 2차 병 숙성을 거친다. 따라서 보다 우아하면서도 깊이 있는 리오하 와인의 위대함을 잘 보여준다. 포도나무 평균수령은 약 35∼50년이다. 역시 특별히 좋은 빈티지에만 한정적으로 만든다. 바닐라 풍미로 시작돼 향신료와 과실 풍미의 조화가 상당히 좋다. 탄닌은 파워풀하지만 오랜 기간 숙성된 덕에 매우 부드럽다. 볶은 커피와 농익은 자두 향의 부케는 꽤 깊이가 있고 매혹적인 풍미가 길게 이어진다. 견고한 구조감은 장기숙성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와인 스펙테이터에서 2004가 91점, 2005가 90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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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께스 데 까세레스 MC 2012 |
마르께스 데 까세레스 MC 2012는 플래그십 와인 가우디움과 함께 마르께스 데 까세레스의 ‘혁신’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아이콘 와인이다. 템프라니요 100%인데 평균 수령 약 30년~60년 정도의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템프라니요를 엄선해 만든다. 약 15개월 동안 프랑스산 새 오크통에서 1차 숙성을 진행한 뒤, 최소 6개월간 병 숙성을 진행한다. 템프라니요의 풍부한 과일향, 부드러운 질감과 함께 풍성한 구조감을 함께 느낄 수 있다. 붉은 과일류의 향이 부드러운 바닐라 향과 조화를 잘 이뤄 기분 좋은 아로마를 형성한다. 실크처럼 부드러운 타닌이 풍성한 과일의 미감을 극대화 시켜주며 입안을 꽉 채운다. 전통적인 리오하 와인과는 달리 현대적이며 후추, 시나몬 등 스파이시한 향신료향, 달콤한 검은 과일의 폭발적인 향이 매력적이다. 와인 엔수지애스트에서 2009 빈티지가 92점을 받았다. 스페셜 에디션은 엠씨 전체 생산량중 16개 배럴만 선택해서 만들며 국내에 1200병만 한정 수입된다. 디자이너 파코라반이 패션처럼 우하하면서도 섬세하다고 극찬한 와인이다.
가우디움(Gaudium) 2009은 템프라니요 95%, 그라시아노 5%를 섞는다. 가우디움이란 라틴어로 ‘만족’, ‘기쁨’이란 뜻이다. 6개 빈야드의 평균 수령이 약 60년~120년 정도의 고목에서 수확된 포도로 오직 좋은 빈티지에만 한정 생산되는 특별한 와인이다. 농익은 체리와 검은 과일류의 향이 풍성하게 시작되고 우아한 오크 풍미가 섬세하게 따라온다. 입안을 꽉 채우는 육중한 미감과 풍부한 부케의 조화가 우아하다. 타닌이 와인의 복합적인 향과 잘 조화를 이룬다. 18개월~20개월 새 프랑스 오크에서 숙성하며 94개 배럴만 한정 생산한다. 6년~15년 시음 적기이며 에이징 포텐셜 20년 이상이다. 2004 빈티지가 와인스펙테이터 91점을 받았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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