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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스포츠] 대표팀 막내지만 세계랭킹 1위… 제2의 김수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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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5-07 06:00:00 수정 : 2016-05-07 10: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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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올림픽 양궁 금 사냥 나서는 여대생 궁사 최미선 “왼팔은 일자로 잘 뻗어 있고, 오른팔도 팔꿈치 앞뒤로 균형이 잘 잡혀 있죠. 표정을 보면 옛날 김수녕 판박이예요.”

지난달 27일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 양궁연습장. 문형철 양궁 대표팀 총감독이 사대에 선 양궁 리커브 국가대표 최미선(20·광주여대)의 시위를 당기는 자세를 보면서 엄지를 치켜세웠다.

양궁, 그중에서도 여자양궁은 올림픽 효자 종목으로 꼽힌다. 1984 LA 올림픽에서 서향순이 여자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건 뒤 2008년 베이징에서 박성현이 은메달에 그쳤을 뿐 올림픽 여자 개인전 금메달은 한국의 여궁사들이 싹쓸었다. 한국 여자양궁은 지난 8개 대회 개인전에서 7개의 금메달을 거머쥐었지만 2연패를 달성한 선수가 없을 정도로 새로운 스타가 화수분처럼 샘솟는다. 

양궁 국가대표 최미선이 지난달 27일 태릉선수촌에서 활 시위를 당기고 있다.
이재문 기자
2012 런던 올림픽 2관왕 기보배(28·광주광역시청)가 2연패 달성을 위해 리우 올림픽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전문가들은 ‘막내 궁사’ 최미선을 주목하라고 귀띔한다. 한국 선수로는 올림픽 메달 최다인 6개를 목에 걸며 ‘신궁’의 경지에 오른 김수녕(45)의 후예로 신예 궁사 최미선이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최미선은 8월 리우 올림픽에 나서는 양궁 대표팀 남녀 통틀어 막내지만 기량은 가장 탁월하다. 여자양궁 리커브 세계랭킹 1위 최미선은 올림픽 금메달 획득만큼 어렵다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하며 1등으로 통과했다.

8월 리우 올림픽에 출전하는 양궁 국가대표 최미선이 지난달 27일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에서 활을 들고 밝게 웃으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재문 기자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최미선은 사대에 섰을 때는 매서운 눈빛을 발사하며 카리스마를 내뿜지만, 쉴 때는 휴게실 한 쪽에 챙겨 놓은 빵을 뜯으며 해맑은 미소를 선사하는 풋풋한 대학생의 모습이었다.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최미선은 하루 400∼500개의 화살을 쏜다. 갈라진 손가락 위로 밴드를 덧씌운 그는 고통을 참아가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생애 첫 올림픽에 출전하는 최미선은 “선발전 마치고 한숨 돌렸지만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며 “아직 실감은 안 난다. 꿈에 그리던 올림픽이지만 막상 뽑히고 나니 믿기지 않는다. 보배 언니나 코치 선생님 말 들으면 ‘아 내가 정말 나가는구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수줍게 웃었다.

최미선은 무안 일로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활을 잡았다. 당시 무용을 배우던 그는 학교 양궁팀 감독을 맡고 있던 담임 교사의 권유로 양궁에 입문했다. 최미선은 “양궁이 신기해 보여 시작했다. 처음엔 재미로 했는데 2년쯤 해보니 흥미가 떨어졌다. 그만두려다가 이미 늦은 것 같아 계속했는데 여기까지 왔다”며 그동안 우여곡절을 소개했다.

최미선은 전남체고-광주여대에 진학하면서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2013년 고교생으로 국가대표에 선발돼 주목받았지만 성인 무대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는 약한 체력 때문에 늘 뒷심이 부족했다. 며칠에 걸쳐 하루 몇 시간씩 화살을 쏘며 시합하는 대표 선발전에서 최미선은 초반에 앞서나가다 막판에 무너지곤 했다. 168㎝, 53㎏의 호리호리한 체격의 최미선은 부족한 뒷심을 극복하고자 최근 근력 운동에 시간을 할애하며 체력을 키웠다. 문 감독은 “미선이는 어리지만 일찍 대표가 돼 실패를 여러 번 겪었다”며 “큰 대회에선 체력이 받쳐주지 못해 막판에 번번이 실패했다. 대학생이 되면서 약점이던 체력도 크게 보완됐다”고 칭찬했다.

양궁은 경기 당일 컨디션 등 선수 심리가 좌우하는 멘털게임이다. 최미선은 어리지만 특유의 집중력과 돌부처 같은 무표정으로 상대를 제압한다. 그는 “조용한 성격 덕분에 집중력은 타고난 것 같다. 경기에 돌입하면 상대를 의식하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한 번 집중하면 누가 말을 걸어도 잘 모른다”고 밝혔다.

평소 말수가 적은 최미선은 양궁 대표팀을 지원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개발원 김영숙 선임연구원에게는 고민을 털어놓는다. 스트레스를 받아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최미선은 “속에 담아뒀던 고민을 상담하면서 쏟아내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고 밝혔다. 김 선임연구원은 “양궁은 심리전이기 때문에 선수들이 최대한 편안한 마음으로 활을 쏴야 한다”며 “심리 기술 훈련 중 하나로 꾸준히 상담을 진행하면서 최미선이 사대에서 좀 더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 덕분에 늘 10점을 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던 최미선은 ‘빗나가도 9점, 자신있게 쏘자’라는 주문을 외우고 사대에 선다.

최미선은 여자 양궁 세계 1인자인 만큼 리우에서 2관왕을 목표로 뛰지만 단체전에 더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솔직히 큰 욕심은 2관왕이지만, 개인전보다는 단체전이 좀 더 욕심 난다”고 말했다. 최미선과 기보배, 장혜진(29·LH)이 팀을 이룬 여자 단체전은 리우에서 8연패에 도전한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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