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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모든 건 생각하기 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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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5-13 19:58:21 수정 : 2016-05-13 19:5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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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나고 스트레스 많은 사회
옛 어른들 말씀대로
생각을 바꾸면 마음의 여유
욱하는 분노 다스리고
편하게 세상 사는 법 배워야
주변을 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일에 불쾌해하고 심지어 이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사람이 많아 보인다.

얼마 전 필자의 수업을 듣는 한 학생으로부터 분노에 찬 메일을 받았다. 메일 내용은 “수업시간에 초청됐던 모 강사의 관점이 너무 잘못돼 강의를 듣기가 매우 거북했으므로 항의 메일을 보내려 하니 주소를 가르쳐 달라”는 것이었다. 내가 보기엔 그 강사가 다소 강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지나치다고 생각하게 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그 학생에게는 격한 반감을 준 모양이었다. 며칠 전에는 내가 초청을 받아 강연을 나간 일이 있었는데, 청중 가운데 한 분이 강의 도중 모두가 들리도록 크게 그것도 여러 번 한숨을 쉬었고, 질문을 하기에 대답을 하려고 하니 격앙된 어조로 말을 끊으며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해 무척 당황했던 경험이 있다. 아마도 강의가 그분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나 추측건대 당사자의 마음은 매우 편치 않았을 것이고, 아마도 화나는 일이 많은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싶다.

정경미 연세대 교수·임상심리학
그런데 이런 사람이 내게만 자주 보이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지금 우리 사회엔 층간 소음 때문에 이웃에게 상해를 입히는 사람, 아이가 너무 운다고 아이를 학대하는 엄마, 스트레스 때문에 아무런 이유 없이 지나가는 사람을 폭행하는 이웃 등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더욱 안타까운 것은 앞으로도 이렇게 분노로 가득 찬 사람을 자주 보게 될 것 같다는 점이다. 국민소득이 올라가면 정신장애가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다. 그런 데다가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행복도가 낮고, 자살률이 높고, 출생률이 낮고, 일하는 시간이 많고, 경쟁이 심한 사회가 아니던가.

다행스럽게도 우울함이나 불안감을 비롯해 여러 가지 정신장애에 효과적인 방법 중 ‘인지행동치료’가 있다. 이 ‘인지행동치료’는 화나고 우울하고 불안한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생각을 바꿔 보라고 한다. 가령 누가 길을 가다 어깨를 치고 가면 그 사람이 고의로 치고 지나갔다 단정하며 싸우는 대신 그냥 바빠서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분노할 일도 싸울 일도 없다는 것이다. 초청강사가 비록 나와 다른 관점을 강력하게 주장하더라도 그 상황에 대해 화를 내는 대신 단지 그 사람의 의견일 뿐이라고 여기면 된다고 한다. 이처럼 생각을 바꾸면 화나는 일도 마음이 불편할 일도 덜하다는 것이다.

부모와의 갈등으로 집에서 지내는 하루하루가 너무 고통스럽다는 학생이 면담을 요청해 생각을 바꿔 보라고 조언해 주었다. 하지만 해답을 얻은 듯 밝은 얼굴로 연구실을 나섰던 그 학생이 오히려 이전보다 더 힘든 얼굴로 다시 찾아왔다. 그 학생은 알 것 같았는데 생각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몰라 힘들고, 생각이 그냥 바뀔 것이라 기대했는데 마음같이 되지 않아 좌절스럽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어떠한 일이든 아주 오랫동안 익숙하던 방식을 갑자기 바꾸는 것은 살이 찐 배에 왕(王)자를 새기는 것만큼이나 어려우니 조급해하지 말고 꾸준히 바꾸기 연습을 하라고 도닥거려 주었다. 그리고 구체적인 방법을 일일이 설명해 주는 대신 우울증 치료의 대가인 데니스 그린버거가 쓴 ‘기분 다스리기’(Mind over mood)를 읽어보라고 권했다. 그린버거는 이 책에서 마음의 고통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을 바꾸는 방법을 자세히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건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옛 분들의 지혜가 빈말이 아닌 것 같다.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연구를 하거나 조사를 한 것도 아닌데 옛 분들은 경험으로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니 그 지혜에 감탄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그들의 지혜를 배울 필요가 있다. 사는 것이 힘들어 마음이 불편하더라도 지금의 상황을 바꿀 수 없다면 생각을 바꿔 보는 것이 어떨까?

정경미 연세대 교수·임상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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