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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세대차 극복, 필요한 건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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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6-17 21:06:43 수정 : 2016-06-17 21: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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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들과 정서적 간극 당혹
세월이 주는 차이 깨닫게 되니
황당하고 거북한 태도 이해돼
때론 지치고 힘이 빠지지만
아름다운 성장이 내겐 활력소
내가 몸을 담고 있는 학교의 신입생은 학교 기숙사에서 1년간 2, 3명의 다른 전공 동급생과 같은 방을 쓰며 공동생활을 한다. 매년 신입생은 예년과 다르지 않을 것을 기대하지만, 신기하게도 이들은 해마다 조금씩 다르다. 올해 신입생은 정보찾기와 생활적응이 무척 빠르다. 놀이 문화도 예전에 비해 다양해진 것 같고, 자기 생각도 뚜렷하다. 기특하고 대견하다.

반면 지루한 것은 정말 못 참는다. 수업 중 농담을 하면 잠시 반응을 보이다가 조금 깊은 생각을 요하는 강의가 시작되면 휴대전화와 랩톱을 만지작거리거나 꿈나라로 직행한다. 아마도 너무나 유명한 인강에 길들여져서이겠고, 필요한 것에 집중적인 관심을 보여야 하는 학습에 길들여졌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래도 관심과 무관심을 보여주는 행동이 너무 뚜렷해 당황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정경미 연세대 교수·임상심리학
그래서인지 신입생만의 수업은 정말 어렵다. 고학년 수업시간에 통하던 농담은 어찌된 일인지 썰렁함을 불러오고, 강의식 수업은 그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수업 시 준수해야 할 사항과 잘못된 자세에 대한 지적은 잔소리가 되고, 불필요한 행동에 대한 질책은 항의 메일로 돌아오기 일쑤다. 가끔 보는 다른 학교의 동료 선생들도 내 경험에 공감하는 걸 보면, 이런 특징은 비단 우리 학교 학생만의 것은 아닌 듯하다.

학생들의 무관심과 항의를 경험할 때마다 나는 자연스럽게 학생들의 자기중심적인 특징을 탓했다. 요즘 젊은 세대는 기존 사회의 관습과 시선보다 자기 자신만 알고, 인내심이 부족하며, 흥미를 끄는 것만 좋아한다고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학생 개개인의 문제이기에 선생 잘못은 아니라며 내 자신을 위로하곤 했다.

얼마 전 우연히 청소년 성장과 관련된 책 목록을 정리해야 할 기회가 생겼다. 덕분에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과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흘끗 다시 들여다보았고, 구병모의 ‘위저드 베이커리’와 김려령의 ‘완득이’ 등을 새롭게 접했다. 오랜만의 감동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기대했던 그 시절의 감동과 충격이 없어 적지 않게 당황했다. 잠시 세월의 흐름을 잊고 있었다. 나이를 먹었구나 하는 생각과 내 강의에 대해 왜 학생들의 반응이 예전 같지 않고, 점점 인기 없는 선생이 돼 가는지 알 것 같았다.

20대엔 신체적으로 에너지가 충만하고 감정이 격한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표현이 서툴고, 경험부족으로 좌절과 실패에 대해 마음을 다스리기가 어렵다. 그리고 내 나이엔 정서기복이 훨씬 덜하고 표현이 훨씬 세련돼 있다. 게다가 살아온 경험도 참 많이 다르다. 아끼고 졸라매며 성공을 위해 희생을 마다 않는 삶을 살았던 기성세대와 부모가 준 풍족함으로 어려움을 덜 느끼고 지난 신세대의 경험이 다른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세월이 주는 차이를 인식하고 나니 학생들의 다소 황당하고 받아들이기 거북한 태도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우리 젊은이들, 우쭐대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어찌보면 기성세대가 살았던 것보다 험난한 오늘날을 이겨내고 잘살아가게 하려면 자기통제력, 사회성, 협동심뿐 아니라 도덕성도 가르쳐야 한다. 다행히 이런 기본적인 인성과 시민의식은 배울 수 있는 능력이고, 대학에서도 교육이 가능하다고 한다. 희망이 있으면 힘이 생기는 법이다. 계속해서 신입생들은 나와 더 많이 달라지겠지만 적어도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한다면 마음이 더 힘들어지는 일은 없을 듯하다. 그저 은퇴 때까지 계속해 노력할 일만 남았다.

어쩌면 세대 간 갈등은 이렇게 해서 벗어나는 것인지 모른다. 때로는 지치기도 하고 힘이 빠질 때도 있지만 학생들의 아름다운 성장을 기대하며 오늘도 기운을 얻는다.

정경미 연세대 교수·임상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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