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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가씨’ 김태리 “내 선택에 두려움 있었다”

입력 : 2016-06-18 07:00:00 수정 : 2016-06-20 11: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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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한 외모에 당찬 몸놀림, 그리고 꼬박꼬박 할 말은 다 하는 아이 숙희. 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를 보고 어찌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영화계가 주목한 신인 배우 김태리(26)를 만났다. 무려 1500대 1의 경쟁을 뚫고 ‘아가씨’의 숙희가 된 그녀다. 뭐가 그리 특별한가 싶었는데 영화를 보니 매력은 의외로 당차고 수수한 데 있었다. 1990년생. 경희대 신문방송학과를 나왔고 일찍부터 패스트푸드 전문점, 영화관, 언론사 보조까지 다수의 아르바이트 경험을 보유한 대한민국의 평범한 20대.

첫 매체 인터뷰를 나서는 그녀의 자태에서 사뭇 당당함이 묻어났고, 연기에 대한 열정도 느껴졌다.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 생각에 신문방송학과에 들어갔는데, 그건 아주 얕은 생각이었어요.(웃음) 아나운서하면 여학생들에게 최고의 직업 같은 거였으니까. 대학 2학년 때 취미 삼아 들어간 연극 동아리(극단) 활동이 제 인생을 바꿔놨죠. 어쩌면 이 일을 계속할 수도 있겠구나 하고요.”

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 2016) 스틸컷/CJ엔터테인먼트.


세계적인 거장 박찬욱 감독이 그녀를 선택했을 때, 머릿속엔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고 한다. 오디션에 임하면서도 애초에 도달할 수 없는 목표지점 같은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박 감독은 “너로 정했다”고 했고, 김태리는 얼떨떨한 기분에 휩싸였다.

“특별한 기분 같은 건 생각나는 게 없어요. 그냥 처음부터 ‘발표’ 형식이 아니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것 같아요. 박찬욱 감독님 작품은 스토리가 좋아서 늘 즐겨 보고는 했어요. 그런데 제가 박 감독님 작품에?(웃음) 실감이 안 났고, 오히려 가족이나 주변 분들이 더 좋아해주신 것 같아요.”

‘아가씨’를 본 관객이라면 알겠지만, 김태리의 천연덕스러운 하녀 숙희 연기는 작품 안에서 오롯이 빛났다. 첫 영화가 맞나 의심이 들 정도로 그의 연기는 대담했고 차분했다. 김태리는 “아직 너무 많이 부족하고 더 많은 경험을 해야 한다”며 스스로에 대해 평했다. 구체적으로 뭐가 제일 아쉽냐는 질문엔 이렇게 답하는 그녀다.

“김민희 선배님 인터뷰를 읽었는데 본인에게 부족한 점이 있어도 이를 말로 하지는 않으신다는 거예요. 제가 입 밖으로 말을 내뱉는 순간, 그 단점이 곧 제 이미지가 돼 버리니까요. 정말 그 말씀에 수긍하게 됐고, 저도 제 단점은 말하지 않기로 했어요.(웃음)”



그냥 ‘경험이 적은 신예’라는 건 본인만의 평가일지도 모른다. 김태리는 극단 생활을 통해 연기의 맛을 알았고, 사람들에게 기쁨을 준다는 의미에 대해 알게 됐다고 했다. 다만 처음 가본 영화현장이 결코 녹록치만은 않았다.

“글쎄요. 연극과는 준비과정 자체가 많이 달랐던 것 같아요. 현장에 계신 모든 분들이 세분화된 일을 전문적으로 하고 계시더라고요. 서로 본인외 다른 사람의 영역에는 침범하지 않아요. 연극은 다 같이 뭉쳐서 만들어가는 작업이라면 영화는 다르죠.”

‘아가씨’의 숙희 캐릭터는 애초 박찬욱 감독이 오디션 전부터 ‘노출 수위 협상 불가’라는 조건을 내세워 화제가 된 바 있다. 하지만 공개된 영화는 관능적이지만 예술성 있고 덜 자극적인 아름다운 두 여배우의 정사신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모았다. 

영화계에서는 노출연기가 신인 여배우들이 통과해야 하는 관문처럼 여겨져 관심사가 되기도 했다. 이 같은 질문에 김태리는 동의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것은 각자의 선택인 거지, 모든 신인 여배우들이 그런 건 아니지 않나요? 저도 역시 걱정은 했죠. 배우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굳이 이렇게 큰 작품으로 출발할 필요가 있나. 혹시 그 선택으로 인해 꿈이 망가지는 건 아닌가 하고요. 고민 끝에 하기로 했고 그 선택에 후회는 없어요. 참여한 것만으로도 영광이죠. 언제 어디서든 지금 제가 하는 일이나 행동이 이 일을 하는 데 있어 좋은 영향을 끼칠 수도, 아니면 나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런 면에서 어느 하나 허투루 할 수 없고 매사에 신중해야겠다고 생각해요.”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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