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사진) 동국대 법대 교수는 9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무고 범죄가 기승을 부리지 않을까 우려했다. “한국이 인구 대비 무고죄 소송 비율에서 세계 1위”라고 소개한 김 교수는 “‘아니면 말고’ 식으로 행동하며 무고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사회 풍조가 있는데, 이런 태도는 결국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영란법 위반 의심 사례에 대한 신고가 남발될 경우 공무원들은 운신의 폭이 좁아져 적극적인 업무 수행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김영란법은 신고자를 ‘익명’에 부쳐 보호하는 조항을 두고 있는데, 억울한 피해자가 신고자를 무고죄로 고소하려 해도 누군지 몰라 신고자 대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어요.”
김 교수는 김영란법이 부정한 청탁이나 금품수수로 의심되는 행위에 대한 시민들의 적극적 신고를 장려한 것이 본의 아니게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 ‘불신사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벌써부터 김영란법과 파파라치를 합성한 ‘란파라치’란 신조어가 유행이다. 남들 눈에 안 띄는 초소형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식당 등에서 몰래 촬영하는 법을 가르치는 학원들도 문전성시다.
“사실 공무원 범죄를 근절한다며 파파라치를 적극 활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요. 파파라치는 철저히 사적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데, 이처럼 사익이 최우선인 이들을 통해 공익을 달성하려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죠. 김영란법 시행 후 신고포상금을 노린 란파라치가 극성을 부린다면 우리 사회를 더욱 병들게 할 뿐입니다.”
그렇다고 김 교수가 김영란법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김영란법은 투명한 사회의 기초를 만드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제한 뒤 “다만 향후 운영 과정에서 고쳐나갈 부분이 많다. 특히 ‘이해충돌 방지’ 규정을 꼭 도입해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민원 해결을 위한 청탁을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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