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아파트나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에 사는 비흡연 10가구 중 7가구가 간접흡연 피해를 보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서울의료원 의학연구소 환경건강연구실은 지난해 8~9월 서울 시내 공동주택 거주 2600가구를 대상으로 간접흡연 실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공동주택 거주 비흡연 가구 70% 간접흡연 피해
대상자 중 흡연자가 없는 가구는 1241가구로 지난 1년간 간접흡연을 경험했다는 비율이 73.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73.8%)와 다세대주택(73.1%) 사이에 간접흡연 경험 비율은 비슷한 수준을 보였고, 10가구 중 1가구(9.5%)는 간접흡연을 매일 경험했다고 답했다.
간접흡연 피해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때는 계절상 여름(52.5%), 하루 중 저녁시간(58.3%)인 것으로 나타났다.
봄·가을과 겨울에는 간접흡연 피해가 각각 27.2%, 20.4%로 여름의 절반 수준이었으며 하루 중 오후 29.5%, 오전 12.3%를 차지했다.
또 옆집의 담배 연기가 침입한 경로로는 베란다·창문이 73.1%로 가장 많이 꼽혔고 화장실 14.3%, 현관문 11.4% 순이었다.
◆여름철, 간접흡연 피해 가장 심해
이와 비슷하게 흡연자가 있는 가구의 흡연장소는 △건물 밖 실외 58.5% △베란다 21.2% △화장실 8.2%로 나타났다.
서울의료원 환경건강연구실 관계자는 "우리나라 공동주택의 간접흡연 피해는 미국의 1.6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아직 주택 사이의 간접흡연 침입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 공동주택 내 흡연 제한 및 간접흡연 노출 위험성에 대한 홍보 및 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간접흡연이 자살과 같은 극단적 생각에 빠져들게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유준현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김욱 강릉동인병원 가정의학과 과장 공동 연구팀은 2010~2012년 진행됐던 제5기 국민건강영양조사를 토대로 흡연 경력이 없는 성인 남녀 6043명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간접흡연, 자살 등 정신건강도 해친다
연구팀은 조사 참여자들의 간접흡연 노출 여부를 확인한 뒤 1년 중 2주 연속으로 우울감이 있었는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지 등을 물었다. 그 결과 나이나 직업·수입·학력 등 우울 증상과 자살 생각에 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변수를 고려하더라도, 간접흡연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폐해가 분명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세부적으로는 간접흡연에 노출된 경험이 있는 사람(3006명)이 없는 사람(3037명)보다 자살을 생각할 위험이 1.43배 더 높았다. 남성만 놓고 보면 이런 위험이 2.49배까지 증가했다.
이런 간접흡연과 자살 생각의 상관성은 집과 직장 등의 노출 장소 및 성별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집에서 간접흡연에 노출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자살에 대한 생각이 1.55배 더 많았다. 또 같은 조건에서 우울 증상을 겪을 위험도도 1.46배에 달했다.
이처럼 간접흡연이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데 대해 연구팀은 직접흡연과 비슷한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즉, 담배 연기에 포함된 독성이 도파민 등의 뇌신경전달 물질을 감소시키고, 원치않는 담배 연기 노출에 따른 스트레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담배 연기의 독성, 뇌신경전달 물질 ↓…스트레스도 한몫
이 때문에 연구팀은 간접흡연과 관련한 정책을 펼칠 때 마음건강까지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간접흡연은 적극적인 규제와 홍보 노력을 통해 감소시킬 수 있다"면서 "간접흡연이 신체적 건강 이외에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 게 확인된 만큼 이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관심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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