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정보 너무 부족한 상황
독창성은 경험한 것들의 연결
선인의 길 따라가도 가치 있어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청년들이 미래가 불투명하고 취업 기회가 적어 힘들어하자 안팎으로 해결책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데세코(DeSeCo) 프로젝트’를 통해 미래 사회를 위한 3대 핵심 역량 범주를 발표한 바 있고, 우리 교육부에서는 교육과정개편을 통해 교육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청년교육의 최전선인 대학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과 적용을 통해 미래에 적합한 인재양성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런데 여러 지표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관찰되는 역량은 ‘창의성’이다. 인간을 대신하는 기계의 위력을 느끼게 해줬던 인공지능(AI) 알파고뿐 아니라 사물인터넷(IoT)의 급격한 발전은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필요성을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프레임에서 참신한 아이디어로 새 판을 짤 수 있는 창의적인 인재가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정경미 연세대 교수·임상심리학 |
물론 다양한 기관에서의 창의 공모전이 적지 않게 시행되고 있지만 단지 공모전 참여로 부족했던 능력이 생겨난다고 보기 어렵다. 창의성 교육이 어려운 이유는 창의성이 후천적으로 ‘길러지는 것’이라기보다는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나는 능력’으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학이나 과학 같이 교육과정이 잘 개발된 과목과는 달리 창의성에 대한 체계적인 교과과정의 정보 부재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 시대의 혁신과 창조의 아이콘들이 강조하는 몇 가지를 모아보면 창의성 교육을 구체화하는 것이 그리 어려워 보이지는 않는다. 작가 월터 아이작슨은 ‘스티브 잡스’ 전기에서 평소 스티브 잡스가 주장했던 애플사를 성공으로 이끈 무한 혁신의 비밀이 ‘다양한 것들의 연결’이라고 말한다. 즉 창의성은 이미 경험한 것들의 연결이라는 것이다.
2016년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오리지널스’에서 조직심리학자 애덤 그랜트는 독창성은 천재들의 소유물이 아니라 평범한 개인이 이제까지 배웠고 알던 것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준거의 틀을 넓혀가는 노력’을 통해 성취가 가능함을 제시하고 있다. 그의 책에 언급된 구체적인 사례는 당장 어떤 행동이 필요할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해주고 있다. 또 하나의 베스트셀러인 티나 실리그의 ‘스무 살에 배웠더라면 변했을 것들’에서는 이에 더해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데 타인과의 ‘협동’이 필요함을 덧붙이고 있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W’는 독창적인 주제와 내용으로 화제를 몰고 왔다. 만화와 현실세계의 2차원적 구성도 흥미로웠고, 창조주인 작가와 창작인물이 갖게 되는 자율성의 관계를 새롭게 규정했다는 측면에서도 신선했다. 송재정 작가는 인터뷰에서 W의 포맷이 프란시스코 고야의 그림 ‘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에서 모티브를 얻었고, 노르웨이 출신 팝밴드 아하(A-Ha)의 ‘테이크 온 미’라는 뮤직비디오에서 아이디어를 가져 왔음을 밝혔다. 바로 아이디어의 연결인 셈이다. 또한 그는 시간 이동에 대한 자신의 이전 작품에서 ‘아이디어를 확장’했다는 것과 과거 시트콤의 ‘공동작업 경험’에서 대중을 이해하는 시각을 배웠음도 밝혔다.
창의성을 갖게 하는 방법이 하나만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설령 같은 방법으로 시도했다 하더라도 모두가 스티브 잡스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먼저 어떠한 일을 이뤄낸 사람들이 한결같이 자신이 성공한 길로 오라고 손짓한다면 적어도 시도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지 않을까.
정경미 연세대 교수·임상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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