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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미슐랭 레스토랑이 사랑한 샴페인 듀발 르로이

관련이슈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 디지털기획

입력 : 2016-11-24 06:00:00 수정 : 2016-11-23 23:3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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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개국 레스토랑 250곳에서 서비스

듀발 르로이 대표 샴페인.
2003년 프랑스 부르고뉴에서 레스토랑 ‘라 코트 도르’를 운영하던 천재 셰프 베르나르 루아조가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미슐랭 가이드 최고 등급 3스타를 받은 자신의 레스토랑이 2스타로 강등될 것을 걱정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끝에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도 지난 1월 31일 스위스 로잔에서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오텔 드 빌’을 운영하던 유명 셰프 브누아 비올리에가 집에서 자살로 추정되는 총상을 당한채 발견됩니다. 미슐랭 가이드의 새 평점 발표 하루 전날이었습니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1900년 창간돼 11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슐랭 가이드는 이처럼 셰프들이 목숨을 걸 정도로 레스토랑을 평가하는 전세계적인 기준이 됐습니다. 얼마전 미슐랭 가이드 서울편이 발간됐습니다. 미슐랭이 한국 레스토랑을 선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레스토랑 140여곳과 호텔 30여곳의 정보가 담겼습니다. 그중 미슐랭 1∼3스타를 받은 곳은 모두 24곳인데 신라호텔서울의 한식당 라연과 청담동의 한식당 가온이 3스타를 받아 큰 화제가 됐지요.

미슐랭 스타를 받은 와인이 곧 맛집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현지 정보를 잘 모르는 외국인들이 여행할때 중요한 가이드가 됩니다. 

이런 미슐랭 레스토랑들이 사랑한 와인이 있습니다. 프랑스 샴페인 하우스 듀발 르로이(Duval Leroy) 입니다. 이 샴페인은 현재 전세계 70개국 미슐랭 레스토랑 250곳에서 서비스돼 ‘가스트로노미(Gastronomy)‘ 와인으로 잘알려져 있답니다. 가스트로노미는 ‘미식’이라는 뜻으로 말그대로 음식의 풍미를 더욱 붇돋아주는 와인입니다.

듀발 르로이 로고

듀발 르로이는 1859년 설립돼 157년의 역사를 지닌 유서깊은 샴페인 하우스랍니다. 와인을 유통하는 네고시앙이던 에두아르 르로이(Edouard Leroy)와 포도 생산자이자 양조자인 줄 두발(Jules Duval)이 합작해 만든 와이너리로 두 가문의 성을 따서 듀발 르로이로 이름을 붙였지요. 현재까지 단한번도 주인이 바뀌지 않고 가족경영을 유지하는 샴페인 명가이지요. 프랑스 상파뉴에서 유명한 생산지인 라 꼬뜨 데 블랑(La Cotes des Blancs)에서도 중심지인 베르투스(Vertus)에서 샤르도네 품종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라 꼬뜨 데 블랑은 백악질과 석회질로 이뤄진 차가운 성질의 토양으로 햇볕을 머금어 포도를 잘 익게 하면서도 산도를 잘 유지해 최고급 품질의 샤르도네가 나오는 곳입니다. 참고로 상파뉴에서 재배하는 포도 품종은 3종류로 샤르도네, 피노 누와, 피노 므니에입니다. 꼬뜨 데 블랑에서는 샤르도네, 랭스 언덕(montagne de Reims)에서는 피노 누와, 에페르네를 중심으로한 마른 계곡(vallee de la Marne)에서는 피노 뮈니에를 주로 재배합니다.
듀발 르로이 가족들

듀발 르로이는 프랑스 샴페인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미 1888년 바르셀로나 만국박람회에서 열린 국제 와인 품평회에서 1위에 올랐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품질로 명성을 떨쳤습니다. 특히 1911년에는 샹파뉴에서 최초로 당시 최고 등급 포도밭인 프리미에 크뤼(1er Cru) 포도만으로 빚은 플뢰르 드 샴페인(Fleur de Champagne)을 세상에 처음으로 선보입니다. 당시는 프리미에 크뤼 포도만으로 샴페인을 빚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하던 시절입니다. 왜냐하면 프리미에 크뤼의 포도의 생산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그 밑의 낮은 등급의 포도를 섞어서 샴페인을 만들었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이 샴페인의 등장은 전세계 와인업계에 충격을 줬고 샴페인 시장의 흐름을 듀발 르로이가 주도하게 됩니다. 
듀발 르로이 팜므 드 상파뉴

듀발 르로이를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은 1990년 팜므 드 샹파뉴(Femme de Champagne)의 탄생입니다. 이 와인은 최고급 포도즙인 프레스티지 뀌베(Prestige Cuvee)로 만든 첫번째 샴페인이랍니다. 뀌베는 보통 포도를 압착할때 나오는 첫번째 즙을 말합니다. 무려 10년을 숙성한 뒤 세상에 선보이는 이 샴페인은 향긋한 흰꽃의 뉘앙스가 인상적이고 복합적인 아로마가 입안을 가득채워 한 번 마시면 그 맛을 결코 잊을 수 없답니다. 
듀발 르로이 로제의 빛깔

하지만 이 샴페인은 슬픈 스토리를 지녔습니다. 안타깝께도 첫 빈티지가 나오기 전에 모든 양조 과정을 지휘한 남편이 암선고를 받고 아주 짧은 투병끝에 타계하는 바람에 현 오너인 캐롤 듀발 르로이(Carol Duval Leroy)여사가 1991년 불과 35세의 나이로 듀발 르로이의 경영을 맡게됩니다. 팜므 드 샴페인에는 여자가 만드는 샴페이라는 뜻이 담겨있습니다.

캐롤은 원래 미슐랭 가이드가 인정하는 파인다이닝을 운영하려고 했다는군요. 그러나 1859년이래 한번도 주인이 바뀌지 않고 가족경영으로 꾸려온 샴페인 하우스를 자녀들에게 물려주라는 남편의 유언에 따라 3남매를 홀몸으로 키우면서도 모든 열정과 혼을 샴페인의 품질 개선에 쏟아붓기 시작합니다. 그 결과 1994년 상파뉴 지역에서는 최초로 품질 인증인 ISO9002를 받을 정도로 샴페인 품질을 높였습니다. 좀더 나은 환경의 포도밭을 물려주기 위해 물 사용량을 감축하고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정책도 시작합니다.  또 1994년 남자들의 전유물이던 포도재배지 관리에 여성들을 고용하고 2005년 수석 와인메이커도 여성을 고용해 매우 섬세하게 포도밭을 관리하고 양조를 하기 시작합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캐롤 여사는 2007년 프랑스의 최고 권위의 훈장인  레종 오브 아너(Legion of Honour)상을 수상하고 샴페인 재배자 연합 회장도 역임하게 됩니다.

■듀발 르로이 대표 와인들 
듀발 르로이 브륏 리저브 NV

듀발 르로이 브륏 리저브 NV (Duval Leroy Brut Reserve NV)는 피노 누아, 피노 뮈니에  90%, 샤르도네 10%다. 랭스 언덕과 마론 계곡 일대 15개의 그뤼 포도밭에서 생산된 포도로 만든다. 2~3개 빈티지의 리저브 와인을 35~40% 가량 사용한다. 30~36개월동안 2차 병 숙성하고 도사지(Dosage)는 8g/ℓ다. 다크 초콜렛과 시나몬 향, 구운 노란 무화과 향이 기분 좋게 시작된다. 복합미가 뛰어난 샴페인으로 파워풀하면서 세련된 바디감을 지녔고 버블은 매우 섬세하다. 2008년 와인스펙테이터 100대 와인에 선정됐다.
듀발 르로이 로제 프레스티지 프리미에 크리 NV

듀발 르로이 로제 프레스티지 프리미에 크리 NV(Duval Leroy Rose Prestige Premier Cru NV). 피노 누아 80%, 샤도 20%다. 이 샴페인 그랑 크뤼밭의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만 쓴다. 이 샴페인 특별한 것은 세니에(saignee) 방식으로 양조한 명품 와인이라는 점이다. 로제 샴페인을 만든는 방식은 2가지다. 베이스 와인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을 적당한 비율로 섞어서 2차 발효를 하는 방법이다. 물감을 섞는다고 생각하면 쉽다. 

또 하나가 세니에다. 이는 와인메이커가 고수라야 가능하다. 세니에는 적혈, 헌혈, 뽑아내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세니에는 화이트와 레드 양쪽의 포도즙만 짜낸 뒤 다시 레드 껍질을 넣어 마세라시옹(maceration·침용)을 한다. 레드 껍질의 성분과 색깔을 뽑아내는 과정인데 이 과정이 쉽지않다. 보통 8∼12시간의 짧은 시간에 마세라시옹을 하는데 잘못하면 탄닌감이 생기고 만다. 샴페인은 차게 마시는 와인이라 탄닌감이 있으면 안된다.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오래가면 레드 껍질 성분이 과도하게 우려나기 때문에 침용 시간을 정확히 맞추기 쉽지가 않다. 그래서 보통 대량으로 로제 샴페인을 만드는 하우스는 베이스 와인의 블렌딩 비율을 맞춘다.

그렇다면 세니에 방식으로 만든 로제 샴페인은 무엇이 좋을까. 바로 빈티지 샴페인과 맘멎는 화려한 꽃향기 등 아주 좋은 복합적인 풍미를 얻을 수 있다. 듀발 르로이는 또 피노 누아의 퀄러티를 잘 유지하고 떼루아의 아로마를 살리기 위해 16∼20도에서 발효를 진행하고 30~36개월 병 숙성을 한다. 신선한 야생 체리, 라즈베리, 잘 익은 무화과로 시작된다. 이어 진저 브래드가 살며시 따라오면서야생 들꽃향이 향긋하게 피어난다. 과실 향과 함께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실키한 버블이 인상적이다. 기분 좋은 산도와 여운이 조화롭게 이어진다.
듀발 르로이 블랑드블랑 그랑크뤼 2006

듀발 르로이 블랑드블랑 그랑크뤼 2006(Duval Leroy Blanc de Blanc Grand Cru 20006)은 샤르도네 100%다. 꼬뜨 데 블랑의 그랑크뤼 밭 6곳의 샤르도네로 만든다.

2006년 사됴 작황 굉장히 좋아. 그랑크뤼 밭 샤도 만 꼬드데블랑 6개 그랑크뤼 밭에서. 그랑 크뤼 밭별로 수확, 양조를 따로 한다. 각자 9개월 오크 숙성한 뒤 블렌딩해 2차 발효한 뒤 5~7년동안 병숙성 과정을 거친다. 뀌베급 샴페인은 보통 최대 36개월 숙성하는데 듀발 르로이는 두배 이상 병숙성 과정을 거친다. 특히 효모찌꺼기과 같이 숙성하기 때문에 이스트향 등 풍미가 굉장히 깊다. 구운빵 내음도 느낄 수 있고 산미가 잘 받쳐준다. 향긋하게 피어 오르는 흰 꽃과 달콤한 감귤, 복숭아의 향이 매혹적이다. 갓 구어낸 아몬드와 숙성된 효모의 향, 파워풀하면서도 실키하게 퍼지는 섬세한 버블, 기분좋은 산도와  토스티한 질감이 조하롭게 잘 어우러져 있다.
듀발 르로이 팜므 드 상파뉴 로제 드 세니에 2007

듀발 르로이 팜므 드 상파뉴 로제 드 세니에 2007(Duval Leroy Femme de Champagne Rose de Saignee 2007)는 피노 누아 100%로 만든 로제 빈티지 샴페인이다. 포도 농사가 잘된 특별한 해의 피노 누아를 사용해 세니에 방식으로 18시간 동안 색과 성분을 추출하고 젖산 발효를 한다. 병숙성은 최소 5~7년이며 도사주는 3g에 불과에 드라이한 샴페인이다. 생동감이 느껴지는 잘 익은 붉은 과실의 향과 야생 붉은 꽃으로 시작되고 섬세한 미네랄과 숙성된 복합적인 부케가 매력적이다. 섬세한 기포와 파워풀하고 부드러운 텍스처도 인상적이다. 
듀발 르로이 팜프 드 상파뉴 2000

듀발 르로이 팜프 드 상파뉴 2000(Duval Leroy Femme de Champagne 2000)은 샤르도네 95%, 피노 누아  5%를 섞은 빈티지 샴페인이다. 6개 그랑크뤼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중 20%는 오크배럴에 숙성한 뒤 블렌딩 한다. 프레스티지 뀌베는 보통 6년정도 병숙성하는데 이 샴페인은 10년정도의 매우 긴 병숙성기간을 거친다. 도사주는 6g이다. 브리오슈, 바닐라향, 우드의 아로마와 레몬과 감귤등의 시트러스 계열의 향이 번갈아 느껴진다. 향긋한 흰꽃의 뉘앙스가 인상적이며 섬세하고 우아한 기포, 숙성된 복합적인 아로마와 함께 입안 가득 실키한 텍스쳐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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