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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스포츠] 생애 첫 세계대회 제패한 ‘꽃미남 검객’오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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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16 06:00:00 수정 : 2016-12-15 21: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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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펜싱연맹 월드컵 남자 사브르 개인전 금메달 남자 펜싱 사브르 최연소 국가대표 오상욱(20·대전대)은 192㎝의 훤칠한 키에 배우 못지않은 외모를 자랑해 ‘꽃미남 검객’으로 통한다. 외모만큼 실력도 탁월해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지난 8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리우 올림픽에서 남자 사브르는 개인전만 열렸는데 한 국가당 2명만 출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상욱은 세계랭킹 17위로 높은 편에 속하지만 그의 위에는 김정환(33·국민체육진흥공단)과 구본길(27·국민체육진흥공단) 등 걸출한 선배들이 버티고 있어 기회를 얻지 못했다. 리우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김정환은 14일 현재 사브르 세계 1위, 구본길은 세계 4위다.

펜싱 사브르 국가대표 오상욱이 8일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 펜싱장에서 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연소 펜싱 국가대표인 오상욱은 지난 3일 헝가리 죄르 월드컵에서 자신의 세계대회 첫 금메달을 목에 걸어 한국 펜싱의 미래를 밝게 했다.
서상배 선임기자
리우 올림픽에 나서지 못한 오상욱이 쟁쟁한 선배들 틈에서 우뚝 섰다. 오상욱은 지난 3일 헝가리 죄르에서 열린 국제펜싱연맹(FIE) 월드컵 남자 사브르에서 구본길을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대회 개인전에서 따낸 자신의 첫 금메달이다.

한국 펜싱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금 2 은 1 동 3을 휩쓸며 강국으로 발돋움했지만 리우 올림픽에서는 금 1 동 1로 아쉬움을 남겼다. 주춤하던 찰나에 오상욱이 금메달을 따내 펜싱 강국 위상을 이어갈 기대주다운 면모를 뽐냈다. 지난 8일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오상욱은 “8강 진출이 목표였는데 금메달까지 땄다. 8강에 오른 뒤 마음을 비우고 임했는데 결과가 좋았다”고 미소지었다.

오상욱은 2014년 12월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그는 당시 대통령배 전국남녀펜싱선수권 16강에서 구본길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그때 구본길은 세계랭킹 1위였다. 이변을 연출한 오상욱은 며칠 뒤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3위를 차지해 한국 사브르 최초로 고등학생 국가대표가 됐다. 그는 지난해 1월 이탈리아 파도바 월드컵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거머쥐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그해 전국체육대회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이후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국제대회에서 번번이 16강 벽을 넘지 못했다.

사브르는 베기와 찌르기로 상체 전 부분을 공격하는 종목이다. 종목 특성상 과격한 동작이 많아 부상이 끊이지 않는다. 다른 국가대표들이 올림픽에 출전한 지난 8월, 그는 수술대에 올랐다. 태어날 때부터 양발 새끼 발가락이 휘어있었는데 선수생활을 지속하다 보니 오른발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결국 오른발 새끼발가락을 부러뜨리고 심으로 고정했다. 수술 뒤 재활하는 동안 리우에서 낭보가 전해졌다. 대표팀 1년 선배 박상영(21·한국체육대)이 남자 에페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박상영은 리우 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게저 임레(헝가리)와의 결승에서 패색이 짙었지만 재빠른 발로 상대의 허를 찔러 대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박상영의 금메달은 오상욱에게 큰 자극이 됐다. 세부종목은 다르지만 대표팀 막내급으로 동고동락하던 박상영이 세계 최고가 돼 돌아왔기 때문이다. 오상욱은 “사실 올림픽 때 상영이형 경기는 안 봤다. 올림픽 전에 십자인대 수술하는 등 힘든 시기를 겪어 상영이형이 메달을 딸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자고 일어났는데 상영이형이 금메달을 땄다. 정말 크게 놀랐고 부러웠다”며 “리우 올림픽 못 나갔을 때 난 아직 어리니까 다음에 나가면 되겠지 하며 위안을 삼았는데 상영이형을 보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고 말했다.

오상욱은 대전 매봉중 1학년이던 2009년 친형 오상민(22·대전대)을 따라 펜싱을 시작했다. 공부와 펜싱을 병행하던 그는 중2 때 1년 선배들을 모두 제압하는 등 소질을 보이자 중3 때부터 전문 선수로 나섰다. 중1 때 160㎝ 초반이었던 키도 졸업할 때쯤 190㎝대까지 자랐다. 펜싱은 키가 크고 팔이 길수록 유리한데 펜싱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최적의 신체조건까지 갖추게 된 셈이다. 오상욱은 “처음에는 칼로 찌르는 모습에 반해서 시작했다”며 “상대와 경기를 하면서 짧은 순간 두뇌싸움이 엄청 치열하다”고 펜싱의 매력을 설명했다.

오상욱의 롤 모델은 김정환이다. 대표팀 최고참인 김정환은 실력뿐 아니라 경기 매너도 훌륭한 선수로 정평이 나있다. 오상욱은 “최고령 선배인데도 펜싱 연습장에서 기합소리가 가장 크고 제일 열심히 한다”며 “선배는 손과 발이 엄청 빠르다. 펜싱 기술과 마음가짐 모두 배우고 싶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오상욱은 김정환을 넘어야 올림픽 출전을 꿈꿀 수 있다. 그는 “정환 선배도 언젠가는 넘어야 할 산이라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오상욱은 16일 멕시코 칸쿤 국제그랑프리에 출전해 2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 이후 내년 7월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금메달이 목표다. 그는 “헝가리 월드컵에서 마음가짐 등 배운 점이 많다”며 “내년에 있을 세계선수권, 나아가서 내후년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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