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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영화인사이드] 워맨스 열풍 부른 ‘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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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23 00:55:12 수정 : 2016-12-23 00:5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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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워맨스가 대세다. 워맨스란 워먼(woman)과 로맨스(romance)를 합친 신조어로 여자끼리의 친밀한 감정을 지닌 관계를 말한다. 즉, 남자끼리의 브로맨스에 대한 여성버전이다.

워맨스는 브로맨스와 마찬가지로 동성애와는 분명 다르다. 브로맨스가 남자들의 우정과 의리, 배신을 주로 다뤘다면 워맨스는 우정보다 깊은 동지애와 모성애, 애증과 질투를 그린다. 감정적으로는 친밀하지만 성적 관계는 배제된 것이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최근 극장가는 여배우를 내세운 워맨스 영화들을 잇달아 내걸고 있다. 프랑스 대표 여배우 소피 마르소가 주연한 ‘뷰티풀 레이디스’는 불평등한 사회를 파괴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택하는 여성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스페인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애증의 모녀관계를 그린 영화 ‘줄리에타’를 선보였다. 여배우 엄지원과 공효진은 영화 ‘미씽:사라진 여자’에서 호흡을 맞췄다.

‘여교사’는 계약직 여교사 효주(김하늘)와 이사장 딸 혜영(유인영)의 질투와 애증관계를 묘사한다. 효주는 자신의 정교사 자리를 꿰차고 들어온 혜영 때문에 열등감에 빠지지만 자신을 따르는 혜영에게 동시에 동지애를 느낀다.

‘여교사’는 워맨스를 파격적으로 표현한 문제작이다. 영화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시선과 태도를 함께 지적한다. 계약직인 효주와 학교 이사장 딸 혜영은 흙수저와 금수저로 대변된다. 바로 지금 우리들이 겪고 있는 양극화의 문제, ‘여교사’는 이를 짚어내며 사회부조리를 비판하고 있다.

섬세한 감정선이 펼쳐진다. 효주가 느끼는 세밀한 심리묘사를 통해 영화는 스릴과 공포를 만들어낸다. 여기에 인간의 본능인 질투와 의심은 긴장감을 더욱 배가시킨다. 또한 제자를 사이에 두고 두 여교사가 위태롭게 요동치며 펼쳐지는 박진감 넘치고 파격적인 전개는 관객을 한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한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 배우들의 안정된 감정연기도 볼 만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여교사’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워맨스의 트렌드를 잇는 대표적인 영화라 할 수 있다.

워맨스, 이 시대 관객들은 왜 여기에 집중하는가. 실제로 그동안은 20~30대 여성이 주된 관객층인 국내 극장가에서 남자를 주인공으로 한 브로맨스가 줄곧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남녀커플, 남남커플이라는 식상한 공식을 탈피해 여여커플이라는 새롭고 신선한 관계 설정이 한몫해낸 것으로 파악된다. 즉 시대 변화에 따른 관객의 요구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성의 삶은 사회적 지위가 높아짐에 따라 남성에게 의존하던 형태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바뀌었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수동적인 것보다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여주인공들을 더 선호하게 된 것이다. 여성의 경제력이 향상된 것도 배경이다.

영화는 사회변화를 투영한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면서 여성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여성 특유의 질투와 애증 같은 섬세한 감정선을 그리는 영화가 여성관객들의 공감대를 자극하고 있다. 강세를 띠고 있는 워맨스 영화 열풍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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