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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심리학] 담뱃갑 혐오사진, 정말 효과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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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24 15:30:00 수정 : 2016-12-24 15: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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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자들이 금연광고를 봐도 담배를 계속해 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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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부터 담뱃갑 흡연경고 그림 부착이 의무화됐다. 후두암, 폐암, 구강암 등 적나라한 사진이 붙은 담배는 서울 여의도, 서울역, 강남역 고속버스터미널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우선 보급되고, 이미 만들어진 담배가 소진되는 내년 1월 중순 이후 전국 담배 판매소로 확대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정책으로 흡연율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심리학적으로는 담뱃갑 경고그림이 기대했던 것보다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단 시각이 많다.

◆ 보고싶은 것만 본다?  ‘지각의 방어현상’

같은 가격, 같은 상표가 붙은 제품이더라도 소비자의 반응은 항상 다르다. 똑같은 정보라도 소비자의 평소 믿음이나 태도에 따라 정보가 왜곡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람들이 일정한 정보를 잘 인식하지 않으려 하는 모습을 심리학에선 ‘지각의 방어(perceptual defense)’현상이라고 한다. 평소 믿음과 상반되는 사물이나 의견에 대해서 자기보호를 위해 무시하거나 외면하는 심리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애연가들이 ‘흡연이 몸에 해롭다’는 메시지를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그래서다. 병원이나 약국에 붙은 금연 포스터나 금연과 관련한 공익광고 등이 실제 흡연자들에게 그다지 효과가 없다는 연구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흡연자들은 앞으로 담뱃갑에 붙게 될 경고그림도 의식 혹은 무의식적으로 회피할 가능성이 크다. 카지노 입구에 붙은 경고 표지나 온라인게임에 의무화된 시간대별 사용시간 경고가 큰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 너무 무서워서… ‘방어적 회피’

한때 담뱃갑에 붙게 될 경고사진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기도 했다. 보다 혐오스러워야 할 사진이 폐암이나 구강암 등 일부 사진을 제외하고는 예상보다 괜찮다(?)는 의견 때문이었다. 정말 공포심을 주는 혐오스러운 사진일수록 가져다 주는 효과가 클까?

너무 심한 ‘공포 메시지’는 오히려 흡연자들의 마음을 자극해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도록 할 가능성이 크다. 지나친 공포감을 주면 마음 속에서 ‘방어적 회피(defensive avoidance)’현상이 일어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공포 메시지’에 대한 미국의 한 연구를 보면, 충치로 인해 잇몸질환의 결과가 ‘2차감염을 일으켜 관절염이나 신장염, 더 나아가 실명 가능성까지 있다’는 설명보다 잇몸질환과 치통을 사실 그대로 묘사한 설명의 효과가 더 컸다. ‘어쩔 수 없이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란 내용만 강조하면 설득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 에이, 괜찮겠지 뭐… ‘인지부조화’의 해소

담뱃갑에 박힌 경고사진을 접한 흡연자들은 처음 잠시동안은 멈칫하겠지만, 이내 ‘어차피 뭐…’란 생각에 담배를 구입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의 해소현상 때문이다. 상충되거나 불일치된 사실이나 현상을 받아들인 사람들은 마음 속에서 ‘불편함 감정’을 느끼는데, 심리학에선 이를 인지부조화라고 한다. 인지부조화가 발생하면 사람들은 어떤 방법으로든 불편함을 없애려고 한다.

흡연자들 대부분 ‘나는 인생을 즐기기 위해서 담배를 피운다’란 생각과 ‘흡연은 건강을 해쳐 결국 불행해 질 것이다’라는 생각이 공존해 인지부조화를 겪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 금연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이는 “흡연은 해롭지만 내 인생을 불행하게 만들 정도로 건강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며 태도를 변화시킴으로써 불편함 감정을 해소하려 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자기합리화’ 현상이다. 이 경우 ‘어떤 연구에서는 흡연이 암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더라’, ‘담배를 안 펴도 폐암은 걸리더라’는 식으로 정보를 편파적으로 받아들이는 일이 많다.

불일치된 사안의 우선순위나 중요도를 바꾸는 방법으로 인지부조화를 해소하기도 한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흔히 흡연에서 오는 즐거움이 암 발생 위험을 보상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아흔살까지 먹고 싶은 것을 참으며 재미없는 삶을 살기보다 먹고 싶은 것을 맘껏 먹으며 예순살까지만 사는 게 낫다’는 식으로 ‘짧고 굵게’를 강조하는 흡연자들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 정말 흡연률을 낮추고 싶다면…

경고그림 도입은 WHO(세계보건기구)가 권고한 대표적 금연 정책으로, 2001년 캐나다에서 도입된 이후 유럽 등 전 세계 101개국에 확산된 검증된 제도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경고 그림을 가리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담배케이스 판매량이 증가하는 등 한국 소비자들에게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2008년과 2012년 경고그림을 도입한 영국과 헝가리의 경우, 이로 인한 흡연률 감소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일 정부가 ‘정말 흡연률을 낮추기 위해서’라면 경고그림·문구 등 ‘비경제적 수단’보다는 가격을 올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란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인상폭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차등적 문턱(just noticeable difference)’을 넘어서는 수준이어야 한다. 차등적 문턱은 두 사물 간의 변화의 차이를 지각하는 능력을 말한다. 마케팅 전문가들이 ‘기왕 세일을 할 것이라면 티가 나게 할인해야 한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거꾸로 ‘수용할 수 있는 정도’ 혹은 ‘인지하지 못할 정도’의 가격 인상은 그다지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반대의 경우지만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차등적 문턱 안에서 야금야금 올리는 것도 비슷한 이유로 볼 수 있다. 정부가 2015년부터 담배 가격을 기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했지만, 지난해 담배소비세는 3조350억원으로 2014년 2조9528억원보다 오히려 2.8%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담배 판매량도 353억969만1400개비로, 2015년 상반기 판매량 310억679만6000개비보다 14%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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