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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음성인식 기술에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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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02 21:19:18 수정 : 2017-01-02 21: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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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음성 비서’인 ‘시리’가 한국 나이로 7살이 됐다. 시리는 아무리 물어도 나이를 밝히지 않지만, 생일이 언제냐고 물으면 “2011년 10월4일에 출현했다”고 답한다. 또 실제로 10월4일에 “생일 축하해”라고 말을 건네면 “기억해 주시다니, 완전 감동이에요”라고 사람처럼 호응한다.

시리는 애플의 스마트폰인 아이폰4S에 처음 탑재됐고, 당시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 영향으로 삼성전자가 자사의 스마트폰 갤럭시S3에 음성 기능을 적용했고, LG전자 등 다른 정보기술(IT) 업체도 음성인식 기능을 스마트폰에 담았다.


엄형준 산업부 차장
시리는 농담을 받아치는 깜찍함 외에도 전화를 걸거나 문자·일정을 읽어주고, 음악을 재생하고, 날씨를 확인하고 알람을 설정하는 유용한 재주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이 똑똑한 음성비서를 쓰는 사람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그렇다. 한국어 인식 능력과 제한적인 서비스, 사람들이 보이는 곳에서 스마트폰과 대화(?)할 때의 뻘쭘함 등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음성인식은 이제 별 볼일 없는 기술이 된 것일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최근 들어 음성인식 기술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의 음성인식 기기인 ‘에코’는 지난해 말 쇼핑 시즌에 자사 쇼핑몰에서 가장 많이 팔린 기기로 기록됐고, 구글은 최근 음성인식 스피커인 ‘구글홈’을 출시했다. 우리나라에서는 SK텔레콤이 한국판 에코라고 할 수 있는 음성인식 스피커 ‘누구’를 내놨다.

왜 다시 음성인식일까. 전문가들 중에는 음성인식 기술의 발전을 꼽은 이도 있지만, 최근에 출시된 기기를 사용해 본 결과 자연어 처리 능력의 큰 진보는 느끼기 힘들었다. 그보다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의 성숙을 중요한 요인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기기 ‘자체’의 기능을 작동하는 ‘재미있는’ 기술에 머물렀던 음성인식은 ‘다른’ 기기나 서비스를 가동하는 ‘유용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이미 IT 업계뿐만 아니라, 자동차 제조사들도 음성인식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아마도 핸들조차 없는 미래의 자율주행차는 버튼이 아니라 음성인식을 통해 조작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IoT 환경이 복잡해질수록 이를 통제·조작할 수 있는 방법도 중요해지는데, 수십개 버튼을 대체할 수 있는 음성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게임에서 승자는 누가 될까.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생태계를 빠르게 확장하는 쪽이 될 공산이 크다. 최근에 출시된 음성인식 기술 탑재 제품들 역시 아직은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몇 가지 되지 않는 ‘빛 좋은 개살구’다.

더 많은 음원사, 스마트 전구·커튼·가전 제조사, 배달 가능한 다양한 프랜차이즈점, 택시회사, 방송사, 쇼핑몰, 출판사, 자동차 업체 등과의 제휴가 필요하다. 우군이 많을수록 음성인식 기기는 더 쓸모 있게 되고, 진입 장벽도 낮출 수 있다. (보통은 내 것, 우리 회사 제품만 고집하다 망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사람 말을 더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음성인식 기술 자체가 진화하는 건 기본이다.

엄형준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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