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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신온고지신] 망지사목계(望之似木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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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04 21:21:59 수정 : 2017-01-04 21: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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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는 새 설계를 하게 된다. 지난 일을 반성하고 교훈 삼아 새 뜻, 새 마음으로 일한다. ‘논어’도 “지난 일은 되돌릴 수 없으나 다가올 일은 오히려 쫓아갈 수 있다(往者不可諫 來者猶可追).”라고 가르치고 있다.

문제는 지난 일에서 교훈을 어떻게 삼느냐이다. 자신은 무관하다는 식의 남의 탓만 해선 진보는 없다. 자신은 옳다고 믿고 행동했어도 결과가 잘못됐으면 자신의 잘못이 없는지 스스로 되돌아보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불협화음 없는 공동체 유지 발전의 기본요건이다.

걸핏하면 남과 다투기 좋아하는 사람을 흔히 싸움닭이라 한다. 하지만 닭싸움에 이용하는 닭에 날뛰는 닭을 투입하면 백전백패다. 동작이 민첩하고 성질이 사나울 필요는 있지만 쓸데없이 싸움을 걸어 체력을 낭비해선 안 된다.

‘장자(莊子)’ 달생편에 실린 내용을 보자. 중국 춘추전국시대 재(齊)나라에 기성자(紀?子)라는 사람이 있었다.

왕이 기성자에게 최고로 잘 싸우는 닭을 기르라고 했다. 성급한 왕이 열흘 만에 다 길렀는지 물었다. 한 달이 지나 왕이 다시 이제 싸울 만한가 하고 물었다. 드디어 기성자가 이제 거의 됐다며 이렇게 답한다. “다른 닭이 소리를 쳐도 아무런 변화 없이 마치 나무로 만든 닭처럼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鷄雖有鳴者 已無變矣 望之似木鷄矣).”

올해 2017년 정유년(丁酉年)은 닭띠 해다.

닭은 다산과 풍요, 새벽의 상징이다. 일희일비 말고 묵묵히 내공을 쌓되, 불의에는 제대로 대처하는 ‘목계’ 같은 정신이 요청된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상대를 제압하는 최고의 ‘싸움닭’! 그래서 올해엔 닭 울음소리로 인해 어둠이 물러가고 세상이 환하게 밝아지길 고대하는 마음이 크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望之似木鷄 : ‘나무로 만든 닭처럼 참고 멀리 보고 때를 기다린다’는 뜻

望 바랄 망, 之 갈 지, 似 닮을 사, 木 나무 목, 鷄 닭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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