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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극장 통해 삶에 변화를”… 클래식 전도사 나서

입력 : 2017-02-28 21:12:33 수정 : 2017-02-28 21: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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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음악극장장 된 배우 박상원 배우 박상원(58)이 클래식 음악 전도사로 나선다. 올해 그는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극장장’에 위촉됐다. 첫걸음으로 3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리는 ‘2017 서울시향의 음악극장’ 무대에 오른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낭독한다.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박상원은 “음악극장을 통해 삶에 변화가 일길 바란다”고 밝혔다.

“니체가 차라투스트라를 통해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곱씹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공연 후 ‘지금 원하는 일을 내세에 하려는 건 비현실적임을 얘기하는 것 같다. 버킷 리스트를 죽기 전에 하지 말고 지금 하면, 그 후 인생이 달라지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음악극장은 서울시향이 지난해부터 선보인 독특한 공연이다. 클래식 음악을 더 쉽게 이해하도록 음악에 연극·무용 등을 접목해 소개한다. 이번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전반부에서는 서울시향의 발췌 연주와 함께 아버지와 아이가 차라투스트라에 대해 대화한다. 박상원은 아버지 역의 내레이션을 맡았다. 후반부에서는 최수열 지휘로 전곡 연주가 펼쳐진다. 박상원은 앞으로 음악극장장으로서 제작과 출연 등에 적극 참여한다.

그가 서울시향과 인연을 맺은 건 지난해 10월 음악극장 ‘돈키호테’를 통해서였다. 당시 낭독을 담당한 그는 예술과 생활의 만남에 무게를 두고 관객 앞에 섰다. 그는 “예술이 감성적 차원에 머무는 건 아쉬운 것 같다”며 “예술이 생활에 메시지를 던지고, 인생의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보는데 이런 점에서 서울시향 음악극장은 쉽고 재밌고 감동도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극장장에 선임된 배우 박상원. 그는 “클래식음악을 더 쉽게 이해하도록 음악에 연극·무용 등을 접목해 소개하겠다”고 말했다.
하상윤 기자
“음악만 듣기보다 ‘돈키호테’를 입체적으로 관람하면, 돈키호테가 풍차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통해 여러 상념을 떠올릴 수 있어요. 젊은이들이 슈트라우스의 음악에 머물지 않고 ‘잡을 수 없는 꿈을 향해 노력하고, 쟁취할 수 없을 것 같은 사랑과 고통에 도전해야겠구나’ 느꼈을 수도 있죠.”

박상원은 음악극장장으로서 오는 8월 차이콥스키 ‘템페스트’ 공연에 더 광범위하게 참여할 계획이다. 그는 “셰익스피어 ‘템페스트’는 세계적으로 다양한 형태로 공연돼 여지가 많은 작품”이라며 “제가 연극·뮤지컬·무용을 다 해봤기에 ‘템페스트’에서 총체적으로 보여주려 한다”고 밝혔다. 대중에는 스타 배우로 유명하지만, 그의 시작은 무대였다. 

그는 “대학교 1학년 때 엑스트라로 영국 로열발레단이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한 ‘백조의 호수’와 ‘마농’에 참여했다”며 “운 좋게도 태어나서 첫 무대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올랐다”고 회고했다. 로열발레단 내한은 1978년 문 연 세종문화회관의 개관기념 공연 중 하나였다. 이듬해 그는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로 데뷔했다.

그와 무용의 인연도 깊다. 서울예술대학교 연극과를 다닌 그는 “연극과 학생이 무용하는 경우는 없었는데 운이 좋아 무용을 하게 됐다”며 “제가 우리나라 남자현대무용수 1호”라고 밝혔다.

“대한민국에서 웬만큼 무용 전공한 사람보다 제가 무용을 더 많이 했을 거예요. 이화여대, 경희대, 세종대 등 여러 교수님들과 하고, 한국·현대 무용, 발레까지 했죠. 저녁에 당일 공연 준비하면서, 낮에는 다른 공연을 준비할 정도였습니다.”

그는 “1979년 제1회 대한민국 무용제에서 제가 속한 ‘컨템포러리 무용단’이 대통령상을 탔다”며 “수상 후 6개 도시 순회공연을 의무적으로 해야 했는데, 그 바람에 대한민국 공연장을 다 뛰어봤다”고 회고했다. 이런 인연으로 그는 올해 무용문화포럼 4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1986년 MBC 18기 공채 탤런트가 된 후에도 무대와의 끈을 놓지 않았다.

“거의 1년 반에 하나꼴로 연극, 뮤지컬을 끊임없이 했어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지도 20년째인데 아이들과도 계속 작품을 만들었고요. 오히려 저는 무대가 더 편해요. 제 연기의 근간이자 근육은 무대라고 생각해요. 밀도 있는 공연들은 연기자 박상원이 상상과 망상을 충분히 할 수 있게 하는 자양분이에요. 좋은 공연은 놓치면 안 돼서 미국이나 영국 현지로 직접 공연을 보러 가기도 합니다.”

그는 방송과 연극, 무용, 뮤지컬 외에도 그림·사진 전시회를 열고 건축·인문학까지 다양하게 관심을 쏟고 있다. 그는 “저는 기능·기술적인 연기자보다 아티스트형 연기자를 선호한다”며 “지금처럼 사진·그림·DJ·교수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또 하나의 선배 연기자 모습을 만들어간다면 20년 후 예술적 힘이 어떻게 나타날지, 제가 어떤 형의 사람이 돼 있을지 궁금하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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