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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와인으로 환생한 전설의 명마 사이테이션

관련이슈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 디지털기획

입력 : 2017-03-02 11:12:08 수정 : 2017-03-02 11: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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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6월 12일 미국 3대 경마 대회중 하나인 벨몬트 스테이크스(Belmont Stakes)가 열린 뉴욕 벨몬트 파크. 3세마 ‘사이테이션(Citation)’은 시종일관 선두를 유지하면서 무려 8마신 차로 베터셀프(Better Self)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합니다. 켄터키 더비(Kentucky Derby), 프리크니스 스테이크스(Preakness Stakes)에 이어 벨몬트 스테이크스까지 휩쓸며 3관마(트리플 크라운)의 대위업을 달성한 전설의 명마 사이테이션이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사이테이션
사이테이션은 5세마까지 4시즌(1947∼1948, 1950∼1951) 동안 45경기에서 32승을 거뒀고 2위 10차례, 3위 2차례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웁니다. 특히 1950년 6월 3일 미국 캘리포니아 골든게이트 경마장에서 1마일을 1분33초6만에 뛰어 세계신기록도 작성합니다. 사이테이션이 은퇴할때까지 벌어들인 모두 108만5760달러이며 1959년 명예의 전당에 올랐고 1970년 사망합니다.

파이어스티드 와이너리 출처=홈페이지
세계적인 명마 사이테이션이 와인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바로 미국 노스트웨스트의 고급 와인산지 오레곤에서 와이너리 파이어스티드(Firesteed)가 빚는 사이테이션입니다. 명마 사이테이션이 빨리 달리면 불붙는 것 처럼 보인다는 의미로 와이너리 이름을 파이어(Fire·불)와 스티드(steed·말)를 합쳐서 지었다고 합니다. 명마 사이테이션을 아주 잘 표현한 이름이네요.

사이테이션 와인
오레곤의 전체 와인 생산량은 1년에 7000 케이스(8만4000병)에 불과합니다.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는 오레곤 전체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가 있을 정도니 매우 적은 수량입니다. 하지지만 품질은 매우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데 각종 와인 평가에서 90점 이상 받은 와인이 전체 20.6%라는 점이 이를 입증합니다. 오레곤의 대표적인 와인 생산지는 윌라맷 밸리(Willamette Valley)가 가장 유명하며 이곳에서 50% 이상이 생산됩니다. 파이어스티드는 모든 와인을 이곳에 빚고 있습니다.
 
파이어스디드 와이너리 전경
오레곤에서 고급 와인이 생산되는 배경은 기후와 토양때문입니다. 오레곤은 북위 45도에 있는데 고급와인이 생산되는 프랑스 보르도와 북부 론, 이탈리아 피에몬테와 같은 위도랍니다. 포도가 자라는 여름에는 더우면서도 건조해 일조량이 풍부합니다. 또 9월에는 더운 낮시간이 빠르게 줄고 대신 밤이 길어지면 서늘한 기온이 이어져 산도가 좋은 포도가 생산됩니다. 또 비그늘 효과로 오레곤 서쪽은 비가 많이 오지만 오레곤은 건조합니다. 특히 가장 중요한 수확 시기에 보르도 보다 강수량이 적을 정도여서 좋은 포도 재배에 아주 적합한 환경입니다. 오레곤은 최근까지 화산활동이 있던 지역으로 화산토로 이뤄졌고 바다에서 융기한 땅으로 석회질과 칼슘이 매우 풍부합니다. 또 4000년전 빙하가 녹으면서 인근 미줄라(Missoula) 호수의 대홍수로 모든 토양이 쓸려내려오면서 윌라맷 밸리가 형성돼 미네랄이 풍부한 포도가 생산됩니다. 
파이어스티드 대표 와인들
오레곤은 프랑스 부르고뉴로 대표되는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 품종이 유명한데 파이어스티드는 상급 포도중에서도 10%의 최상급 포도만 골라 부르고뉴 못지않은 사이테이션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사이테이션은 연간 3000∼4320병 정도만 생산하며 18개월동안 오크배럴에서 숙성뒤에도 시음 적기가 될때까지 다시 7~8년간 셀러에서 병숙성한뒤에야 세상에 내보냅니다. 심지어 포도 작황이 좋지 않을때는 아예 와인을 만들지 않을 정도로 품질 관리를 철저하게해 오레곤 와인을 뛰어 넘어 부르고뉴와 경쟁할 세계 정상급 와인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파이어스티드 윌라멧 밸리 피노누아는 1993∼2000년까지 미국 빌클린턴 행정부 시절 오레곤 와인 최초로 백악관의 하우스 레드 와인으로 선정돼 대통령의 일상식탁에 올려졌을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답니다. 또 태평양연안 연어보호단체 살몬 세이프(Salmon Safe)의 강력한 인증기관인 LIVE(Low Input Viticulture Enology)에 속해 와인생산의 전과정을 철두철미하게 통제하며 친환경농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보통 와이너리들은 와인생산의 마지막 과정때 계란을 이용해 침전물을 제거하고 필터링를 하는데 이를 전혀 하지않아 ‘채식주의’ 같은 와인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파이어스티드 대표 와인들

 파이어스티는 1992년 약 22에이커의 빈야드를 구입해 와이너리를 시작했으며 현재는 여의도 면적의 5배인 300에이커(약 125만평)의 광활한 빈야드를 소유한 오레곤의 톱생산자다. 

파이어스티드 오너이자 미북서부와인생산자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하워드 로스바흐
오너인 하워드 로스바흐(Howard Rossbach)씨는 미북서부와인생산자연합회(Northwest Wine Coalition) 회장을 맡고 있는데 40년 이상을 와인산업에 종사하며 오레곤과 워싱턴 와인산업 발전을 이끈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와인메이커 브라이언 크로프트(Bryan Croft)는 와이너리가 설립이래 20년동안 오너의 철학이 반영된 와인생산을 책임지고 있다. 순수한 과실 캐릭터 구현과 밸런스가 뛰어난 와인을 빚는데 집중해 빠른시간에 신뢰와 명성을 쌓았다. 한국을 찾은 로스바흐씨와 서울 신촌의 지중해식 레스토랑 숲으로간 물고기에서 파이어스티드 대표 와인 5종을 함께 테이스팅하며 파이어스티드 와인의 탄생과정을 직접 들어봤다. 파이어스티는 와인은 현재 뱅앤조이에서 단독 수입한다.

 
파이어스티드 피노그리
파이어스티드 오레곤 피노그리 2014는 피노그리 100%로 빚은 화이트 와인이다. 오크배럴 숙성을 하지 않고 날카로운 산도를 낮추는 젖산발효도 하지않았다. 오로지 내추럴하고 순수한 과일 캐릭터를 잘 구현하는데 집중했다. 열대과일, 멜론과 복숭아 등 핵과일향의  풍부한 아로마가 끊임없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산미는 신선하고 아삭한 질감이 돋보이며 미네랄도 풍부하다.  코스 음식을 즐길때 시작하는 스타터 메뉴와 잘 어울린다. 

파이어스티드 피노누아
파이어스티드 오레곤 피노누아 2013은 피노누아 100%다. 첫 인상에서 향신료인 정향과 팔각, 시나몬 등 스위트한 스파이시 아로마가 강하게 느껴진다. 이어 라즈베리, 블랙체리, 카시스 등의 검은 과일의 복합적인 풍미를 느낄 수 있다.

파이어스티드 윌라멧 밸리 피노누아
파이어스티드 윌라멧 밸리(Willamette Valley) 피노누아 2009는 피노누아 100%다. 라즈베리와 다크체리의 아로마가 먼저 다가온다. 이어 삼나무, 정향과 같은 허브 등 전형적으로 숙성된 피노누아의 부케가 살아있다. 실크처럼 부드러운 탄닌이 바닐라, 블랙베리와 같은 스위트한 풍미와 어우러져 우아한 브루고뉴 피노누아를 떠오르게 한다.

파이어스티드 사이테이션 샤도네이
파이어스티드 사이테이션 샤도네이 2014(Firesteed Citation Chardonnay 2014)는 샤도네이 100%다. 죽은 효모찌거기와 함께 10개월 숙성하는 쉬르리(Surlee) 방식으로 만들어 풍부한 아로마가 돋보인다. 블라인드로 테이스팅하면 프랑스 부르고뉴의 몽라셰로 여겨질 정도다. 과실미가 전면에 등장하고 오크 뉘앙스는 적당히 살짝 느껴지는 수준이다. 크리미한 산도가 먼저 다가온다. 시트러스와 버터스카치, 솜사탕, 바닐라와 잘익은 사과의 풍미가 복합적으로 느껴지고 마지막에는 견과류향이 길게 나타난다. 오크숙성에서 나오는 토스티함과 스파이스 터치도 느낄 수 있고 리치한 질감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파이어스티드 사이테이션 피노누아
사이테이션 피노누아 2004는 피노누아 100%로 가장 좋은 오크 배럴에서 18개월 숙성 뒤 7년간 병숙성을 거친다. 브루고뉴 그랑크뤼 피노누아에 버금가는 풍미와 떼루아를 느낄 수 있다. 폭발적인 과일향이 두드러지고 라즈베리와 향신료인 정향과 팔각(star anise), 호두오일, 파이프 토바코 등 복합적인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운다. 또 블랙체리와 바닐라의 뉘앙스가 매우 부드럽게 코와 혀에 넘실거리는 매력적인 와인이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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