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황종택의신온고지신] 자의득기세(自意得其勢)

관련이슈 황종택의 新 온고지신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17-03-08 21:43:57 수정 : 2017-04-11 15:39:3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제멋대로 세력을 얻게 되면 바람이 없어도 흔들리게 된다(自意得其勢 無風可動搖).”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권력을 행사하면 외부의 작은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흔들린 나머지 일도 제대로 못한다는 뜻이다.

2300여년 전 맹자의 말이다.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주는 교훈과 울림은 무겁고도 크게 다가선다. 맹자의 ‘멘토’는 공자다. 물론 맹자는 공자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은 적이 없다. 그럼에도 맹자는 말하기를 “나는 비록 친히 공자의 문하에서 공부한 학생이 될 수 없었지만, 개인적으로 사숙했다.(予未得爲孔子徒也, 予私淑諸人也)”고 고백한 바 있다.

‘사숙(私淑)’이란 말에 눈길이 간다. 사숙이란 ‘존경하는 사람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을 수는 없으나, 그 사람의 인격이나 학문을 본으로 삼고 배우는 것’을 말한다. 말하자면 맹자에게 스승은 공자라는 얘기다. 왜. 공자가 삶의 본보기였기 때문이다. 공자는 일찍이 제나라 경공이 정치를 묻자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君君臣臣 父父子子)”고 명연설을 했을 정도다.

자신에게 주어진 책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게 가정과 사회, 국가가 잘 운영될 수 있다는 기본 틀을 제시한 것이다. 제 자신의 일을 소홀히 하지 않고, 남의 일에 과도하게 간섭도 않는 성실함과 분수를 아는 처세인 것이다. 그러면서 소통과 친교에도 힘쓴다면 원활한 인간 공동체 구현은 그리 어렵지 않게 된다. 자연 돕는 이도 늘게 되는 법이다. 맹자가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많아지면 천하가 순종하며 따른다(多助之至 天下順之)”라고 한 바가 잘 말해주고 있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 사건의 공범으로 규정돼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를 앞에 두고 있다. 헌재는 좌고우면 없이 법과 양심에 따른 파사현정의 명판결을 내려주길 기대한다. 그리하여 이 땅에 더 이상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같은 부끄럽고 낯 뜨거운 말들이 난무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自意得其勢 : ‘제멋대로 세력을 얻어 권력을 휘두른다’는 뜻.

自 스스로 자, 意 뜻 의, 得 얻을 득, 其 그 기, 勢 형세 세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