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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주인 잃은 ‘퍼스트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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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14 21:57:35 수정 : 2017-04-11 16: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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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를 직접 길러 보아야 왜 ‘반려견’이라고 하는지 알게 된다. 꼬리치면서 달라붙는 강아지 모습만 떠올렸다면 당신은 분명히 반려견을 키워 보지 않았을 것이다. 말만 못한다 뿐이지 인간과 감정을 그대로 나눈다. 직접 기르기 전에는 그렇게 다양한 소리를 내는 줄 몰랐다. 출근으로 헤어질 때, 귀가를 반길 때, 안아주거나 음식을 달라고 조를 때, 혼났을 때, 무서울 때…. 내는 소리가 모두 다르다. 주인이 출근하는지, 산책 나가는지도 귀신같이 알아챈다.

“사주기만 하면 제가 다 알아서 키울게요!” 이런 자녀 말만 믿고 강아지를 들였다가는 후회할 수 있다. 반려견을 기르는 건 여간 손이 가는 일이 아니다. 하루 이틀, 1∼2주까지는 그래도 열심이지만 곧 부모의 일이 되고 만다. 매일 아침 물과 음식을 갈아주고 자주 털도 빗기고 목욕도 시켜야 한다. 강아지 산책시키기야말로 귀찮은 일이다. “반려견을 산책시킬 수 없다면 기를 자격이 없다”고까지 한다. 미국에는 강아지를 산책시켜 주는 파트타임 직업도 있다.

미국인의 강아지 사랑은 유별나다. 미국애완동물상품협회(APPA) 조사에 따르면 미국 100가구 중 44가구 꼴로 강아지를 기른다. “워싱턴에서 친구를 사귀려면 개를 키워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백악관에서 기르는 ‘퍼스트 독’은 미국인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2012년 중간선거 때 공화당 밋 롬니 후보가 반려견 문제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매사추세츠주지사 시절 가족 휴가를 떠나면서 반려견을 개집에 넣어 차 지붕에 묶고 운전한 사진이 공개돼 뭇매를 맞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기르던 진돗개 9마리가 주인 잃은 신세다. 퍼스트 독에서 마치 유기견 신세로 전락한 셈이다. 동물단체에서는 동물학대라면서 고발카드까지 꺼내들었다. 2013년 취임 당시 서울 삼성동 이웃 주민들이 선물한 진돗개 새롬이와 희망이 식구가 그새 늘었다. 삼성동 사저로 데려가 키우기가 여의치 않았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반려견 주인으로서 쉽게 수긍할 수만은 없다. 그러고 보니 박 전 대통령이 진돗개를 안고 쓰다듬는 사진은 많이 봤지만 목줄을 쥐고 산책시키는 사진을 본 기억은 없는 것 같다.

박희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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