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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지상주의’ 빠진 한국교회… 공동체적 사랑·개혁은 없었다

입력 : 2017-03-28 21:11:16 수정 : 2017-03-28 21: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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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기독교사상’이 분석한 개신교의 현주소
게티이미지 제공
종교개혁 이후 500년간 이어온 개신교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전래된 지 133년 된 한국 교회는 어디쯤 왔을까. 역사상 유례없는 규모로 성장한 개신교에 대한 공과 논쟁이 한창이다.

창간 60주년을 맞는 ‘월간 기독교사상’이 700호 특집판을 내고 한국 개신교의 현실을 분석했다. 이 가운데 ‘한국 개신교, 과연 정직한가’(박충구 생명과평화연구소 소장) 제하의 칼럼이 특히 눈에 띈다.

박 소장에 따르면 100년 전인 1917년 종교개혁 400주년을 맞아 독일에서는 종교개혁을 재평가하는 ‘루터 르네상스 운동’이 벌어졌다. 당시 ‘루터 르네상스 운동’의 핵심은 개신교가 아직 16세기 중세교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비판하는 내용이다. 19세기 말 전래된 한국 기독교회는 대단한 발전을 이뤄냈다. 전국에 세워진 크고 작은 교회는 7만8000여개에 이른다. 안수를 받은 목사는 15만여명. 인가받은 정규 신학대학을 포함해 손쉽게 안수를 받을 수 있는 군소 교단에서 쏟아지는 목회자만도 연 1만명에 육박한다.

게티이미지 제공
한국 교회 신자들의 뜨거운 기도와 희생적 헌금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가 없다. 목회자들의 정신적, 물질적 헌신은 수많은 교회를 세우는 자원이 됐다. 이런 양적 성장은 기독교 사상을 보다 폭넓고 쉽게 전파할 수 있는 토양과 기반을 조성했다. 한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 더 효과적으로 기독교적 삶과 영성 훈련, 사회적 책임을 담당할 여건을 갖고 발전을 거듭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성장은 오히려 평신도적 삶의 가치보다 성직자적 삶의 가치를 더 중시하는 성과주의로 흘렀다. 남다른 열심을 가지고 세운 교회는 하나님의 교회가 아닌 자신들의 소유로 인식되었다.

애지중지 키워낸 교회에 대한 잘못된 애착은 더욱 증대되었다. 그 중심에는 목회자가 있었다. 타락한 중세 성직자의 특권을 비판하면서 출발한 개신교회가 성직주의와 성직자의 권위주의를 다시 유통시키고 있다. 제도화되고 박제화된 교회를 비판하고 평신도의 평등한 공동체성을 추구하려던 루터의 종교개혁 정신에 역행했다. 교회지상주의는 비판의 초점이 되었다.

박 소장은 “교회지상주의는 목회자의 지적 불성실, 성숙하지 못한 목회자의 성품을 가려주는 기제가 되고 있다”면서 “특히 일부 교회 내부의 불투명한 재정 집행과 각종 범죄행위를 스스로 비판할 능력을 상실하게 되었다”고 비판했다. 교회 안에 팽배한,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교회지상주의는 그리스도 공동체의 일치가 아니라 적자생존이라는 경쟁의 늪에 빠지게 만들었다.

박 소장은 특히 은밀히 행해지는 일부의 성직 매매, 교회의 사치를 위한 헌금 강요는 정당한 신학적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중세 교회의 면죄부 판매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고도 했다.

500년 전 루터는 “교회가 하나님의 나라를 대신하면 교회의 우두머리가 하나님 노릇을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박 소장은 또 “한국 교회의 신자 쟁탈전은 점입가경”이라면서 “초기 한국 기독교의 생명력으로서 끊임없이 개혁하는 교회의 속성은 지금 사라지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 개신교는 중세 가톨릭교회와 다름없는 퇴행성을 보이고 있다”면서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한국 개신교가 초기 개신교의 정신을 지켜왔는지 자문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박 소장은 “한국 교회 신자들의 헌금 그리고, 목회자들의 열심은 하나님 교회의 신앙적 토대를 굳건히 해서 참다운 교회의 보편성으로 이어졌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현재 일부 교회는 교인과 목회자 업적의 산물이자 소유처럼 여기는 풍조에 빠져들었다. 초기 종교개혁의 정신으로 돌아가 정직한 개신교회로 거듭나기를 호소한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감신대 기독교윤리학 교수를 지낸 원로 신학자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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