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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수능만이 공정한 잣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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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4-11 01:15:14 수정 : 2017-04-11 18: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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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재수한 1994학번이다. 마지막 학력고사 세대이자 첫 대학수학능력시험 세대였다. 첫 입시에서 실패한 뒤 재수를 결심하기까지 두려움은 상당했다. ‘현역’ 때 수능 문제를 한 번도 풀어보지 않은 데다 내신 등급은 한 단계 더 떨어진 상태였다. 그래도 엇비슷한 성적대의 친구들보다 급이 낮은 대학은 가기 싫어 재수를 선택했다.

막상 부딪쳐 보니 할 만했다. ‘단편적인 지식 대신 종합적인 사고력 평가’라는 수능 출제 방향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암기한 문제가 아니었는데, 지문만 봐도 답이 보이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결과적으로 현역 때보다 더 높은 점수대의 대학 학과에 합격했다. 

송민섭 사회2부 차장
다음달 9일 실시되는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많은 학생·학부모가 정시 비중을 늘리라고 아우성이다. 일부에서는 학력고사 때처럼 수능 성적만으로 대학 신입생을 뽑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물론 대학 신입생 선발 잣대로 수능이 완벽해서는 아니다. 현재 대입 전형의 75% 정도를 차지하는 학교생활기록부(내신) 위주의 수시모집이 공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에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고 있다. 학종은 학생부 교과 성적뿐 아니라 동아리·자치·봉사·독서 등 비교과 활동을 두루 평가한다. 이들은 학종이 사교육비의 주범인 동시에 ‘귀족 전형’, ‘현대판 음서제’와 다름없다고 입을 모은다.

일견 고개가 끄덕여진다. 학종의 전신인 입학사정관 전형이 등장한 게 2008년부터다. 특수목적고·자립형사립고 육성책이나 마찬가지였던 이명박정부의 ‘고교 다양화 정책’과 맞물려 지난 10년 사이 평준화지역 일반고는 적어도 서울대 합격생 수에선 ‘3류 학교’로 전락했다.

그렇지만 수능 성적만으로 대학 신입생을 모두 뽑자는 주장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수능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관장하는 대입 시험이다. 모든 수험생을 교과 성적대로 줄을 세우는 정량평가가 될 수밖에 없다. 창의와 융합형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4차 산업혁명 시대, 5지선다형 객관식 문항으로 학생 개개인의 소질과 적성, 능력을 이끌어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학종이 거액의 사교육비를 유발해 ‘부의 대물림’을 고착화시킨다는 비판에도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학종의 사교육비 유발 효과는 논술고사나 수능보다는 낮다는 게 교육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무엇보다 한 사람의 낙오자도 두지 않는다는 교육의 본질을 감안할 때 과연 수능이 학종보다 더 나은지는 의문이 든다.

며칠 전 큰아들을 지방대에 보냈는데도 정시보다는 수시를 더 선호한다는 한 어머니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 중산층 어머니의 말은 아들의 수능 점수가 워낙 좋지 않아 수시가 아니었다면 지방 국립대도 보내지 못했을 거라는 고백이었다. 문득 수능이 학생들 실력대로 선발할 수 있는 공정한 대입 전형이며 ‘교육 사다리’를 재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믿는 이들은 기자처럼 이미 학벌 위주 사회에서 혜택을 누리고 있는 기득권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송민섭 사회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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