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창문 뒤의 민심 읽어낼 줄 알아야
우리 마음은 창문을 닮았다. 마음을 열어두면 세상 모든 것을 향해 활짝 개방되지만, 마음을 닫으면 단단한 벽이 돼버린다. 창문은 열려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 비바람을 막기 위해서는 잠시 닫아둘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 열기 위한 것이 창문이다. 정호승 시인은 ‘창문’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속삭인다. “창문은 닫으면 창이 아니라 벽이다/ 창문은 닫으면 문이 아니라 벽이다/ 창문이 창이 되기 위해서는/ 창과 문을 열어 놓지 않으면 안 된다/ … /나는 세상의 모든 창문이/ 닫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 열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아는 데에 평생이 걸렸다.” 시인의 담담한 고백이 가슴을 울린다. 좋은 시는 이렇게 읽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독자의 마음을 활짝 열어 젖힌다. 세상의 모든 창문이 닫힘을 위해서가 아니라 열림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는 것. 그것이야말로 타인과 나의 다름을 존중하는 내면의 힘이다.
정여울 작가 |
사람들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창문을 꼭꼭 닫아 놓지만, 열린 마음으로 타인의 삶을 상상하는 사람에게는 닫힌 창문마저도 어떤 간절한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김중일 시인은 ‘사거리가 보이는 창문, Heat Roller’라는 시에서 이렇게 속삭인다. “여보세요, 하나의 창문 속에/ 너무 많은 창문을 숨겨놓으셨네요/ 저 창문들/ 언제 다 읽을까요.” 단열과 방음을 위해 이중 삼중으로 덧댄 현대사회의 창문들처럼, 우리 마음은 이렇게 여러 겹의 창문들로 겹겹이 숨겨져 있다. 이쪽에서는 한사코 창문을 닫아 놓고 있어도, 닫힌 창문 뒤로 꽁꽁 숨은 사람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관찰력과 통찰력이야말로 우리 시대가 필요로 하는 진정한 리더십일 것이다.
정여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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