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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스토리] 꽃대궐 거닐며 역사속으로…은은한 조명속 추억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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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4-22 18:00:00 수정 : 2017-04-22 17: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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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궁·종묘 관람객 1000만명 시대/8년 만에 창덕궁 낙선재 후원 공개/취운정서 창경궁 내려다보며 탄성/이국적 분위기 풍기는 경복궁의 밤/궁궐 기와 너머 ‘현재의 서울’ 만나/온가족 한복 입고 찾은 관람객 늘어
봄이 만개한 4월, 서울 도심의 고궁에는 봄의 기운을 느끼려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고궁에는 지난달 창덕궁 후원에서 꽃망울을 터뜨린 생강나무를 시작으로 형형색색의 봄꽃이 만개해 있다. 지난해에는 경복궁·창덕궁·덕수궁·창경궁 등 4대 궁과 종묘를 찾은 관람객이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어섰다. 빌딩 숲에서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고즈넉한 궁궐과 푸른 나무가 우거진 새로운 세계를 접할 수 있어 고궁을 찾는 발길이 늘어나는 추세다.
밤이 되면 고궁은 또 다른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나 관람객을 끌어모은다. 오색조명으로 화려해진 경복궁 수정전을 배경으로 한복을 차려입은 관람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남정탁 기자

◆낙선재, 마치 그림 속 거니는 듯

고궁 전각의 창호에는 한지를 바르지 않은 곳이 더러 있다. 굳게 닫힌 전각의 내부를 보기 위해 창호에 구멍을 뚫는 관람객이 많기 때문이다. 이렇듯 고궁은 ‘안’이 아닌 ‘밖’에서 제한적으로 관람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서울 도심 속 고궁에서는 다양한 테마의 ‘특별관람’이 진행되고 있다. 관람객들이 ‘왕이 책을 읽고 쉬는 공간’으로 조성된 창덕궁 낙선재에서 과거로의 여행을 즐기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최근 고궁들이 굳게 닫힌 문을 열고 관람객을 맞이하는 ‘특별관람’을 진행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 창덕궁에서는 ‘낙선재 특별관람’이 진행됐다. 문화재 보존과 안전상의 이유로 평소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 낙선재 후원이 ‘특별관람’의 형태로 8년 만에 공개된 것이다.

‘선(善)을 즐기다’는 뜻을 지닌 낙선재(樂善齋)는 1847년 조선 헌종이 서재 겸 휴식공간으로 중건한 궁궐이다. 소박하면서도 단아한 기품이 느껴지는 낙선재는 현종과 경빈 김씨의 사랑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대한제국 시절에는 고종의 막내딸인 덕혜옹주와 황실가족이 1989년까지 머물렀다.

이렇듯 애잔한 사랑과 비운의 역사가 서려 있는 낙선재는 유네스코에 등재된 창덕궁 내에서 자연과의 조화가 가장 뛰어난 곳으로 평가받는다. 궁궐이 산세를 해치지 않으면서 자연에 안겨 있는 듯한 동양 조경의 정수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날 낙선재 특별관람은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낙선재를 둘러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특별관람에서는 평소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 낙선재 상량정(上凉亭)과 한정당(閒靜堂), 취운정(翠雲亭)이 공개됐다. 관람객들은 쉽게 볼 수 없는 낙선재의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렀다. 창경궁이 한눈에 들어오는 취운정에서는 관람객들의 탄성이 터져나왔다. 
이날 특별관람에 참여한 주부 정은경(50·여)씨는 “10년 전에도 낙선재 특별관람에 온 적이 있는데, 그때의 추억이 있어서 다시 오게 됐다”며 “10년이 지나도 변함없이 보존된 모습을 보니 추억이 되살아나는 듯하다”고 말했다.

◆경복궁, 낮과 밤이 모두 즐겁다

어둠이 내려앉은 궁궐의 앞뜰은 은은한 조명으로 채워진다. 궁궐의 밤은 낮과 다른 멋을 자아내지만, 문화재 보호와 관람객의 안전을 위해 관람을 제한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이런 궁궐의 야간 풍경을 제한적으로나마 개방하고 있다.

경복궁은 지난 16일부터 ‘야간 특별관람’을 진행하고 있다. 2010년 처음 선보인 야간 특별관람은 해를 거듭하면서 야경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다. 전각을 비추는 조명은 건축물의 특성에 맞게 다른 각도와 밝기로 설치됐다.

지난 16일 찾은 경복궁은 조명에 비쳐 밝게 빛나는 모습으로 관람객을 맞이했다. 낮의 경복궁이 웅장한 멋을 자아낸다면, 밤의 경복궁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광화문 담장을 사이에 두고 차단된 빛과 소음은 과거로 이동한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왕이 국정을 살피던 근정전에 올라 광화문광장을 내려다보면 과거의 궁궐 기와 너머로 불빛 가득한 현재의 서울이 마주하고 있다.

근정전을 지나 담당을 돌면 연못 가운데 우뚝 선 경회루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연못에 잔뜩 늘어진 버드나무 가지와 잔잔한 물결 위로 비치는 경회루의 모습은 장관을 이룬다. 경회루 맞은편의 수정전에서는 은은한 밤공기를 가르는 국악 연주 소리가 관람객의 귓가로 다가온다.

이날 야간 특별관람에는 한복을 입고 찾은 관람객이 상당수를 이뤘다. 온 가족이 한복을 입고 경복궁을 찾았다는 고정아(33·여)씨는 “결혼할 때 장만한 한복을 입고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왔다”며 “밤중에 한복을 입고 궁궐에 있으니 조선시대로 시간이동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고궁 활용 특별관람 인기

고궁에서 진행하는 특별관람은 해를 거듭할수록 인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경복궁·창덕궁·덕수궁·창경궁 등 4대 궁과 종묘의 관람객 수는 1061만명을 기록,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어섰다.
고궁 특별관람 중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은 ‘야간 특별관람’이다. 2000년 시작된 경복궁 야간 특별관람은 첫해 4일 동안 개방했지만, 지난해에는 120일로 크게 늘었다. 관람객 수도 첫해 6만9753명에서 지난해 35만3087명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경복궁보다 1년 늦게 야간 특별관람을 시작한 창경궁도 첫해 관람객 수 1만2998명에서 지난해 17만9470명으로 13배 이상 증가했다.

야간 특별관람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티켓은 온라인 사전예매로만 진행하고 있다. 시행 초기에는 모든 표를 현장에서 판매했지만, 하루에만 수만명이 몰리면서 안전문제가 불거져 관람인원을 제한키로 했다.

문화재청은 야간 특별관람의 인기에 힘입어 야간 프로그램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기존의 야간 특별관람에 저녁식사와 해설을 추가한 경복궁 ‘별빛야행’을 처음 선보였다. 별빛야행은 경복궁 내에서 궁중 음식을 체험한 뒤, 청사초롱을 들고 해설가와 함께 경복궁을 탐방할 수 있다. 회당 60명씩 참여하기 때문에 야간 특별관람보다 여유를 즐기며 관람할 수 있다. 별빛야행의 관람료는 1인당 5만원으로 주간 관람료인 3000원보다 16배 이상 비싸지만, 온라인 사전예매가 30초 만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창덕궁에서 진행하는 ‘달빛기행’ 역시 인기가 높다. 달빛기행은 창덕궁 내 인정전과 부용지, 연경당, 후원 숲길 등을 산책하고 전통예술과 다과를 즐길 수 있다. 달빛기행은 지난해 문화재청이 진행한 ‘고궁 특별관람 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19세기 그림 동궐도(東闕圖)에 묘사된 나무와 현재의 나무를 비교해보는 창덕궁 ‘나무답사’와 야간 국악 공연인 덕수궁 ‘풍류’ 등이 관람객의 호응을 얻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고궁 특별관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람객도 증가하는 추세”라며 “관람객의 수요에 맞는 다양한 특별관람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고궁 원더풀!” 외국인 필수 관광코스 자리매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창덕궁 돈화문 앞에는 외국인 관광객 20여명이 모였다. 이곳에서 시작되는 ‘창덕궁 영어해설’을 듣기 위해서다. 영어해설은 창덕궁이 외국인 관광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영어로 궁궐을 소개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날 외국인 관광객들은 해설사와 함께 창덕궁을 거닐며 곳곳을 살폈다. 이들은 처마 밑 단청이나 전각의 창살을 보며 어떤 용도인지, 어떻게 만들었는지 등을 해설사에게 연신 질문했다. 이날 한국의 고궁을 처음 관람했다는 호주인 스티브 스미스(38)씨는 “창덕궁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큰 기대를 갖지 않았는데, 막상 둘러보고 나니 한국만의 섬세한 기품에 매료됐다”며 “그동안 한국 하면 케이팝(K-POP)이 떠올랐는데, 이제는 창덕궁이 생각날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선왕조의 500년 역사가 숨 쉬는 고궁이 전 세계인이 찾아오는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고궁은 빼놓을 수 없는 필수 관광코스로 자리 잡았다.

고궁을 찾는 외국인 관람객 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4대 궁과 종묘를 찾은 외국인 관람객 수는 383만명을 기록했다. 고궁을 찾은 관람객 10명 가운데 3∼4명이 외국인 관람객인 셈이다.

고궁은 한국을 대표하는 역사문화관광지로 자리 잡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5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역사문화관광지로 분류된 관광지 가운데 고궁을 가장 많이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궁은 ‘한국여행 중 가장 좋았던 관광지’ 중에서도 명동과 동대문시장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고궁은 경복궁과 창덕궁이었다. 지난해 경복궁을 찾은 외국인 관람객은 298만명, 창덕궁은 53만명으로 나타났다. 고궁을 찾은 전체 외국인 관람객의 91%가 경복궁과 창덕궁을 찾은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고궁은 여행의 형태와 국적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경복궁의 경우 여행사 패키지 상품에 포함돼 찾는 경우가 78.4%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창덕궁은 개별 관광이 23%로 가장 많았다. 국적별로 보면 중국 관광객이 경복궁을 찾은 경우는 85.1%를 차지했지만, 일본 관광객은 44.5%로 절반 수준이었다. 일본 관광객의 경복궁 방문 비중이 낮은 이유는 한국을 재방문한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 때문에 창덕궁의 국적별 관람객 비중에서는 중국인보다 일본인이 더 높게 나타났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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