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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출연 금지를 불렀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힙합패션.
“아무리 연예인이라지만 남자가 무슨 귀고리냐.” 1993년 4월26일 방송 3사는 일제히 귀고리를 하는 남자 연예인들의 TV 출연에 빗장을 걸었다. 이런 꼴불견을 두고 볼 수 없다며 귀고리를 떼고 출연시키라는 상부의 엄명 때문. 요란하고 아찔한 요즘 무대 패션에 비하면 논란거리도 되지 않는 액세서리지만 당시엔 윗분들의 말씀이 곧 법이었다. 이로 인해 귀고리를 애용하던 최민수, 김건모, 현진영 등이 타깃이 됐다. 방송사 영향력이 절대적인 시대라 연예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귀고리를 떼고 방송에 출연했다. 두 달 뒤인 6월26일엔 10대의 우상 서태지와 아이들의 KBS 2TV ‘토요대행진’ 출연에 제동이 걸렸다. 새로 발표한 2집 앨범 ‘하여가’의 분위기에 맞춘 힙합 패션과 레게 헤어스타일이 문제가 된 것. 제작진은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머리를 풀고 단정한 옷차림을 하라고 요구했으나 서태지 측의 거부로 출연이 무산됐다. 다음해인 1994년에도 새로운 규제가 생겼다. 여자 같은 긴 생머리와 찢어진 청바지 패션도 방송출연 불가 리스트에 추가됐다. 행여 말썽이 될까봐 출연 전에 복장검사를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규제도 1980년대에 비하면 인간적이었다. 제스처가 요란하다고, 눈빛이 야릇하다고, 입을 너무 크게 벌려 혐오스럽다고 ‘빨간줄’에 오른 가수가 적지 않았다. 개성과 다양성을 무시하고 권위주의 잣대로 족쇄를 채운 어두운 역사가 아닐 수 없다.

김규영 편집위원

△1982년 4월26일 우순경 총 난사 62명 살해

△1968년 4월27일 광화문 이순신 동상 제막

△1945년 4월30일 히틀러 부인과 동반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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