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쿤 지음 ‘4차 산업혁명’ ‘규제 개혁’ ‘혁신’ ‘군사혁신(Revolution in military affairs)’…. 요즘 며칠간 신문에서 접한 용어들이다. ‘혁(革)’이란 글자가 다 들어 있다. 한국인이 혁명을 좋아하기 때문일까? 혁명 또는 혁신은 왜 오늘 한국의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일까?
혁명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 때면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를 펴든다. 1962년 초판이 나온 이 책은 ‘패러다임(paradigm)’이란 단어를 대중화시킨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노성훈 연세암병원장 |
혁명의 가치를 평가할 때 들이대는 중요한 잣대의 하나가 ‘그 혁명이 진보를 가져왔는가’라는 점이다. 요즘 국내 정치권을 비롯해 언론, 대중의 관심이 많은 4차 산업혁명도 그 예다. 4차 산업혁명은 우리가 바라는 대로 진정한 진보를 가져다줄까?
무인 자동차나 또는 날아다니는 자동차가 보편화되고, 인공지능 의사가 환자를 진단·수술하는 날이 예상보다 빨리 올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다고 단언할 순 없다. 개개인은 혁명의 주역으로서는 극히 미약한 존재이면서도 그 대상으로서는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다.
쿤의 책에서 내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마지막 장 ‘혁명을 통한 진보’이다. 쿤은 ‘과학적 진보’에 주로 대해 설명하지만, 나는 과학이 선도하는 변화가 어떤 사회적 변화를 불러올 것인가를 주목한다.
혁명의 과실은 대부분 주도하는 자들의 몫이다. 혁명이 파라다이스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 혁명에 희생되는 개인도 많이 나온다. 혁명의 공을 극대화하되 과를 최소화해야 하는 것도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노성훈 연세암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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