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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무용사의 위대한 도전”… 조선 궁중잔치 188년 만에 재현

입력 : 2017-05-10 09:00:00 수정 : 2017-05-09 21: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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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조 탄신 40년 기념잔치 ‘기축진찬’ 복원 / ‘외진찬’ 등에서 추었던 춤 20여종 선봬 / ‘익일회작연’은 서양 클래식 음악과 협연 / 궁중무용 공연 새로운 존재 방식 실험 / “전통예술 미래 밝히는 역사적 발걸음” 사라진 조선 왕조의 궁중잔치(외진찬-내진찬-야진찬-익일회작)가 188년 만에 부활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총장 김봉렬)는 전통예술원 개원 20주년을 맞아 1829년에 순조 등극 30년과 탄신 40년을 기념하기 위해 효명세자가 열었던 ‘순조 기축 진찬’을 복원해 10∼14일 ‘2017 정유진찬(丁酉進饌)’이란 문패를 내걸고 4차례 공연한다. ‘외진찬’ ‘내진찬’ ‘야진찬’ ‘익일회작’ 등에서 추어졌던 20여종의 춤이 재현된다. 

조선시대 궁중잔치 ‘순조 기축진찬’이 188년 만에 복원돼 10∼14일 창경궁과 국립국악원 등에서 재현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재학생들이 궁중무용인 ‘포구락’을 추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제공
순조 기축진찬은 조선 왕조 60여 회의 잔치 가운데 ‘효’를 주제로 한 궁중 잔치의 으뜸 사례로 꼽힌다. ‘외진찬’은 외빈만을 위해 베푼 잔치이고 ‘내진찬’은 내빈을 모아 열었다. ‘야진찬’은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 ‘익일회작’은 내외진찬을 끝낸 다음 날 다시 베푸는 궁중잔치를 말한다.

‘외진찬’은 10일 한예종 예술극장 야외무대에서 첫선을 보인다. 13일 창경궁에서 펼쳐지는 ‘내진찬’과 ‘야진찬’은 궁중연희와 궁중무용의 찬란한 전통을 시민들과 공유하는 잔치로 진행된다.

특히 14일 국립국악원 무대를 수놓는 ‘익일회작연’은 함께 모여(會) 미래(翌日)를 위해 창작(作)하는 잔치(宴)로 해석하고 궁중무용 공연의 새로운 존재방식을 실험한다. 1부에서 ‘화황은’ ‘연화대무’ ‘몽극척’ ‘헌선도’ ‘무고·향발무·검기무·포구락 합설’을 서양의 클래식 음악과 협연한다. ‘하황은’을 이탈리아 노래 ‘사랑의 책’에 맞추어 오래된 책 같은 궁중무용이 ‘지금, 여기’에서 사랑받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하고, ‘아름다움을 세상과 나눔’이라는 의미로 해석한 ‘연화대무’는 차이콥스키 ‘교항곡 6번 2악장’과 함께, ‘새로운 세상을 희망함’이라는 뜻으로 이해한 ‘몽금척’은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 1악장과 함께 꾸며 춤추는 식이다. 2부에서는 ‘수연장’ ‘선유락’ ‘아박무’ ‘장생보연지무’ ‘오양선’을 전통음악에 맞춰 선보이고 ‘춘앵전·보상무·가인전목단·처용무 합설’을 창작곡으로 풀어낸다.

188년 전, 효명세자는 집단 궁중무용인 ‘정재(呈才)’의 창작과 거행을 통해 왕실의 안정과 백성의 행복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창경궁에서 열린 기축년 정재예술은 새 시대의 열망을 반영하는 정치혁명이었다. 왕실의 외척 안동김씨가 정국을 장악하고 국정을 농단하던 조선 후기, 순조에게 국정 운영을 위임받은 효명세자는 왕권을 강화하고 민생을 안정시키는 대안으로 정재예술이라는 인문도구를 사용했다. 그는 비록 22살 젊은 나이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죽음을 맞았지만, 예술의 창달을 통해 외척들을 물리치고 문화강국의 면모를 창신하려 했다. 그의 정치혁명은 ‘춤’에서 시작되었다.

유교에서 예악을 통한 정치혁명은 너무도 당연한 방법이다. 공자는 국가의 기강이 무너지고, 국사가 흔들리면 예악이 붕괴된다고 강조하면서, 예악의 붕괴는 곧 백성의 고통으로 이어진다고 설파했다. 태평성대에는 모든 문화예술이 정통성 있는 국가 권력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수준 높은 예술은 안정된 정치기반과 고도의 문명을 구축한 국가만이 낳을 수 있다.

혼란의 시대에는 인문의 꽃이 핀다. 중세 암흑시대에 르네상스라는 인문부흥이 있었다. 사람이 세상의 주인이며 주제이자 주체라는 생각은 인문의 기본 정신이다. 조선 후기 사회적 암흑기에 새로운 세상을 꿈꾸던 영명한 군주들은 인문의 꽃을 피워 혼란을 끝내고 세상을 안정시키려 했다. 효명세자의 작지만 거대한 꿈은 ‘정재’의 인문을 통해 시작되었다. 그의 ‘춤’은 더 이상 ‘춤’이 아니라 인문의 시대를 여는 혁명의 ‘몸짓’이 되기를 열망했다. 무용계 평자들이 “계왕개래(繼往開來), ‘지나간 과거의 인문을 계승하여 새로운 시대의 문을 활짝 여는’ 이번 공연이 한국공연무용사의 위대한 도전”이라고 호평하는 이유다.

이왕직아악부의 마지막 궁중무용 계승자인 김천흥 선생으로부터 사사한 박은영 교수가 복원했다. 예술감독을 맡은 박 교수는 “지난 20년의 교육성과를 확인하고 축척된 역량을 선보이는 자리”라며 “전통예술의 새로운 미래를 밝히는 역사적인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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