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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佛法, 고대 중국 불교의 사상적 기초 형성에 큰 도움”

입력 : 2017-05-24 03:00:00 수정 : 2017-05-24 02:5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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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 中에 끼친 영향’ 학술대회 한국의 고승들이 중국 불교 역사에 끼친 영향은 그리 알려져 있지 않다. 애초 한국 불교는 고대 인도와 중국의 전법승을 통해 전래되었다. 하지만 한반도에서 숙성된 불교 사상은 중국에 고스란히 전파되어 수많은 제자들을 길러냈고, 지금도 그 흔적이 중국 곳곳에 남아 있다.

27일 동국대 서울 캠퍼스에서 ‘한국불교가 중국불교에 끼친 영향’ 제하의 학술대회가 열린다. 고영섭 동국대 교수(한국불교사연구소장) 등은 ‘신라 원측이 중국불교에 미친 영향’ 주제의 발표를 통해 한·중 간 교류사를 밝힌다. 학술대회에서는 모두 8명의 연구자가 나서 고구려 승랑과 백제의 혜각 등의 대당 선교 활동을 조명한다.

고구려의 승랑, 신라의 원측, 지장, 혜각, 혜초 등은 중국에서 스승으로 이름을 높였다. 원효, 균여, 지눌, 일연 등은 국내에 머물면서도 중국에 이름을 떨친 고승으로 인정받았다.

동아시아 불교 역사에서 7세기는 매우 독특한 시기였다. 당과 한반도 사이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불교 철학의 외연은 넓어지고 사상적으로 충실해진 시기로 분류된다.


중국 안휘성의 구화산은 1만여개의 불상을 품고 있다. 이 가운데 신라에서 건너가 지장보살이 된 김교각을 기리는 지장불상이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사진은 2015년 대각절을 맞아 중국 신도들이 지장불상 앞에서 기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불교사연구소 제공
당시 원측(613~696)은 15세 때 당으로 건너가 평생 구도에 몰두했다. 그는 진흥왕과 선덕여왕대 자장법사가 가져온 400여개의 경전을 통해 신라 불법 사상을 중국에 전했다. 원측은 현장(602~664)이 인도 기행을 마치고 중국으로 돌아온 645년 무렵 현장과 함께 인도 경전을 번역하는 사업을 주도했다. 원측은 신라의 불법 체계를 통해 고대 중국 불교의 사상적 기초를 세우는 데 주력했다. 원측의 불법 강론에는 백성들이 구름같이 몰렸으며, 수많은 제자들이 따랐다고 전한다.

원측의 사상은 선덕여왕 12년(643) 무렵 자장을 통해 신라에 전해졌고, 이를 기념해 황룡사, 분황사 등의 국가 사찰이 건립되었다. 원측의 사상은 불교가 신라 국교로 되는 밑거름이 되었다. 이에 따라 불교는 천신 신앙과 산신 신앙 등 토속 신앙을 흡수하면서 신라의 정책과 문화 전반에 깊이 스며들 수 있었다. 왕실을 중심으로 한 불교의 국교화는 고구려와 백제에 뒤진 후진국 신라의 국력을 다지는 데 큰 보탬이 되었다.

중국에서 원측의 역할은 중국 측 사서를 통해 어렵잖게 볼 수 있다. 측천무후 집권 시기인 680년 인도에서 들여온 불경 번역 사업이 국가적 사업으로 진행되었는데, 원측은 책임자(증의)로 참여했다. 증의는 당시 최고의 학문적 권위를 지닌 선사에게 주어지는 직책이다. 이는 중국과 인도의 학문과 사상에 두루 통달한 대학자에게 주어지는 명예였다.


신라의 고승 혜각(惠覺·?∼774)은 중국에서 유명한 선승으로 통하지만, 당대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최치원을 통해 혜각의 존재가 처음 전해졌다. 신라 진골 출신인 혜각은 불교의 선 사상을 정립, 오늘날 금강삼매경, 대승기신론 등의 시조가 된 인물이다. 혜각의 사상을 이어받은 대표적 인물은 원효였다. 그간 혜각에 대한 자료는 일절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2009년 중국 허베이성에서 ‘혜각비’(惠覺碑)가 발견되면서 그 업적이 제대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7∼8세기 무렵에는 한반도와 중국 불교 간에 사상적 교류가 활발했다. 중국 산시성 오대산의 문수도량, 사천성 아미산의 보현도량, 저장성(비산열도) 보타산의 관음도량, 안후이성 구화산의 지장도량은 강원도 오대산 상원사의 문수도량, 묘향산 보현사의 보현도량, 강원도 낙산사의 관음도량, 강원도 철원의 원심원사 등으로 맥을 이어오고 있다.

이 가운데 지장도량이 자리한 중국 안후이성의 구화산(1352m)은 99개의 봉우리와 사찰 및 1만여기의 불상을 품고 있는 명산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장불상이 가장 유명하다. 불상의 주인공이 신라 고승 김지장이다. 구화산은 신라 왕자 출신으로 당에 건너간 지장(地藏·705~803)이 도를 닦은 장소로 유명했다.

현재 지장도량은 중국뿐 아니라 한·중·일 3국 불자들의 신심을 고양시키는 국제적인 도량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1999∼2013년 중국 정부에서는 600억원을 들여 지장불상을 재단장했다. 불상의 높이가 99m로 세계 최대 규모이며, 불상 금 도금에 황금 35kg이 들어갔다고 전한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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