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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정다운 노부부 닮은 듯 사이좋은 암수 한쌍

입력 : 2017-06-02 10:00:00 수정 : 2017-06-01 14: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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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설치미술’ 진안 마이산 / 보는 방향에 따라 매번 다른 풍경… 이름도 서다산·용출봉·돛대봉 등 여러가지 / 수마이봉이 암마이봉보다 높아 보이지만 실제론 암마이봉 조금 더 높아 / 산 자락에 폭 안긴 탑사·은수사 호젓한 산사의 정취 일품
산봉우리를 그린 뒤 하늘을 파랗게 칠한다. 어린 시절 산을 그리던 방식이다. 요즘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미세먼지와 황사가 하늘을 덮을 땐 뿌옇지 않은 파란 하늘은 그림 속 풍경일 뿐이다. 더구나 주위 시야를 방해하는 장애물 없이 우뚝 선 산봉우리와 파란 하늘이 어우러진 풍경을 만나려면 힘든 산행과정을 거쳐야만 그나마 가능하다. 그림에서나 볼 법한 풍경이기에 현실에서 만나기 그만큼 어렵다.

하지만 현실 같지 않은 풍경을 접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산을 올라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주위와 어울리지 않게 툭 튀어나온 산봉우리의 모습을 이곳저곳에서 볼 수 있다. 생김새부터 특이해 한참을 쳐다보게 된다. 자연이 만든 기이한 형태의 산세뿐 아니라 인간이 만든 독특한 돌탑 조형물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전북 진안의 마이산을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국내 최고의 설치미술작품’이라고 칭한 것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진안 사양제는 마이산 북측 사면을 볼 수 있는 곳으로 호수에 비친 마이산 반영을 볼 수 있다. 암마이봉과 수마이봉이 호수에 비쳐 이루는 모습이 한 마리 나비처럼 보인다.
진안 반월제는 마이산 동편에 있어 수마이봉을 자세히 볼 수 있다. 암마이봉은 수마이봉에 가려 어깨만 살짝 내비친다. 이곳에서 보는 수마이봉은 붓의 모습 같기도 하고, 남성을 상징하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독특한 생김새의 전북 진안 마이산은 이름이 다양하다. 산의 내력보다도 다양한 산세를 바탕으로 이름이 붙여졌기에 마이산의 매력을 느끼려면 여러 방향에서 산세를 조망한 뒤 오르는 것이 좋다. 익산포항간고속도로 진안마이산휴게소 전망대에 오르면 마이산이 주위 낮은 봉우리를 뚫고 불쑥 솟아 오른 모습을 확연히 볼 수 있다.
독특한 생김새처럼 마이산은 이름도 다양하다. 마이산의 이름은 조선 태종 때 붙여졌다. 태종이 마이산을 지나다가 제사를 지낸 후 산 모양이 말의 귀와 같다 하여 마이산이란 이름을 내렸다고 한다. 신라 때는 서다산(西多山)으로, 고려 땐 솟아난 것처럼 우뚝 서 있는 모습 때문인지 ‘용출봉(湧出峰)’으로도 불렸다. 이 외에도 돛을 펴고 이는 듯한 모습에 돛대봉, 용의 뿔처럼 생겼다고 해 용각봉(龍角峰), 붓처럼 보여 문필봉(文筆峰) 등의 이름이 있다.

산의 내력보다도 다양한 산세를 바탕으로 이름이 붙여졌다. 마이산의 매력을 느끼려면 여러 방향에서 산세를 조망한 뒤 오르는 것이 더 낫다.

진안을 가는 길에 익산∼포항 간 고속도로로 진입해 진안마이산휴게소에 들르자. 상하행 어느 휴게소에 들러도 상관없다. 각 휴게소에 있는 전망대에 오르면 마이산이 주위 낮은 봉우리를 뚫고 불쑥 솟아 오른 모습을 확연히 볼 수 있다. 휴게소에서 보는 이상한 모습만으로도 마이산의 매력에 슬슬 빠져들게 된다.

진안에 접어들어서는 목적지를 사양제로 잡아야 한다. 마이산 북측 사면을 볼 수 있는 곳으로 호수에 비친 마이산 반영이 새롭다. 암마이봉과 수마이봉이 호수에 비쳐 이루는 모습이 한 마리 나비처럼 보인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사양제 내에 나무데크가 깔려 있어 깔끔한 마이산 반영을 보기 어렵다. 수시로 물을 뿜는 분수대 역시 호젓한 분위기와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다. 그나마 나무데크가 없는 부분에 비친 마이산 반영을 보며 아쉬움을 달래야 한다.

진안군농업기술센터가 있는 반월제도 잊으면 안 된다. 다른 곳이 마이산 두 봉우리를 보는 곳이라면 반월제는 마이산 동편에 있어 수마이봉을 자세히 볼 수 있다. 암마이봉은 수마이봉에 가려 어깨만 살짝 내비친다. 이곳에서 보는 수마이봉은 붓의 모습 같기도 하고, 남성을 상징하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특히 농업기술센터에는 유채꽃밭을 조성해놔 노란 턱받침을 한 마이산을 조망할 수 있다.

마이산 타포니는 자갈을 메우고 있던 진흙이나 모래가 빠져나가면서 생긴 구멍이다. 마이산 동측과 남측 부분에서만 이 현상이 일어난다.
마이산 암마이봉 타포니 안의 돌탑.
탑사는 마이산을 유명하게 한 돌탑들이 있는 곳이다. 100여기의 돌탑이 세워져 있었지만, 80여기 정도만 남았다고 한다. 돌탑들은 태풍 등 자연 현상으로는 무너지지 않았지만 여행객의 손을 타면서 일부가 훼손됐다고 한다.
마이산 탑사에 있는 천지탑.
마이산의 속살 감상은 남부주차장부터 시작한다. 주차장에서 30분가량 걸으면 탑사다. 마이산 산세보다 오히려 산을 더 유명하게 한 돌탑들이 있는 곳이다. 100여기의 돌탑이 세워져 있었지만, 80여기 정도만 남았다고 한다. 돌탑들은 태풍 등 자연 현상으로는 무너지지 않았지만 여행객의 손을 타면서 일부가 훼손됐다고 한다. 다른 곳도 아닌 독특한 산세의 마이산에 신비한 돌탑이 있으니 어색함이 덜하다.

탑사를 기준으로 왼편이 암마이봉이고, 뒤편이 수마이봉이다. 가까이서 마이산을 보면 표면이 화강암처럼 매끄럽지 않고 매우 거칠다. 자갈이 진흙, 모래 등과 섞여 굳어 있다. 마치 돌을 섞어 굳힌 시멘트를 연상케 한다.

암마이봉 중턱을 보면 군데군데 파인 모습을 볼 수 있다. 타포니라 불리는 지형적 특성으로 자갈을 메우고 있던 진흙이나 모래가 빠져나가면서 생긴 구멍이다. 특히 마이산 동측과 남측 부분에서만 이 현상이 일어난다. 겨우내 얼었던 돌이 봄이 돼 녹으면서 타포니가 생긴다고 한다. 마치 달의 표면을 쳐다보는 것처럼 낯설고 이색적이다. 탑사 오른편 언덕을 오르면 타포니를 자세히 볼 수 있다.

타포니를 본 후 길을 따라 가면 은수사가 나온다. 수마이봉 아래 지은 사찰로 여행객과 돌탑으로 어수선한 탑사와 달리 호젓한 산사 분위기를 풍긴다. 수마이봉을 가까이서 보면 코끼리 얼굴 같기도 한데, 코주부원숭이를 더 닮은 듯하다. 은수사엔 이성계가 머물며 조선 건국의 야망을 세웠다는 얘기가 전해온다. 경내에는 이성계가 절에 머물던 시절 과일을 먹은 후 뱉은 씨앗이 자랐다는 청실배나무와 줄사철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마이산은 어디서 보든 수마이봉이 암마이봉보다 높아 보인다. 하지만 실제 높이는 암마이봉이 해발 686m로 수마이봉(680m)보다 6m 더 높다. 말 그대로 착시 현상이다. 믿지 못하겠으면 암마이봉을 오르면 이해하게 된다. 수마이봉 정수리가 보일 것이다.

진안=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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